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아카 전력 60분 ; 문신

 

(네임버스/봌앜 성인/주제가 탈선해버렸습니다..)

-

 

*아카아시 케이지의 경우

 

 이름을 지웠다. 빨갛게 부어올라 따끔거리는게 마음에 들었다. 차라리 이 편이 좋았다. 흉하게 일그러진다해도 그게 마음 놓였다. 내일이면 또 다시 지워야겠지만 한결 가벼워진 기분에 만족스러울 뿐이였다. 남은 것은 이 만족감과 함께 가만히 앉아 전화를 기다릴 곳을 찾는 것이다. 지금쯤이면 분명 잔뜩 열 올라 익숙하게 번호를 찍어 통화버튼을 누르고 싶어 안달일 테니까 말이다. 낯선 곳까지 들어와버려 천천히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야했다. 굳이 돌아갈 길을 찾지 않아도 알아서 잘도 찾아올 그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골머리가 울렸다. 조금 더운 봄이였다. 골목을 나서면 큰 길이 나올 터 였고 그 길을 온통 햇볕이 들었다. 단순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눈이 아파오는 것만 같아 골목의 그림자 진 벽에 몸을 기대었다. 손 안에 울리는 진동에 휴대전화 화면을 뒤집어보니 어김없었다. 뭐라고 할까요, 당신은.

 

 "네."

 [너 가만히 있어. 알아들어?]

 

 그렇겠죠. 당신이란 사람은. 어느 세 익숙해진 왼쪽 갈비뼈 언저리의 쓰라림에 대충 그 부근을 쥐어잡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케이지. 대답.]

 "네."

 

 케이지, 라고 불렀으니 날만큼 화는 난 상태임이 틀림 없었다.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은 두 가지 뿐이니까, 지금처럼 무척이나 화가 난 상태이거나. 관계 도중. 이내 전화가 끊기고 더 이상 그가 있지 않다는 소리 아닌 소리가 울린다. 아-. 아마도 오늘은 조금 더 혼날지도 모르겠네요, 저. 힘 없이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 흡사 우는 사람마냥 다리를 끌어안고 그 위에 고개를 파묻었다. 얼른 와 주세요, 보고싶지만 보고싶지 않은 사람아.    

 

 그와 만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어릴 적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보내져왔다. 놀랍게도 발신인은 일본 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의 가문 이름이였다. 보쿠토 가(家). 편지 내용은 이랬다. 막내 아들에게 '아카아시 케이지' 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으니 아들의 이름 주인을 찾고 싶다, 혹여나 보쿠토의 이름으로 이름을 가진 '아카아시 케이지' 는 연락을 달라는 얘기였다.

 편지를 받은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물었다. 케이지는 그 이름이 누군지 알고싶니? 어린 내게 그것은 금단의 것과 같았다. 가족 중 유일한 발현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혹여나 어린 것이 상처받지 않도록 함구령을 내리셨고 가족 내에서 또 다른 발현자셨던 할머니만이 이름에 관해 이런 저런 말씀을 해주시곤 하셨다. 어린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작게 웃으시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거셨다. 그 다음 날 어딘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게에서 '이름' 을 드러냈고 그 뒤로는 무어라말씀을 나누셨는지 몰랐다.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일주일 후 난 당신을 만날 수 있었다. 보쿠토 코타로. 보쿠토 가(家)의 막내아들이자 내 이름의 주인. 천진난만하던 그 모습에 어딘가 동요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

 

 손목을 잡아끌린다. 이름이 말끔히 지워진 흉부가 아려온다. 눈가가 시큰해진다. 위를 올려본다. 당신이 있다. 아-.

 

 "보쿠토 씨."

 "일어나."

 

 억지로 끌어올려져 일어났다. 여전히 잡힌 손목보다 좌측 흉부가 더 뜨겁다. 당신은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돌아가 운전석에 자리를 잡는다. 문이 닫힌다. 나를 바라본다.

 

 "이번엔 또 왜 지웠어?"

 "죄송합니다."

 "이유라도 말해보라고, 케이지."

 "죄송합니다."

 

 난폭하게 걷어져 낱낱이 드러난 표피 위로 당신의 손이 닿는다. 양껏 부어오른 모양새에 당신은 미간을 구기며 엄지로 한 때, 적어도 오늘 아침까진 있었던 이름이 사라진 자리를 쓴다. 목 아래서 신음이 터진다. 것 봐. 차가운 살갗 위에 뜨거운 입술이 닿았다.

 

 "이러면, 또."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신음에 당신은 만족스레 웃는다. 아-.

 

 "이름같은 건 드러날 텐데 그런걸로 가려도 소용없어. 제일 잘 알잖아."

 

 다시금 검게 피어오른 이름에 셔츠를 끌어내렸다. 케이지, 여기 봐. 커다란 손이 뒷 목을 감싸고 숨결을 삼켜온다. 정각의 햇볕에 유난히 금빛 테가 두드러진다. 그 안에 삼켜질거 같아 눈을 감았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당신의 이름은 사실 심장에 새겨진게 아닐까, 하고. 너무 강해서 겉으로 드러나고만 건 아닐까, 하고. 그러니 지우고 지우고 또 지워내도 결국 손 길 하나에 도로 피어나는 건 아닐까, 하고. 마치 심장박동을 가만히 느끼고 있노라면 내 것이 하나가 아닌 두 개라는 착각마저 들 만큼 담담히 뛰는 내 것과는 다르게 여기 있노라 라며 세차게 뛰어온다. 온전히 받고싶지만 받을 수가 없어 그저 지워낼 뿐이다. 지우면 모를테니까. 잠깐 아픈걸로 잊을 수 있으니까. 그럴테니까.

 

 난 당신을 지운다.

 

-

 

*보쿠토 코타로의 경우

 

 아카아시가 이름을 지웠다. 자주 있는 일이라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따끔거리는 이름 위의 통증보다 또 '내' 이름을 지웠다는게 싫었다. 그렇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화를 내어보아도 부탁을 해보아도 시선을 맞추었다 다음 날이면 또 금세 지우고 마는 아카아시가 싫었다. 이젠 버릇이라도 든 것마냥 업무 도중이면 빠져나가 당당히도 지우고 오는 것이였다. 처음 한 두번은 가까운 곳에 가서 지우고 다음은 조금씩 조금씩 멀리까지 가서라도 지우고 오는 모양이였다. 그게 싫었다. 강박증 처럼 지우는게 섬세하게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

 오늘도 그렇게 한바탕 일을 치루고 곤히 잠든 아이 위의 이불을 걷자 이름이 보였다. 보쿠토 코타로. 내 꺼.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흉부에 윤곽이 드러난 갈비뼈의 중간 정도에 자리한 이름이.

 

 본래 욕심이 많았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내 것이라면 빠짐 없이 이름을 적어놓곤 했고 덕분에 어머니께도 꽤나 혼이 났었다. 그리고 갈비뼈 언저리에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카아시 케이지. 이게 무엇이냐 물었을 때 상대는 내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태어날 적부터 내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그런 걸 들은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있을리가 없잖아.

 

 아카아시를 만났을 땐 전율했다. 이제껏 느껴던 그 모든 소유욕을 더해도 이 보다 더할 순 없다고 그 작은 아이에게 떠오른 이름을 보고 생각했다. 내 아이.

 

이름을 쓸다 그 위에 짧게 입 맞추었다.

 

 "보쿠토...씨."

 "미안, 깼어?"

 

 눈가를 손으로 가리며 더 자, 괜찮습니다 라며 그 위에 자기 손을 살포시 얹어놓는다. 졸린 음색이였다. 새벽에 잠들었으니 당연한 걸지도.

 

 "당신은, 절. 사랑하는게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당신은 저에게 새겨진 이름을 사랑하는 것 뿐입니다."

 "케이지."

 "당신은 새겨진 이름으로 들려오는 심자박동을 사랑하는 것 뿐입니다."

 

 여전히 졸음기가 섞여있었다. 그렇다면 본심인걸까.

 

 "그러니, 당신은 절 사랑하는 것 따위가 아닙니다."

 "그런 말 하지마."

 

 손가락이 얽혀왔다.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러니 그만두세요."

 

 손바닥을 적셔오는 물기에 졸음이 달아난 목소리에는 어느 세 울음기가 뒤섞여있었다.

 

 "케이지. 난 케이지 사랑해."

 "아닙니다."

 "사랑해."

 "거짓말."

 "사랑해."

 

 케이지, 사랑해. 손을 맞잡으며 들어내자 붉어진 눈가가 드러났다. 그마저 사랑스러워 입 맞추었다. 눈을 감고 받아들이던 아카아시는 이내 손을 뻗어 목에 감아온다. 어리광.

 

 "좀 더."

 "응."

 

 좀 더 원해주세요. 얌전히 입을 벌려온다.

 

 케이지. 케이지. 케이지. 케이지. 케이지. 원해. 좀 더. 갈비뼈가 아려올 만큼 세차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내 것인가. 네 것일까.

 

난 네게 새겨 넣었다.

-

 

에에- 나,나도 모르겠습니다..흠-

왜 자꾸 잘 쓰다 잘못 빠지는거냐고오오오오오오오ㅗㅗ오ㅇ...쿨쩍))

 

사실 어리광st가 보고팠습니다..음....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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