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흑염소 님 트위터 입성 축하 기념 글/늦어서 죄송합니다

 

키워드 ; 방금 좀 위험했어

 

(하나하키 소재 ; *하나하키 병은 짝사랑하면 꽃을 토해내는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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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그것은 무의식에서 흘러나온 한 가닥의 실과 같은 것이였다. 단순한 실보다는 새끼 손가락에 운명 끼리 엮여 있다는 붉은 실 즈음 될 법했다. 물론 그는 동급 여자들이나 좋아할 법 한 운명이라던가 미신이라던가는 믿지 않는 편이였다. 관심조차 없었다. '붉은 실' 전설이라면 흔히 그런 것이였다.

 

 '나는 결코 알 생각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저 우연찮게 귀에 들려와 어쩌다보니 알게 된 것이다.'

 

 지금 떠올리자니 영 쓸모없는 얘기는 아니였다만 이러나 저러나 귀찮을 뿐이였다. 빌어먹을 꽃 덕분에 잠도 못자고 있는 터였다. 당연히 수면 부족에 시달려야했고 컨디션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수업 때 이미 자고 있는 자신이라 하여도 정해진 수면 시간에서 벗어나는 일은 꽤나 까다로운 것이였다. 무시하고 자면 되잖아? 따위의 제 멍청한 파트너의 조언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고 싶어도 수북히 차오르는 꽃송이들은 간단히도 제 숨통을 죄여오는 덕이였고 기어코 손가락으로 휘저어 빼내야만 했다. 목 안을 간지럽히는 얇은 꽃잎을 비집어 꺼내면 제 타액에 축축히 젖어 늘어진 나태의 형체를 이루는 곤욕일 뿐이였다.

 

 푸른 자양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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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간에서 말하기를 '동경' 과 '애정' 은 전혀 다른 것이다. 접점이 없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하여 굉장한 접점이 있다 이르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물론 죄다 부정할 순 없었지만 어디 시립 도서관에서 엄청난 두께에 먼지가 쌓인 고전적이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국어사전을 펼쳐보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다.

 

 그건 아무리 배구 이외 알지 못하는, 알려고 하지 않는 그라 할지라도 눈에 훤히 보이는 '사실' 이였다. 한자를 떠올리기 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지는 모른다 하여도 그의 활기 넘치는 파트너가 묻는다면 고민할 새도 없이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바보' 를 연호할 것임이 틀림없었다.

 사실 상 그의 세상은 배구와 제 자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외 부수적인 것이라면 주위를 겉돌 뿐이지 결코 중심부는 커녕 외곽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을게 뻔했다.  

 그는 자신에게 솔직한 편에 속했다. 어디 까지나 천연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할 부분이였지만 그는 지나치게 솔직한 면이 있었다. 아직 덜 컸다는 애틋한 어른의 시선이 아닌 더러운 이면을 알기 시작한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는 소년과 청년의 사이보단 아이와 소년의 선에 머무른 채였다. 그렇기에 솔직하지만 그것이 진심으로 제가 느끼는 것인지 조차 구별하지 못하기도 했다. 미숙한 감정이란 것이다.

 

 그는 오이카와 토오루를 동경했다.

 

 이것 만큼은 결코 부정하지 않았고 기정사실이였다. 아직 물기어린 제 눈으로 담은 그는 중심이였다. 빛이였다. 그에 비해 저는 벼랑 끝에 서 있었고 이름을 빼닮은 그림자에 불과했다. 그가 되지 못하여 이런 류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였다. 단지 조금 초조할 따름이였다. 제 자신도 모를 그런 다급함. 저 아래서 부터 걷어차 올라오니 사방으로 가로막혀 밀려드는 기분이란 그리 유쾌할 수 없었다. 가라앉으면 그 아래 풍경이 너무도 뻔해서 그게 더 싫었다.

 왠지 모를 배덕감에 휩싸여 역겨울만큼 푸르른 것들을 바라보건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그르 돌고 마는 것이였다. 금세 소매로 훔쳐내며 알 것 없다는 얼굴로 거울 너머 저를 노려보면 간단히도 비웃고 말았다.

 

 용기조차 없는 애송이.

 

 알아.

 

 욕실 전등이 깜빡였다. 속이 울렁였다. 비적비적 걸어나와 방으로 건너들어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어느 센가 익숙해져 버린 습관에 좀 전까지 긁어내던 목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차가워. 분명 낮동안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헤집어져 무언가 무의식에 집어 오르려는 감각에 이불 위로 쓰러졌다. 배를 끌어안았다. 찬 것만 집어먹은 것 마냥 차가웠다.

 

 간단히 휴대전화 플립을 열어 버튼 두어 개만 누르면 되는 일이다. 휴대전화라는 게 그런 것이였다. 그런데 제 용도로 쓰이질 못하는 비통함이 떨림이 되어 손가락 너머로 울렸다. 참고 견디다 버티다 못해 결국 작은 플라스틱을 누르면 수신음이 들리기 마련이다.

 

 [예, 오이카와 토오루 입니다-] 

 

 코 끝까지 차오르는 자양화의 향기에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막았다. 소름 끼치도록 새초롬한 향에 눈 앞이 핑그르르 하고 돌았다.

 

 [으흠- 여보세요?]

 

 혓바닥을 덮기 시작하는 얇은 수술과 잎사귀에 헛구역질 할 수 밖에 없었다. 새어나오는 신음마저 삼킬 수 밖에 없었다. 토비오? 좀 처럼 눌리지 않는 조잡한 버튼을 몇 번이고 내리찍고서야 통화는 끊어졌다. 물론 마지막 말이야 들렸지만.

 

 끝으로 쏟아지는 푸른 자양화에 그는 눈물도 함께 쏟아내야만 했다. 빌어먹을 만큼 온전한 모양새인 꽃송이 하나를 집어들며 소리 죽여 비명을 내질렀다. 짝사랑이란게 그랬다. 수없이 부서지고 조각조각 찢어져도 그 속에는 아직 온전히 감정을 끌어안고 있는 제가 있음을 찾아내고야 만다는 것.

 그는 가만히 온전한 꽃을 도로 입 안에 집어 넣었다. 씹지도 않은 채 삼켜버렸다. 얄팍한 것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미묘한 감각. 이렇게 삼켜버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작게 중얼거렸다.

 

 그의 세상은 배구와 제 자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소중한 것을 감싸기 위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중심은 자신조차 잠식시켜버렸다. 플립조차 닫지 않은 채 '통화 종료' 라는 안내가 떠있는 화면에 다 잠긴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오이카와 씨. 전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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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자양화=수국입니다! 이 쪽 어감이 더 마음에 들어서..쓰면서 수국으로 바꿔야하나 하고 엄청나게 내적갈등했습니다

 

꽃말이 "당신은 아름답지만 차갑다." 이고 여기서 이 글이 시작했습니다. 진단 메이커 씨 도움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시작이 반이라니

 

뭔가..음- 죄송합니다

 

사실 얘네 안파는 애들이라 공부하고나서 썼습니다

만족....하실련지 나도 모르겠다..

 

이제 뒷감당 어떻게 할지 궁리나 해보겠습니다

Dive to Blue

 

다시 한번 우리 존잘님의 트위터 입성을 축하드리며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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