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하나 전력 60분 ; 나도 내가 불쌍해

 

(사리살짝 배틀로얄 AU/사망소재 有/주제는 하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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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였을까.

 

 철 들지 못한 칠칠맞은 어린 것의 한소연도 넋두리도 뭣도 아니다. 그저 사람의 위로라는게 절실해질 뿐이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응. 오늘도 괜찮아. 절대. 괜찮다고. 괜찮은거 맞아? 아니, 괜찮아. 진심이야, 그거? 아-. 그래, 그럼 괜찮겠지.

 

 그럴리가 없잖아. 

 

 한 없이 쏟아지는 비가 억울해 울지도 못했다. 왠지 비따위 핑계로 울기 시작한다면 다시는 떳떳하게 고개들지 못할게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그저 그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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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마키가 죽었다. 생각보다 잔인하진 않다고 마츠카와는 생각했다. 아니 정정하자.하나마키가 자살했다. 생각보다 잔인하진 않다고 마츠카와는 생각했다. 최후의 방편이랍시고 제가 쥐여준 잭 나이프로 손목을 그었다. 고요한 죽음이였다. 그는 섬에서 이루어진 살육의 흔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지트와 정반대 편인 해변가의 나무에 기대 잠든 것 마냥 눈을 감고 있었다. 세심한 선택이였다. 아지트가 발각되지 않도록 일부러 엉뚱한 방향에 자리잡았고 사체를 처리하기 쉽도록 해변을 택했다. 간단히 바다로 흘려보내면 끝날테니 편할 것이였다. 혹여나 발자국이라도 남을까 바다와 닿는 바위가 가까운 곳에 그 때 발각이라도 될까 수풀이 우거진 곳이였다. 참 그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마츠카와는 간이 침대에 누워 작게 눈을 끔뻑였다. 역겨운 체액을 뒤집어 쓴 채 였지만 그다지 신경쓰진 않았다. 뭐- 어때. 이제 끝인걸. 마츠카와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있는 하나마키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정하자. 여전히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있는 하나마키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미안.

 

 발가락을 까딱였다. 오늘은 조금 시원하네. 그리 중얼거리며 마츠카와는 볼 안쪽 살을 작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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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츠카와가 하나마키를 만난 것은 괴상한 섬에서의 일이다. 이유도 모른 채 어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수트를 차려입고 선글라스에 인이어를 낀 무서운 얼굴을 한 사람들에게 붙들렸었고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이곳이였다, 따위의 뻔하지만 있을리가 만무한 전개였다. 그리고 실제로 일어났다. 마츠카와 잇세이란 남자는 천성이 그랬다. 가방 속 내용물을 확인하고 생존 가능성을 가늠했다. 행동보단 관찰로 룰을 익혀나갔고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한 발 앞에서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물론 개인 대 다수는 확실히 불리했지만 말이다. 네 명을 시작으로 승률계산이 아닌 본능적으로 몸이 튀어나갔고 그 뒤를 무리가 쫓았다. 갈림 길에서 그는 아지트와 반대 방향을 택했고 배급가방을 들고 익숙치 못한 길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리기엔 리스크가 너무도 컸다. 절벽의 끄트머리에 걸린 배급가방을 건져내느라 이미 체력적으로 무리인 상태였고 무엇보다 저에겐 '동료' 가 없었다. 협공에 온전히 혼자서 대치해야만 했다. 위험해. 살육이 허용되는 섬. 단 하나만이 살아서 이 섬을 나갈 수 있다. 빌어먹을 정도로 간단한 룰이였다. 약육강식.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그의 뒤를 쫓던 발 빠른 선발대 즈음 되는 한 명이 마츠카와를 따라잡고 등을 팔꿈치로 찍어내렸다. 급격한 스피드에 둘은 나뒹굴었고 마츠카와에 비해 멀쩡한 사네는 금세 일어나 마츠카와의 허리 언저리를 발로 눌러 손쉽게 제압했다.

 

 '너- 어지간히도 발, 빠르네. 하아- 죽겠다아-'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마츠카와의 어깨에 걸린 배급가방을 가로챘다. 남의 것은 뺐는게 아니지. 못 배우셨나. 확실히 마츠카와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상대도 좋지 않았다. 함부로 덤벼들었다간 도망칠 기회조차 사라질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공복 상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틀 째. 먹지 못하면 죽는 것까진 허풍일지 모르겠지만 서바이벌에서 곤란한 위치에 서게 될 것만은 확신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급가방이 그에겐 절실했다. 그는 항상 왼쪽 팔뚝에 감아놓은 잭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그리 세게 밟고 있는 것이 아니였으므로 충분했다. 망설임없이 사네의 발목을 찔렀다. 사네는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비명을 질렀지만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급가방. 마츠카와는 사네의 위에 올라타 목을 그었다. 피가 튀었다. 남의 거, 가로채면 벌 받는다고? 사네는 경련을 일으키며 바람가득한 비명을 지르다 이내 잠잠해졌다. 마츠카와는 명치 부근을 손바닥으로 쓸며 다시 뛰었다. 남은 건 셋이였다. 불리해. 벌써 따라붙은 또 다른 남자에 마츠카와는 이를 악 물었다. 위치를 들키는건 싫지만 어차피 불리한 위치라면 살 길부터 찾아야했다. 그는 안전핀을 물고 뽑아 뒤돌아 저를 향해 달려오는 사네에게 달려들었다. 우선은 발. 사네의 가슴팍을 걷어차고 재빨리 소형폭탄을 던졌다. 그리곤 다시 뛰었다. 최대한 멀어져야한다. 사정권 안에서 벗어나야한다는게 첫 번째 이유였고 아직 남은 둘의 추격을 피해야하는게 두 번째 이유였다. 폭발음이 귓가에 쟁쟁히 울리는걸 보면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못한 것이였다. 젠장. 마츠카와는 작게 읊조리며 잠시 멈추어 숨을 골랐다. 박수소리가 들렸다. 짝짝짝.

 

 '대단한걸, 둘이나 순식간에 죽여버리다니.'

 '어디서 부터 예상 범위였어?'

 

 호오-. 이미 그의 앞에 서 있는 둘에 마츠카와는 비릿하게 웃어보였다. 읽힌건가. 아니다. 세번 째 밤, 그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결코 두뇌 타입은 아니였다. 그렇다면 옆인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저어- 둘 밖에 안남았으니까 동료로 같이..'

 '무슨 소리야, 우리 애들을 둘이나 죽였는데? 동료따위 말이 될리가 없잖아, 멍청아.'

 '하,하지만..아- 알았어.'

 

 지금. 마츠카와는 배급가방을 떨구고 잭 나이프를 수평으로 뉘인 채 직선으로 달려들었다. 복부에 한 번. 그대로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목을 짓밟고 그 위에 올라타 양쪽 관자놀이를 부여잡고 한 번에 목을 꺾었다. 힘을 견디지 못하고 뼈가 부러지는게 손 끝으로 느껴졌다. 마츠카와는 그대로 뒤집어 셔츠를 찢어 심장 부근과 명치를 차례로 깊게 찔러넣었다. 그리곤 제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역겨운 체액도 닦아내었다. 물론 옆으로 번지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지만 땀과 섞여 비스므리하게 볼만했다. 그는 비적비적 일어나 배급가방을 다시 집어들고 덩치의 시체 옆에 돌아와 털썩 앉아 가방을 열었다. 약. 간단한 음식. 옷가지. 도끼. 물. 밧줄. 괜찮네. 마츠카와는 주먹밥 하나를 꺼내들어 여전히 멍한 남자에게 내밀었다.

 

 '먹어.'

 '예, 예...?'

 '줄게. 필요할거 아니야.'

 '저- 저, 왜 저는 살려주시는 거죠.'

 

 마츠카와는 그의 손에 주먹밥을 쥐여주며 가방을 고쳐맸다.

 

 '그야, 넌 사람 못 죽일 눈을 하고 있으니까.' 

 

 같이 갈래?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뭐야. 하나마키 타카히로, 입니다. 에- 마츠카와 잇세이. 아- 그, 저..잘 부탁드립니다. 이쪽이야 말로.

 

-

 

 하나만이 살아나갈 수 있다. 그것은 유일한 규칙이였다. 단 하나. 하나마키는 발목을 다쳤고 전력이 되지 못하였다. 애초부터 그를 받아들인 것은 전력을 늘리기 위한 것도 동료를 모은 것도 아니였다. 단지 온기가 필요해서 였다. 그저 오랫동안 사람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았다. 이 섬에서 유일한 '사람' 이였기에. 마츠카와는 하나마키가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더럽고 무섭고 힘든 일은 다 제가 할테니 옆에 있어달라고만 하였다. 미끼 역할을 부탁하지도 않았고 자료를 수집해오라거나 배급가방의 위치조차 알려달라 하지 않았다. 정말 그저 곁에 머물러 달라고.

 물론 하나마키도 그렇게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제 고집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해냈다. 적의 위치를 알려주고 무기를 손질해놓고 배급가방 조달도 가끔 했다. 다만 마츠카와에게 혼이 났다. 위험한 일 하지말라며. 그게 미안하고 서운하기도 했지만 내심 고마웠다. 그랬기에 좀처럼 그만둘 수 없었다. 모처럼 가방을 들고 온 날이면 마츠카와 역시 들고와 키득거리곤 하였다. 그런 날이면 거하게 한 상을 차리고 말하면서 후회할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말이야. 그때,'

 '하나, 키스해도 돼?'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옆으로 살짝 고개를 비틀어 입술을 맞대었다. 하나마키는 피하지 않았다. 놀랜 기색이 있었지만 밀어내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이거 허락하는걸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지? 아마.

 

-

 

 하나마키는 곧잘 말했다. 벛꽃이 보고싶다고.

 마츠카와는 곧잘 말했다. 하나마키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마츠카와는 제 옆에 나란히 앉은 하나마키의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하나, 난 말이야. 잡은 손은 차가웠다. 왜 그래야 했어. 마츠카와는 작게 웃었다. 이제 끝이였다. 이 살인쇼도 막을 내렸다. 내일이면 헬기가 최종 생존자인 저를 데리러 섬에 올 것이 틀림없었다. 주최측에서도 그렇게 알려주었으니 거의 확실했다. 재밌네. 사람끼리 본성 드러내면서 죽고 죽이게 만들어 놓고 마지막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막대한 상금이 주어진다니. 요즘은 사람 목숨같은거 돈으로 쉽게 살 수 있으니까 그 정도 주려는 속셈인지도 모르겠다. 잘 죽여주셨습니다, 같은건가.

 새벽녘 맑기만 한 달에 비친 하나마키는 슬프게도 아름다웠다. 여전히 손목 부근만이 붉게 물든 채였지만 그 마저 황홀했다. 마츠카와는 살풋 웃으며 제 오른 손목을 하나마키의 잭 나이프로 그었다. 하얀 선이 그이고 그 사이로 핏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하나, 알아? 여기 우리가 처음으로 섬에 와서 놀았던 곳이다. 그 때 너 물 튀기고 혼자서 좋다고 애처럼 신나서는. 재밌었는데 그치?

 

 "하나, 보고싶었어."

 

 마츠카와는 묘한 두통에 하나마키의 어깨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 앞에는 제 사랑스런 연인이 두 팔 벌려 저를 맞아주고 있었다. 벛꽃, 보러 가자. 우리. 그러자, 잇세이.

 

 마지막으로 눈에 비친 것은 옅은 분홍빛이 흩날리는 벛꽃 뿐이였다.

 

-

 

전력, 전력, 전력.. 에에 내일 두 탕 뛰어야 하는건가, 그런건가..!

 

언제나지만 주제는 두둥실!! 하핫! 나도 몰라..짐승....짐승....흐어

 

요즘 배틀로얄을 자꾸 외치다보니 생긴 폐해인가 봅니다//나중엔 진짜 좀비물 튀어나오겠다....ㅂㄷㅂㄷ

 

마츠카와가 하나마키에게 하나마키 동료..?급 애들 혼자 처리하고 살려주는게 보고싶었을 뿐입니다, 진짭니다, 쿨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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