(캐붕요소가 다분할지도 모릅니다//아 거의 확실하게) 

 

 -

 

 

 독특하다. 괴상망측하다. 희한하다. 이상하다. 재밌다. 무섭다. 천진난만하다. 태평하다. 물음표. 가볍다. 어린아이. 속을 알 수가 없다.

이 모든 것은 한 사람에게 따라붙는 수식어이다. 텐도 사토리. 그는 그런 사람이였다.

 보편적이란 이성의 선에서 절대 따라붙지 안는 붉은 머리칼의 존재감이야 말로 그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하였다. 거하게 세운 머리에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한 텐도 특유의 베이비 페이스는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최상의 조건이였다. 물론 그 성격을 더한다면 더 할 나위없는 존재였다. 클래스 메이트들 사이에선 빨간 놈, 으로 통한다나 뭐래나.

 

 주체 못하는 희열. 그가 배구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적이 일이다. '재능은 피워내는 것. 센스는 갈고 닦는 것.' 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이미 만개에 가까웠던 재능은 손에 닿는 이질적이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공의 촉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게 너의 길 이라고. 가히 축복 받았다 단정지을 수 밖에 없는 센스는 자연스레 움츠리고 있던 손발을 저 멀리까지 내뻗었다. 한 번 내딛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을 만큼, 하늘이 높은 줄 몰라 그저 위를 향했다. 탐욕스레 먹어치워버렸다. 일반부원에서 벤치멤버로. 벤치멤버에서 체인지 선수로. 체인지에서 레귤러로. 레귤러에서 스타팅으로.

 물론 제아무리 천성이라 하여도 제 비이상적인 도약에 주위를 둘러보지 못할 만큼 텐도는 어리석지 않았다. 흔한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애송이.' '버릇없는 놈.' 그리고 박탈감. 아니, 약탈이야. 작게 키득였다.

 

 3학년이잖아. 그렇죠. 올해 밖에 없어. 그러시구나, 그럼.

 

 이기면 되잖아요. 

 

 다만 그것은 얄팍한 동정심에 불과했을 뿐이였다. 코트에 남는건 강자니까 약자는 먹혀야지. 그게 코트 위의 순리, 아닌가?

 

 서비스 에이스를 성공했을 때도. 3단 블로킹을 뚫고 스파이크를 내리찍었을 때도. 또 속아 페인트에 걸려들어 저를 올려볼 때도. 단순한 도발에 걸려들어 서브에 실패하는걸 봤을 때도. 상대의 환벽한 한 방을 걷어냈을 때도.

모든 것이 완벽한 스파이크를 셧아웃 시킬 때의 쾌감이란 그 무엇에도 비할 것이 못되었다. 상대의 표정. 미세하게 떨리는 손. 얼얼하게 아려오면서도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감각. 끝으로 비웃어주면 끝.

 텐도가 이를 깨달앗을 때는 이미 '괴물' 취급이였다.

 

 두려울 뿐이잖아. 허울 좋은 말 밖에 못하면서.

 

 그런 독선이였다.

 

-

 

 "이야-부럽네. 고시키는."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툭 튀어나왔다. 물론 불필요한 말은 잘렸지만.

 

 한 학년 아래인 세터, 시라부는 드링크를 손에 쥔 채 입가를 닦아내며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텐도를 바라보았다. 뭐가 부럽다는 겁니까, 선배.

 

 "아니, 그냥."

 

 스파이크 폼이 안정적이랄까, 특히 스트레이트.

 

 턱 선을 타고 내리는 땀을 어깨 언저리로 슥- 하니 문지르며 텐도는 시선을 여전히 크로스 연습에 매진하는 고시키에게 고정했다.

 

 "타점도 득점도 더 높으신건 텐도 선배 십니다만. 그리고 폼이라면 우시지마 선배 쪽이 더-"

 "아니아니아니. 난 오른손잡이고 그건 함부로 흉내낼 만한 것도 아니니깐."

 

 연신 위험해, 를 중얼거리며 드링크 뚜껑을 닫았다. 플라스틱에 말끔히 맞아들어간 고무 임에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소음을 만들어낸다. 눈가를 찌푸리는 시라부와 다르게 텐도는 다섯 살 배기 아이가 장난감을 빼앗긴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마냥 부럽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동시에. 요즘 스트레이트가 막힌 적이 있어서 저러시는건가, 시라부는 그리 생각하며 알다가도 모를 선배의 속에 토스 연습을 꼭 꼭 마음에 새길 뿐이였다.

 실상은 달랐지만. 시라부 같이 영특한 아이라면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을 터였다. 단순히 '미들 블로커'가 아닌 '사람'으로만 바라보았더라도 눈치있는 그 였더라면 그렇게 여지를 남겨 준 텐도가 오히려 이상하다 느낄 정도였을 테니. 어쩌면 연습 직후만 아니였다면 텐도의 시선이 결코 고시키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 쯤 쉽게 깨달았을 것이였다. 그저 나이스 스파이크- 를 외치며 끔찍히 제 후배를 챙기는 세미에게 온전히 모든 관심을 쏟고 있었다. 고시키는 그저 부수적인 배경에 불과했다. 

 

 아니, 행인 1 쯤 되려나.

 

 텐도에게 있어 세미는 조금 특별했다. 시라토리자와 학원에 입학하고 '우시와카'의 전력을 맛 본 후에야 알것도 같았지만 다 먹어치우는 천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레귤러 잖아. 3학년이잖아. 실력도 있잖아. 하지만 그는 시라부의 입부와 동시에 스타팅 자리를 내어주었다. 세터로서의 실력이라면 세미가 훨씬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한 해 늦게 들어온 시라부에 비해 쌓아온 경험. 신뢰 관계. 호흡. 강한 자만이 코트 위에 선다. 세미는 강했다. 하지만 코트를 뒤로 한 채 경계선을 넘어갔다.

 

 멍청한 놈.

 

 그렇게 생각했다, 텐도는. 어쩌면 저의 허울 좋은 말이자 핑계였을지도. 어엿 한 해를 같은 코트 안에서 뛰어온 동료를, 팀메이트를, 친구를. 결코 제가 밀어낸 것도 아니였지만 시라부를 볼 때마다 느끼는 묘한 울림에 곧잘 세미의 눈을 피하곤 했다.

 

 여전히 잘 웃고. 잘 챙겨주고. 든든하고. 동료였다.

 

 왜 욕심내지 않는거야. 나보다 시라부가 나을거야. 그걸 묻지 않았잖아.

 

 애매한 시선으로 입을 열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었다. 이내 꾹 다물었었다. 어색하게 웃어보였었다. 푸스스-하고 작게. 그리곤 겨우 꺼낸 말이라게,

 

 난 괜찮아.

 

 바보같아. 울렁이는 기분에 그대로 부실을 박차고 나갔었다.

그런 얼굴하고는 뭐가 괜찮다는거야. 처음으로 의문이 들었다. 승리가 뭐야. 도대체.

 

-

 

 생각할수록 배알 꼴리는 것이였다.

 

 텐도는 엄연히 레귤러였고 스타팅 멤버였으며 그 무엇보다 '우시와카'와 한 코트에 설만한 전력을 지니고 있었다. 시라부가 주 세터인걸 감안하더라도 세미 또한 레귤러에 몸 담고 있으며 시합에 투입된다. 물론 3학년이니 그 전부터 맞춰 온 호흡이 있더라도 쓰지 않으면 금세 녹슬기 마련이다. 시라부의 정직하고 헌신하는 토스도 좋았지만 외유내강의 세미 특유의 토스는 꽤나 즐거운 것이였음을 텐도는 흔쾌히 인정한다. 그 토스가 그립나니, 세미는 더 이상 저에게 토스를 올리지 않았다. 물론 원한다면 시라부에게 연습을 부탁할 수도 있고 우시지마에게 말해 얻어낼 수도 있는 것이였다. 다만 상대의 완벽한 하나를 절망으로 내모는 쾌감에 맛 들인 그에게 있어 제 손으로 해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 따위 남에게 기댈리가 없잖아. 게다가 무엇보다 그 이후의 것까지 남에게 흉내내라 할 수 없는 것이였다. 꿩 대신 닭, 이란 말이 있다. 물론 그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이라니.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강한 집착이랄까.

 

 여전히 불규칙하게 흘러내리는 물을 내버려둔 채 꽤 멋진 자세로 텐도는 낙담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중간과정이 제일 어렵고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처음이야 기세 좋게 덤벼들면 되고 끝은 성취해내면 될테니.

 

 그치만- 이건 너무 긴거 아니야?

 

 복잡해진 머릿 속에 수건으로 젖으 머리를 털어내니 이리저리 물방울이 튀었다.

 

 "아아- 몰라."

 

 뒤로 벌렁 누워 수건으로 눈가를 가렸다. 오늘의 나 -300% 인가. 텐도는 중얼거리며 발가락을 까딱거렸다.

 

 "뭐야, 텐도. 너 아직 안갔어?"

 

 그러다 감기 걸린다. 얼른 말려. 누가 좋은 선배 아니랄까 걱정까지 해준다. 텐도는 제법 티나게 히죽이며 상체를 일으켜 세미와 눈을 마주했다. 놀라우리만큼 흐트러짐 없는 모습에 감탄을 자아냈다. 조금 차분해진 머리 외에는 똑같았다. 열기에 조금 상기된 뺨에 애매한 시선. 저게 좋단 말이야.

 

 "그러고보니 넌 말이야."

 "아-?"

 "그 얌전해진 머리일 때보면 꽤 잘 생겼단 말이지."

 "그런가. 난 잘 몰라."

 

 푸스스 웃으며 셔츠를 꿰 입으며 단추를 잠근다. 목 바로 아래까지 꼭 꼭 잠그는건 세미의 버릇이였다. 텐도는 그런 점을 포함해서 좋았다.

 

 아- 저기에 반했지. 나.

 

 작게 그리는 호선. 고시키에게도 그렇게 웃어주었을까.

 텐도는 세미의 락커를 있는 힘껏 내리찍으며 그의 뒤에 섰다. 아아- 싫어.

 

 불쌍한 텐도. 그 따위에 만족하는거야? 그러니까 제자리지. 가엾어라.

 

 이 얄팍한 동정심. 언제였더라. 텐도는 입맛을 다시며 놀란 눈으로 아직 가슴께 즈음까지 채운 셔츠를 내버려두고 얼굴을 맞댄 세미를 포악스레 바라보았다.

 

 "너, 뭐하는 짓이야."

 

 뼈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아- 역시. 이것도 포함해서.

 

 이런 얼굴. 고시키한테 보인적 있어?

 

 

 강자는 약자를 잡아먹고 약자는 강자에게 먹혀들어간다.

 그게 '내' 순리 잖아.

 

 잡아 뜯었다. 흉폭하게. 울부짖도록. 거세게. 더 크게. 이 빈 속으로 채울만큼, 더.

 

 그런, 독선.  

 

Fin.

 

-

 

급 치인게 문제입니다 쿨쩍))

 

텐도 진지하게 애정합니다, 세미 예뻐요.

 

아니, 그냥 그렇다고요...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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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켄 전력 60분 ; 목소리

 

(짝사랑 요소 있습니다)

 

-

 

 쿠로오와 켄마는 제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지냈다고 해도 부족할 정도로 길고도 끈질긴 인연이였다. 부모님끼리 친했으니 엄밀히 따지고보면 켄마의 탄생시점부터 둘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친구' 였다. 쿠로오가 한 살 많고 켄마가 한 살 어리고 따위의 자잘한 문제는 모두 떠나서.

 그것은 불행이자 행운이였다. 켄마는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더워. 게으른 천성이 어딜가리, 이미 뇌는 녹아내렸다고 믿으면서도 몸을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선풍기의 예약시간이 끝났는데 켄마의 잠을 방해하며 웅웅 귓가에 울리던 소리는 깨닫지도 못한 새에 잠잠해들어 있었다. 다시 켜야될텐데. 뭐, 상관없나. 찌르르- 하고 꼭 꼭 닫아놓은 창 밖에서 매미가 우는 것만 같았다. 켄마는 마른 침을 삼켰다.

 

 "더워."

 

-

 

 본디 감성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감정이 메마른건 아닐까 하고 되내여봐도 좋은건 좋은거고 싫은건 싫은거니까 그건 아니라 생각해왔다. 그건 호불호의 문제잖아. 하고 주위에서 타박해와도 그러려니 했지만 무엇보다 그런 말들을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해 준건 쿠로오 였다. 켄마는 원래 이런거야. 어, 이게 도시 남자라는거지. 쿨-하고. 그지? 씨익 웃어보이며 나 잘했지 라는 의기양양해 하는 얼굴을 하곤 제 옆을 나란히 걷던 사내란. 지금 떠올리자니 조금은 우습기도 했다.

 쿠로오와 저의 거리를 느끼기 시작한건 꽤나 어릴 적부터 였다. 그렇게 끈덕지게 붙어다니며 제 끼니를 챙기고 준비물을 확인해주며 숙제를 도와주고 등하교는 꼭 함께 했다. 불편하면 그러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으니까 그냥 다 물었다. 그게 최선이였다. 미안, 쿠로. 전혀 괜찮은데.

 

 아니, 그런게 아니야. 용기 없는 나라서 미안해.

 

 연상이라는 책임감에 휩싸여 있던 걸까. 내가 '형'이니까 더 잘해야 돼, 따위의 의무감에 가까우려나. 아니면 단순히 어린 아이의 부모에 대한 애정갈구를 위한 도구였을까. 그게 습관이라도 된 모양일까. 비겁하지만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난 이런 놈이였는걸. 쿠로.

 

 쿠로오가 먼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의 1년이라는 공백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였다. 하지만 '공백' 이란 말이 무색하게 연락을 계속해왔고 덕분에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 아슬아슬한 관계를. 다만 학교에서나 반에선 외톨이 였다. 그걸로 좋았다. 오히려 그게 좋았다. 좀 더 동정심이라도 불러일으킬테니까. 그 나이부터 저는 이런 생각을 해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난 약하니까. 그러니까.

 쿠로오가 원했고 저도 그게 편했기에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에 지원했다. 배구 덕분에 꽤 흔쾌히 입학이 승낙된 모양이였다. 배구라. 쿠로가 원해서 했을 뿐인데. 어디까지나 그의 옆자리에 있기 위한 허울 좋은 수단에 불과했다. 그게 아니라도 쿠로오라면 얼마든지 제 옆에 머물러 줄 터였다.

 

 '소꿉친구' 니까.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켠 휴대전화 화면은 눈이 따가울 정도로 밝았다. '밝기'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작동한다면 상관없었으니까. 너랑 내 관계도 결국 그런거겠지, 쿠로. '친한 정도' 따위 아무래도 좋아. 지속되기만 한다면 상관없어. '친한 정도'라는건 관계가 지속되기 위한 부속품일 뿐이니까.

 

 목록을 죽- 둘러보았다. 정말 볼품없었다.

 야쿠. 리에프. 타케토라. 이누오카. 시바야마. 후쿠나가. 카이를 비롯한 네코마 시절 배구부와 제가 3학년이 되고나서 만난 배구부. 쇼요. 카게야마(천재). 케이지. 보쿠토(시끄러운 부엉이).

 가족을 제외하고 여기서 저와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여긴 없지만 쿠로 정도일려나. 아- 쿠로도 가족인가. 애매해져버렸다. 가족이라면 왜 힘들어야 하는거야.

 

 이미 충분히 골치 썩는 탓에 휴대전화 따위 저 멀리 던져버렸다. 그래봐야 제가 누운 침대 안 제 손이 닿는 정도의 거리겠지만. 눈 앞이 어질어질해지는 휴대전화의 밝은 화면에 아지랑이라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바로 누워 눈을 감아버렸다. 여름 축제 불꽃놀이의 여운 마냥 여전히 허옇게 터지는 눈 앞의 감각에 슬며시 눈을 떴다. 무언가 대단한 결심을 하고 눈을 감은 것도 아니였는데 뜬 눈을 한 제가 조금 못났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잠들지 못했고 더운 날이다. 여름인가. 

 긴 팔을 둘둘 거두었다. 잘 되지 않았다. 겨우 팔꿈치 까지 끌어올린 모양새가 엉망이였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거 어떻게 하는거야. 

괜히 솟구치는 짜증에 켄마는 상관없나-라며 대(大)자로 팔을 크게 벌렸다. 덥네.

 

 그 날도 이렇게 더웠던가. 켄마는 작게 중얼거렸다.

 

-

 

 "쿠로는 결혼같은거 안해?"

 "갑자기 그런 얼굴로 무슨 소리래."

 "그런 얼굴은 무슨 얼굴."

 "있어, 그런게. 생뚱맞게 갑자기 니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뭐야-."

 "아니, 그냥. 쿠로는 충분히 할 수 있잖아. 인기도 많고."

 "인기와 결혼은 상관관계가 아닙니다."

 

 물론 내가 한 인기는 하지만. 재수 없어. 겍- 그렇게 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켄마."

 "난 했으면 좋겠는데. 결혼"

 "켄마."

 

 하나.

 

 "지금 이 얘기를 왜 하는거야."

 "글쎄."

 

 둘.

 

 "글쎄라니, 무책임한 발언아닌가."

 "쿠로는 어떻해 생각하는데."

 

 셋.

 

 게임기는 방바닥 어딘가를 뒹굴고 있겠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게임기를 생각했지만 뭐 어때. 그거 꽤 쉬웠으니까 세이브는 괜찮겠지.

 그 보다 시급한건 제 위에서 저를 내려다 보는 쿠로오 였다. 누구봐도 화가 치밀러 오른 저 얼굴. 아아- 그런가. 느릿하게 내리감았다 뜨자 쿠로오는 어금니라도 물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화 내지마.

 

 "왜 그래."

 "여유로우신데."

 "아-."

 "장난해? 내가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이 얼굴이나 그만두고 말하는게 어때?"

 

 나흘 후 쿠로오의 이름으로 청첩장이 날아왔다. 빠르네.

 고마워. 쿠로. 청첩장에 작게 입 맞추며 말했다. 담아둔 말은 많았지만 꺼내진 않았다.

 

 여름의 끝자락 그는 결혼식을 올렸다. 아름다웠다. 그 뿐이였다.

 

-

 

 뻔뻔히도 모른 척하고 등 돌린 것도 그를 몰아세운 것도 저였다. 그리고 결국 바라는건 애정이라니 우습기 짝이없지. 허탈한 속과는 다르게 몸은 착실히 다시 휴대전화를 쥐고 잊지도 못한 쿠로오의 번호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저를 위해서라도 번호따위 바꾸진 않았을 터였다. '소꿉친구' 잖아. 넌 그런 책임감으로 의무감따위에 날 보살필 이유는 없잖아. 좋아해. 네가 행복하길 바래. 좋아해. 날 좀 더 봐줘. 좋아해. 챙겨줘. 좋아해. 신경써줘. 좋아해. 좋아하는걸. 그렇지만 소꿉친구잖아.

 

 좋아해.

 

 암울하게도 푸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수신음이 갔다. 하나. 둘. 셋.

받을리가 없잖아. 넷. 지금이 몇 신데. 다섯. 3시 45분. 여섯. 받아서도 안되고. 일곱.

 

 [..여보세요.]

 

 여덟.

 

 [여보세요?]

 

 아홉.

 

 [켄마?]

 

 열.

 

 아아- 네 목소리. 그리웠어. 이 목소리가. 그러니까.

 

 좋아해. 쿠로.

 

-

 

쿠로켄으로는 오늘 또 처음이자 첫 전력. 그냥 전력으로 두번째.

오늘 전력 두개나 뛰었어...으어-

 

쓸데마다 느끼지만 이거 생각보다 빠듯하면서 동시에 여유로운 느낌이란. 신기하다.

 

또 망했습니다! 하지만 애정합니다, 쿠로켄.

 

짝사랑 코드의 켄마가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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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전력 60분 ; 진도

 

(대학생인 보쿠아카 나옵니다/동거라기보다 기숙사)

 

-

 

 아카아시 케이지란 남자를 말하자면 정사각형이였다. 적어도 보쿠토 코타로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비춰졌다. 학업우수. 외모준수. 바른행실. 곧은성격. 기타 등등.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아카아시는 범접할 수 없는 인물이였다. 이런 사람을 두고 팔방미인이라고 하려나. 보쿠토는 곧잘 그리 떠올리곤 했다. 물론 두어 해를 같이 같은 학교 선후배로, 배구부 팀메이트로 지내며 인간미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인간미까지 갖춘 완전체에 가깝다고 멋대로 정정해버렸지만 말이다. 

 그래서 인지 보쿠토는 아카아시에게 장난스레 '아카-아시. 사귈래? 진짜 잘해줄게.' 같은 터무니없는 농담을 내뱉었고 코노하들에게 야유를 받곤했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다. 싫습니다. 그 말을 뱉는 목소리조차 단아하다고 생각하며 질리지도 않고 또 덤벼들고 하는게 보쿠토의 후쿠로다니 시절 기억이였다.

 

 보쿠토 코타로란 남자를 말하자면 선이였다. 아카아시 케이지는 그렇게 단언했다. 종 잡을 수 없는 행적을 이루어 말해보면 간단히 도형따위로 비할 수 없는 사람이였다.  굳이 고르라 하여도 어떠한 도형이 될 수 있는 선을 고집했다.

 난조 페이스를 비롯해 하루는 다섯살 배기 어린 아이마냥 굴다가도 저도 모르게 살기를 풍길 때도 있으니 결국 그 장단에 맞춰주는게 아카아시의 일이였다.

 그 난잡한 페이스에 휘말릴 것만 같다가도 말 한 마디에 도로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것이 일상이였고 숨 막힐 것만 같은 금빛 테의 눈동자에 다시 빠져들곤 했다. 그저 그 뿐이라고 말하지만 속으로 보다 아름답다고 자신에게 되내이곤 하는게 아카아시의 후쿠로다니 시절 기억이였다.

 

 

 "단순하네요."

 "응, 뭐가?"

 

 아카아시를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으며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고 중얼거렸다. 재차 떠올려보아도 보쿠토는 참으로 단순무식하기 그지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좋다고 생각이 꼬리를 물었지만 딱히 상관없다고 되내이며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에 자리한 반지를 만지작 거렸다. 보쿠토는 결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눈 앞의 하나가 중요하다. 배구부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모토 즈음이라도 되려니 싶었다. 아카아시는 제 머리를 헤집으며 제 앞에 서 저를 내려다보는 보쿠토와 눈을 마주했다. 탐탁치않았다.

 

 "보쿠토 선배."

 "응."

 "저희 남자거든요."

 "알아."

 

 뭘 알고 있다는 걸까. 미간을 구기며 그의 뒤로 내비치는 후광에 그림자져 보이지 않는 보쿠토의 표정을 머릿 속으로 그렸다. 어떻긴 어때,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이겠지. 보쿠토에 관해서는 길게 생각할 필요없었다. 아카아시는 그와 3년이라는 고교 시절을 온전히 보내고도 그로 모자라 대학 2년 마저 함께 보내고 처지였다. 모를리가 없었다. 전공법 밖에 모르는 건가, 이 사람.

 

 "반지, 물론 감사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티내고 싶진 않습니다."

 "어째서? 싫은거야? 역시 그런거지?"

 

 아니요, 아니요. 아카아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동시에 손까지 저어보였다. 싫을리가 없지 않은가. 아카아시라고 독점욕이 없을리가. 아니, 생각보다 자신의 독점욕에 놀라는 턱에 온전히 가지고 싶다고, 내 소유였으면 좋겠다고 그리 떠올리는게 허다 했지, 그게 보쿠토에 비해 밖으로 표출되지 않을 뿐이였다. 오히려 기뻤다.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이렇게 정직하게 한 대 얻어 맞을 줄이야. 아카아시 실버계열이 더 좋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걸로 했는데 맘에 안들어? 그게 아니라니까요. 

 확실히, 깔끔한게 제 타입이긴 했다. 큐빅 없는 말끔한 실버계열의 링. 안 쪽에 조금스레 새겨진 이름은 코타로, 였다. 화려한 걸 선호하는 보쿠토의 입장에선 한 발 물러서 준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아카아시는 한숨을 폭 내쉬더니 다시 보쿠토를 올려다 보았다. 어느새 제 체온을 옮겨받은 반지를 만지작 거리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학교에서는 빼도 괜찮겠습니까?"

 " 오우- 당연하지!"

 

 곤란해할걸 배려해준 걸까. 의외로 간단히도 승락해버리는 보쿠토의 탓에 아카아시는 허탈하기 그지 없었다. 이럴거면 이제까지의 대화는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런 속과 달리 겉으로 야금야금 새어나오는 웃음이란건 참기 꽤 힘든 것이였다. 아카아시. 예. 좋아해. 그런가요. 뭐야, 제대로 답해줘. 싫습니다. 뭐야-그거 오랜만에 듣잖아. 아니아니, 그래서 답은?!

 

-

 

 아카아시가 보쿠토와 연인이 된지는 2년 째에 접어들었다. 저와 같은 대학에 오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그리 노래를 부르더니 수험 일주일 전에 불쑥 찾아와 빨리 대학에 오라는 터무니 없는 말을 했다. 물론 지금 준비하는거 망쳐서 다른 학교가 가도 좋다면 얼마든지 옆에 있으라는 아카아시의 선전포고에 꽤 조용히 돌아가긴 했지만 말이다. 약속 아닌 약속의 덕택인지 아무 메세지도 전화도 답 없던 아카아시는 대학 배구부 신입생 환영회 때 모습을 드러냈다. 후쿠로다니 출신은 보쿠토 혼자 였기에 그 아무도 상황을 몰랐지만 정말로 문자그대로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끌어안고 훌쩍였다. 안오는줄 알았다나 뭐래나.

 그 후로 고교 시절과 오버랩 될 정도로 자율 연습을 했고 달라진게 있다면 기숙사 였기에 통금 시간을 맞춰야 할 따름이였다. 무리해서 방을 바꿔 같은 방을 쓰게 된 덕분에 아카아시만 죽어나는 꼴이였다. 물론 과는 달랐으므로 훈련 정도였지만 그것 만으로 직사광선을 온전히 받아내는 것이였고 대단한 것이였지만 말이다.

 

 고백은 타이밍 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입학 후 일주일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자율 연습 도중 아카아시의 토스를 크로스 스파이크를 내리꽂으며 말했다.

 

 '역시 아카아시 토스는 좋아.'

 '몸에 익으셨으면 편한거겠죠.'

 '그리고 역시, 나 아카아시가 좋아.'

 '단어, 빼먹으셨습니다.'

 '나 아카아시가 좋아. 아카아시 케이지가 좋아.'

 

 이미 짝사랑의 형태로 애정을 이어오던 아카아시에게 있어 이 보다 달콤한 것도 없었겠지만 아카아시 케이지다.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럴리가 없다면서. 물론 그 직사광선을 무슨 수로 피하리. 무작위로 그저 좋다며 답을 기다리는 보쿠토의 표정이란 아카아시에게 있어 꽤 심장 떨리는 것이였다. 

 나, 아카아시가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는 것도 싫고 말이야. 다른 사람 보는 것도 싫어. 다른 사람하고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는거 보면 열 올라. 나 멍청한거 알아. 하지만 이건 장난도 아니고 단순히 널 아끼는 감정에서 나온 것도 아니야. 좋아해.

 

 아카아시는 들고 있던 수건을 다가오던 보쿠토에게 내던졌다.

 

 '에에-! 아카아시 뭐하는 짓..!'

 

 곧 울거같은 얼굴을 하곤 붉게 달아오른 두 뺨에 시선을 피하는 아카아시의 얼굴은 실로 희귀한 것이였고 보쿠토에겐 있어서 자극제 즈음 되려나.

 

 결국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품에 안겨 작게 중얼거렸다. 저 역시 좋아합니다, 당신을.

 

-

 

 보쿠토는 초조하게 이미 새벽 2시를 훌쩍 넘어가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늦어, 늦어. 

몇 일 전부터 저를 눈에 띄게 피하는 듯 해 둘 만 얘기해보려 해도 아카아시는 좀 처럼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아아- 어째서. 제가 무언갈 잘못이라도 한 걸까. 역시 그런가. 

 동기들과 술 자리가 있다는 문자 하나 이외에는 그 어떠한 것도 답해주지 않는 아카아시의 탓에 보쿠토는 불안하기만 했다. 늦게 올거라며 먼저 자라는 친절한 문자가 뒤를 따르긴 했지만 침대에 누워도 눈이 감기지 않았다. 억지로 눈을 감아보아도 자꾸만 어른거리는 얼굴에 뒤척이기를 수 십번. 결국 헤드에 기대 앉아 벽에 걸린 시계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삑. 삑. 삑. 삑.

 

도어록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보쿠토는 시선을 방 문 너머로 옮겼다. 멀쩡히도 걸어들어오는 모습에 안심되어 한숨을 놓는 보쿠토였다. 역시. 동기들 돌려보내주고 온걸테지. 다행이다.

 

 "아카아시. 늦었잖아."

 "...뭐야, 안 잤어?"

 "으응..? 아- 어. 늦길래.."

 

 목소리는 그다지 풀린 감각이 없었다. 반말이라니. 평소라면 두근거리라도 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라면 어쩐지 다른 의미로 두근거렸다. 내뱉는 투도 거칠기만 했다. 뭐야.

 

 "아카아시, 취했어?"

 "아니."

 "우선은 눕자, 응?"

 "야. 너."

 

 아카아시는 반쯤 치켜든 눈으로 보쿠토를 바라보았다. 취기에 옅게 달아오른 뺨이 였다. 외투를 벗어 바닥에 내던졌다. 보쿠토가 앉아 있는 침대 위로 풀쩍 올라와 네 발로 기 듯 다가가 보쿠토의 어깨를 쥐었다.

 

 "아,카아시?"

 "코타로."

 

 취했다, 취했어. 확실해. 풀린 눈이였다. 축축 늘어지기 마련인 몸일텐데도 불과하고 보쿠토의 어깨 위를 강하게 짓눌렀다. 힘 없이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진 보쿠토는 제가 모르는 아카아시의 모습에 당황스러울 뿐이였다. 코타로, 라니. 그렇게 애원해도 불러주지도 않던 이름인데 이럴 때 부르는건가.

 

 "아카,아시. 늦었고하니 자자. 응?"

 

 아이 달래는 말투로 천천히 아카아시의 뺨을 쓰다듬어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보쿠토를 아카아시는 평소의 무감각한 얼굴로 내려다보더니 오른쪽으로 조금 고개를 비틀어 입을 맞췄다.

 어리광인가 싶은 마음에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석연찮은 기분은 뒤로 제쳐 두고 혀를 섞었다. 기세 좋게 달려든 것 치고는 얌전한 아카아시가 한 편으로는 귀여워 작게 웃었다. 잠시 후 아카아시가 먼저 떨어졌다. 옅은 숨을 내쉬며.

 

 "코타로, 코타로."

 "응, 나 여기 있어."

 "코타로는, 나 싫은거야?"

 "엑- 무슨 소리야, 그거."

 "그치만- 코타로는,"

 

 다시 짧게 키스했다.

 

 "나랑 자지도 않는걸."

 

 툭 하고 무언가 끊기는 기분이였다. 보쿠토는 어버버 거리며 다음 말을 생각했지만 아무 것도 떠오를 턱이 없었다. 

 

 "나 자고 있을 때 혼자 처리하곤 말이야."

 "어,어째서 아는거.. 윽..!"

 "괘씸해. 코타로."

 

 아카아시는 비웃음에 가깝게 웃어보이며 보쿠토의 하체에 손을 대었다. 검지로 위아래를 찬찬히 훑더니 이내 손에 쥐었다. 세게. 아아- 잠시만, 아,아카아시..!

 

 "뭐, 난 그럴 가치 없는 건가."

 "아,아니,아니. 아카아시-. 그런게 아니..라"

 "이것 봐. 그런데도 이렇게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응?"

 

 아카아시는 소리내어 작게 웃더니 얼굴을 가까이 했다.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보쿠토를 비웃기라도 하는 모양새로 입술에 제 입술을 마주했다.

 

 "아,카..아시는..! 이게 불만, 이 였던거야..?"

 

 아카아시의 키득거림이 멈추었다. 당연하잖아.

 

 "명색이 연인이라는데 말이지, 눈치도 없고. 코타로 말이야. 아- 혹시 잘 상대는 아니였구나, 나. 그냥 플라토닉? 즐기는건가. 그런건가."

 

 보쿠토는 손에 쥐고 있던 시트를 놓고 아카아시의 허리와 어깨에 팔을 둘러 뉘인 뒤 아카아시 위에 올라탔다. 순식간의 일이였다. 당황할 법도 했다. 취해도 아카아시는 아카아신가. 보쿠토는 그리 생각했다. 풀린 눈으로 올려다보더니 이내 검지로 제 턱선을 주욱- 그어보였다.

 

 "뭐야. 코타로."

 

 여전히 히죽거리고 있었다.

 

 "아카아시, 잘 들어. 난 아카아시 엔조이따위로 만나는 것도 아니고 잘 상대가 아니라고 보는 것도 아니야. 나 진심으로 좋아해. 오랫동안 좋아했다고."

 "으흠-."

 "그러니까 좋아한 만큼 아껴주고 싶은 것 뿐이야. 나라고 싫은 줄 알아. 참는 거지. 아카아시가 나 온전히 받아들여줄 때가 좋은거야. 힘으로 몰아붙이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난 단지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마.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품에 끌어안았다. 지금 제가 안고있는 아이가 제게 너무 벅차서. 주고 또 주고 줘도 모자라서. 심장이라도 튀어나갈 것만 같아서.

 

 "코타로."

 "응."

 "좋아해. 많이."

 "응."

 "그러니까 나 불안하게 하지마."

 "응."

 

 보쿠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마주한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다고 보쿠토는 생각했다. 아카아시는 제 팔을 보쿠토의 목에 감아 아래로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보쿠토는 순종적인 아카아시의 모습에 사랑스런 아이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타액을 섞었다. 뜨거운 숨이 오갔고 감정이 들끓었다.

 

 "눈 앞에 하나가 중요하다, 라고 했지. 코타로가."

 

 보쿠토는 잠시 멍 하니 유혹하듯 예쁘게 웃어보이는 아카아시를 내려다보았다. 

둘은 키득거렸다. 확실히 그렇지.

 

 "급한 불은 꺼야지."

 

 그럼 사양않고.

 

 맹금류를 빼닮은 그 금빛 테가 빛났다. 입맛을 다시며 보쿠토는 길게 웃었다. 아카아시도 다를 바 없었지만.

 

Fin.

 

-

 

처음해보는 전력인데, 에에- 저질러버렸다

다들 금손러시던데, 어떻햌ㅋㅋㅋㅋㅋㅋ 에라 몰라

 

반말하는 아카아시가 보고싶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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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붉은빛바다님

 

-

 

 

 끈덕지게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크게 휘저어 보이며 달큰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싫었다. 한 입 크게 베어물면 달달한게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봄 내음이라도 물씬 날 것만 같은 옅은 벗꽃빛 머리칼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항상 그 머리칼을 헤집어놓고야 손을 떼어냈다. 그것도 꽤 거칠게. 

그렇게 언제나 저만 봄인것 같았다.

 

 왠지 울렁이는 기분이였다.

 

-

 

 "맛층 여기야, 여기."

 

 오이카와 특유의 미성이 마츠카와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어이쿠- 대단하셔라.

딱 보기만해도 가게 안의 여성의 눈빛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저 자태란. 저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 앉아있는 이와이즈미에 감탄을 금치 못 할 뿐이였다. 애초에 술은 무리라며 카페에서 만나자던게 이와이즈미 였던 탓에 할말이 없는 처지이려나. 손을 흔드는 오이카와와 옆에 앉아 휴대전화 화면에 시선을 내리꽂은 이와이즈미에게 번갈아 시선을 주며 마츠카와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아아- 오랜만."

 

 여전히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이와이즈미의 어깨를 툭 치니 이어폰 줄이 흔들렸다. 아- 정말, 맛층 왔잖아. 오이카와의 타박과 함께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며 고개를 들었다. 나 왔다고, 이와이즈미 하지메군. 

 

 "마츠?"

 "어?"

 

 푸하하-. 오이카와는 폭소했다. 저가 찾던 이와이즈미가 아닌 새하얀 살결에 애정 묻어나는 눈에 옅은 분홍이 아닌 검정. 봄이 사그라들었다.

 

 "하나..마키?"

 "아-응. 오랜만이네."

 

 하나마키는 어색하게 볼 언저리를 긁적이며 작게 푸스스 하고 웃었다. 마츠카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하나마키의 머리칼을 응시했다. 오이카와는 웃음을 참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이와이즈미는 이제야 도착해 이해 못할 건장한 사네놈 셋이 풍기는 괴상한 분위기에도 당연하다는 듯 오이카와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푸흡- 이와쨩, 나 살려, 줘..!"

 "뭐라는거야, 쿠소카와."

 "아-이와이즈미 오랜만."

 "어, 염색한다더니 진짜 했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반응에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뭐-라는 얼굴을 한 이와이즈미에 다시 하나마키를 바라보니 시서을 피하는 탓에 한숨을 폭 내쉬며 제 머리를 헤집는걸로 헤프닝은 마무리를 지었다.

 

-

 

 지치지도 않고 쉴 새없이 조잘거리는 오이카와 덕에 의외로 카페의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물론 여성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지만. 모처럼이니 이와이즈미도 받아주는 듯 보였다. 마츠카와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시선이 가는 새까맣게 번진 머리칼에 기꺼이 시선을 내어주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웃어넘기기 일쑤였다.

 

 "야, 한 잔하자."

 "에에- 하지만 이와쨩,"

 "술 안된다는게 너였잖아."

 "아, 그거라면 이제 됐어. 검사 끝났어."

 

 오늘일거라고 생각도 못 했고, 뭐.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가 몇 마디를 덧붙였지만 결국 뻔한 결말이였다. 또 쓸데없는 소리나 하지, 쿠소카와! 그치만, 그치만! 이와쨩 술은 안된, 아악- 아파, 이와쨩. 

 

 "너흰 변하질 않는구나."

 "쿠소카와 때문이야."

 "이와쨩 때문이야."

 

 너 이리와. 잘못했어 이와쨩!

 

 하나마키는 실없이 웃으며 그런 둘을 바라보았고 마츠카와는 까만 머리카락에 빠져있다 씩씩 거리며 카페를 나서는 이와이즈미와 그 뒤를 따라 가는 오이카와를 보고 잔을 정리하고 가게를 나섰다. 물론 하나마키가 먼저 간 둘의 짐을 들고 나오는 걸 보고 다시 들어가 빼앗아들긴 했지만 말이다.

 

 간단하게 어디서나 볼법한 호프 집에 들어서 자릴 잡으니 이제서야 마음이 놓이는 기분에 작게 웃으며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어깨 위로 팔을 걸쳤다.

 

 "마츠. 우리 아직 술 안마셨어."

 "안 취했습니다."

  

 키득이며 어깨에 기대오는 하나마키를 마츠카와는 잠시 바라보았다. 목 부근에 닿아오는 간질거리는 감각에 푸슬 웃었다.

 

 "뭐야-. 뭐야, 진짜?"

 "뭐가."

 "마츠, 키 더 컸어?"

 

 고교시절 부활동 쉬는 시간이나 버스에서 곧 잘 기대여오는 하나마키 였기에 그런가 싶으며 잘 모르겠다 답하니 절대 컸어, 90은 되겠어, 부럽잖아-. 라면서 작게 투정이다.

연신 부럽다며 마츠카와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를 꾹 꾹 눌러보았다 뒤집어보기를 반복하며 손도 예뻐같이 낯 간지러운 말을 잘도 했다.

 마츠카와는 손을 내어주었다 하나마키에게 손을 대보라며 서로 맞대자 이젠 한 마디는 차이가 나는 손에 크긴 컸다라고 실감하며 하나마키의 손에 깍지를 꼈다.

 

 "히로는 그대론가봐."

 

 마츠카와는 새하얗게 얽힌 하나마키의 손가락을 응시했다. 답 없는 하나마키의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얼굴을 마주하니 시선을 내리깔고 아랫입술을 작게 깨물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급히 손을 떼어내며 미안, 하고 걱정스레 하나마키를 바라보았지만 하나마키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 나. 잠시 화장실 좀."

 "아. 응. 다녀와."

 

 하나마키가 급히 자리를 뜨자마자 오이카와는 마츠카와를 타박했다.

 

 "에에- 맛층, 너무해."

 "내가 뭘."

 "맛키도 참. 맛층, 잘못했지?"

 

 오이카와의 말에 되묻기도 전 주문했던 자질구레한 안주부터 잔까지 나온 탓에 흐름이 끊겨버렸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하나마키의 자리에 마츠카와의 시선이 앉았다.

 

 "히로, 데려올게."

 "잠시만, 잠시만! 이와쨩 부탁해."

 "쿠소카와가."

 

 이와이즈미는 싫은 내색을 보이면서도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싱글벙글 웃으며 꽃받침 까지하고는 이와쨩 다녀와요- 라더니 이와이즈미가 제 눈에서 벗어나자마자 돌변해서는 마츠카와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맛층-."

 "낯간지럽게 뭐."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어보이며 제 잔을 들어보였다. 우선은 건-배.

 아아- 저 얼굴. 또 휘말리는거 같단 말이야.

 

 "맛층은 맛키 어떻게 생각해?"

 "뭐야, 히로가 나 좋아한다고 있는데 니가 이어주려는 것처럼 보이는 멘트는."

 

 글쎄? 오이카와는 금세 표정을 풀어 다시 환화게 웃어보였다.

 

 "아- 뭐야. 벌써 시작한거야."

 "너 이러려고 나 보냈냐."

 "그럴리가 없잖아, 이와쨩도 참."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보이는 하나마키였지만 마츠카와는 눈가가 붉어져만 보였다. 물론 아무 말도 하진 않았다.

 

 "자- 그럼 건배!"

 "쿠소카와만 빼고."

 "그래, 그거 좋다."

 "찬성."

 

 겍- 너희들 정말 너무한거 아니야? 이 오이카와씨가 아니였더라면 오늘 이 자리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투덜거리는 오이카와는 아무래도 좋았다. 셋은 그렇게 생각했다.

 

-

 

 "그래서 말이야아- 이와쨩,"

 "쿠소카와 취했다."

 "에에- 그럴리가 없잖아아. 우리 이와쨩도 이렇게에- 멀쩡, 하잖아-."

 "말꼬리 늘이지마라. 죽는다."

 

 처음부터 너무 빠른 페이스로 시작해버린 오이카와는 생각보다 잘 버티는 듯하다가도 금세 취기에 나른해져 이와이즈미의 팔을 부여잡고 찡찡거렸다. 넌 어떻게 취하면 말이 더 많아지냐고. 이와쨔아앙-. 좀 닥쳐, 제발.

 저 둘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꽁트가 따로 없으니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와 시시덕거리며 제 앞에 맞은 편에 앉은 둘을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다시 잔에 입을 가져다 대었을 즈음 하나마키가 어깨 위로 기대어왔다. 마츠카와는 잔을 내려두고 고롱거리는 하나마키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으우- 잠투정마냥 얼굴을 찌푸렸다.

 

 "히로 차 가지고 왔어?"

 "차는 개뿔, 면허증 따지도 않았을걸?"

 

 대답을 바랬던 상대가 아닌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답변에 마츠카와는 오징어 다리를 잘근잘근 씹고 있는 이와이즈미에게로 시선을 내던졌다. 그는 제 팔을 끌어안다시피하고 있던 오이카와를 떼어놓은 채 였다. 역시 이와이즈미. 마츠카와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하나마키의 팔을 제 어깨 위로 두르며 손을 들어보였다.

 

 "그럼 간다."

 "조심히 들어가라."

 "수고하고."

 

 마츠카와는 지갑을 꺼내들자 이와이즈미는 그냥 가라며 손짓해보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좀 나올텐데? 어차피 오이카와가 살건데 뭐.

 테이블을 벗어날 즈음 이와이즈미는 마츠카와를 불러세웠다.

 

 "어이, 마츠카와."

 "아-?"

 "하나마키. 머리 안어울려."

 

 잠시 멍 하니 이와이즈미를 바라보더니 허탈하게 웃어보였다.

 그런건 본인한테나 말하라고. 진짜 간다.

 

 마츠카와는 조수석에 하나마키를 앉히고 도롱도롱 잠이 든 얼굴을 한참이고 바라만 보았다. 짙게 번진 머리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어울리는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정말. 마츠카와는 이젠 검은 짧은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얽혀보였다. 싫다. 여전히 부드러운 감촉에 정말 아무런 향도 나지 않을 것만 같은 색감도. 그에 반해 그와는 별개로 은은하게 코 끝을 맴도는 달큰한 향까지. 세상 모르고 곤히 잠든 얼굴도 싫었다. 마츠카와는 푸슬 웃으며 제 겉옷을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아- 싫다.

 

 그의 입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

 

 하나마키가 잠에서 깬건 마츠카와가 목적지인 오피스텔에 도착하고 한참 후의 일이였다. 살짝 뒤로 젖혀진 채 벨트는 풀려있었고 코트를 덮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시동을 끄고 핸들을 지지대 삼아 턱을 괸 채 하나마키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어?"

 "에- 깨우지 그랬어. 미안하게."

 "깨우기 미안할 정도로 잘 자길래."

 

 요즘 피곤했어? 다정하게 물어오는 마츠카와의 탓에 하나마키는 시선을 피하며 어두워서 다행이라며 되내였다. 상체를 일으키며 코트를 반 쯤 접어 마츠카와에게 건내었다. 고마워. 물론 인사도 잊지 않았다.

 휴대전화 화면을 켜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 버스 끊겼으려나. 라 중얼거리자 마츠카와는 괴었던 팔을 풀었다.

 

 "자고 가."

 "엑- 그거 미안하잖아. 민폐야."

 "괜찮으니까 자고 가."

 

 무리무리, 손을 절레절레 저어보이며 발치에 치이는 제 크로스 백을 들었다.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손목을 잡았다.

 

 "내일 쉬잖아."

 "아니, 진짜 괜찮으니까 태워준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데."

 "그럼 집까지 태워줄게."

 "아니. 진짜 괜찮다니까 마츠."

 

 마츠카와는 그러쥔 손목을 세게 쥐었다. 아아- 아파, 마츠. 잠시만.

 

 "머리, 왜 염색했어?"

 

 끙끙거리며 신음을 내뱉던 하나마키의 표정이 굳었다. 마치 사형선고라도 받은 양.

 

 왜 까맣게 했어, 응?

 

 "그, 아-..그냥..했어. 기분전환 겸해서. 오,오래동안 그 머리였으니까 질리기도 했고 말이야. 응, 그거 때문에..했어."

 

 마츠? 나 진짜 가봐야 돼. 버스 끊겨, 정말로.

 

 아아- 또다.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버릇을 하나 알고 있었다. 팀메이트인 만큼 징글맞게 붙어지냈고 죽이 맞아 잘 놀곤했다. 그래서 인지 쓸잘데기 없다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떠올렸다. 떠올릴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나마키는 거짓말을 할 때 똑바로 눈을 바라보고 웃는다.

 

 "집은 태워다줄게. 그러니까 대답해."

 "아니아니, 마츠. 괜찮다니깐. 대답, 했잖아."

 

 그렇게 웃지마. 거짓말 하지마. 아닌 척 하지마. 괜찮다고 말하지 마. 숨기지 마. 히로.

 

 "나, 니 머리 싫었어. 근데, 이건 더 싫어."

 "마,마츠?"

 "하나(花)마키가 아니라 쿠로(黑)마키라도 된거 같아. 싫어."

 

 눈썹이 아래로 쳐진 채 곤란하다는 듯 저를 바라보는 하나마키를 보는 마츠카와의 시선은 너무나도 올곧았다.

 

 "마츠..이 얘긴 다음에 하,"

 "나 너 싫어."

 

 싫다고. 웃는 것도. 옆에 기대는 것도. 나랑 눈 마주치곤 도로 피하는 것도. 무의식에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다른 사람한테 예민하게 구는 주제 내 앞에서는 잘도 흐트러지는 것도. 지금 아무 변명도 없이 내 말 다 듣고 있는 것도. 우는 거 보여주는거 그렇게나 싫어하면서 지금 울고 있는 것도. 진짜, 다 싫어.

 

 마츠카와는 그러쥐고 있던 하나마키의 손목을 놓고 뒷목을 받친 채 입술을 맞대었다. 감지않은 눈에 하나마키의 눈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결코 밀어내진 않았다. 어깨 위로 올린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일까.

 마츠카와는 천천히 떨어진 채 입술을 핥았다. 것 봐. 빈틈 많은 것도 싫어.

 

 "마..츠?"

 "싫어."

 

 마츠카와는 조수석을 뒤로 젖혀버리며 하나마키의 뺨을 부여잡고 입 맞췄다. 싫어. 그러니까 차라리 내가 다 집어 삼켜버릴래.

 

 "히로, 내 히로로 돌아와."

 

 하나마키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집요했다. 눈물자국을 엄지로 문질러주며 눈가에 짧게 입을 맞춰주며 말했다.

 

 "처음에는 그냥 관심이였는데 깨닫고 보니까 좋아하고 있었어. 웃어주는 것도 좋아. 이름으로 너도 모르고 부르는것도 좋아. 기대는 것도 좋아. 나랑 눈 마주치곤 도로 피해서 얼굴 붉히는 것도 좋아. 내 앞에서만 어리광 부리는 것도 좋아. 그냥 좋아. 봄 닮은 니가 너무 좋아. 그러니까 내 봄이 되어줘. 히로."

 

 말을 끝으로 하나마키는 울음을 터뜨렸다.

 

 울지마, 내 히로. 내 봄.

 

fin.

 

(+ 나중에 하나 달래고 염색 진짜 왜 했냐고 물었을 때 우물쭈물 하다가 고등학교 때 마츠가 내 머리 안좋아하는 줄 알았단 말이야, 라면서 찡찡.

마츠가 머리 헝클이던거 마음에 안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고. 그거 듣고 마츠는 속으로 모에-!! 하고 외쳤으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늦었지만 생일 너무 축하드려요 바다님 큐큐큐큐큐ㅠㅠㅠㅠ

이거 엄청 오래 붙잡고 쓴건데 망했다...원래도 망했을텐데 오늘 유독 더 망했..

 

평범한 머리색이면 어떨까에서 시작한 마츠하나였습니다

호되게 혼내주세요...쿨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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