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아카 전력 60분 ; 진도

 

(대학생인 보쿠아카 나옵니다/동거라기보다 기숙사)

 

-

 

 아카아시 케이지란 남자를 말하자면 정사각형이였다. 적어도 보쿠토 코타로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비춰졌다. 학업우수. 외모준수. 바른행실. 곧은성격. 기타 등등.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아카아시는 범접할 수 없는 인물이였다. 이런 사람을 두고 팔방미인이라고 하려나. 보쿠토는 곧잘 그리 떠올리곤 했다. 물론 두어 해를 같이 같은 학교 선후배로, 배구부 팀메이트로 지내며 인간미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인간미까지 갖춘 완전체에 가깝다고 멋대로 정정해버렸지만 말이다. 

 그래서 인지 보쿠토는 아카아시에게 장난스레 '아카-아시. 사귈래? 진짜 잘해줄게.' 같은 터무니없는 농담을 내뱉었고 코노하들에게 야유를 받곤했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다. 싫습니다. 그 말을 뱉는 목소리조차 단아하다고 생각하며 질리지도 않고 또 덤벼들고 하는게 보쿠토의 후쿠로다니 시절 기억이였다.

 

 보쿠토 코타로란 남자를 말하자면 선이였다. 아카아시 케이지는 그렇게 단언했다. 종 잡을 수 없는 행적을 이루어 말해보면 간단히 도형따위로 비할 수 없는 사람이였다.  굳이 고르라 하여도 어떠한 도형이 될 수 있는 선을 고집했다.

 난조 페이스를 비롯해 하루는 다섯살 배기 어린 아이마냥 굴다가도 저도 모르게 살기를 풍길 때도 있으니 결국 그 장단에 맞춰주는게 아카아시의 일이였다.

 그 난잡한 페이스에 휘말릴 것만 같다가도 말 한 마디에 도로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것이 일상이였고 숨 막힐 것만 같은 금빛 테의 눈동자에 다시 빠져들곤 했다. 그저 그 뿐이라고 말하지만 속으로 보다 아름답다고 자신에게 되내이곤 하는게 아카아시의 후쿠로다니 시절 기억이였다.

 

 

 "단순하네요."

 "응, 뭐가?"

 

 아카아시를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으며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고 중얼거렸다. 재차 떠올려보아도 보쿠토는 참으로 단순무식하기 그지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좋다고 생각이 꼬리를 물었지만 딱히 상관없다고 되내이며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에 자리한 반지를 만지작 거렸다. 보쿠토는 결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눈 앞의 하나가 중요하다. 배구부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모토 즈음이라도 되려니 싶었다. 아카아시는 제 머리를 헤집으며 제 앞에 서 저를 내려다보는 보쿠토와 눈을 마주했다. 탐탁치않았다.

 

 "보쿠토 선배."

 "응."

 "저희 남자거든요."

 "알아."

 

 뭘 알고 있다는 걸까. 미간을 구기며 그의 뒤로 내비치는 후광에 그림자져 보이지 않는 보쿠토의 표정을 머릿 속으로 그렸다. 어떻긴 어때,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이겠지. 보쿠토에 관해서는 길게 생각할 필요없었다. 아카아시는 그와 3년이라는 고교 시절을 온전히 보내고도 그로 모자라 대학 2년 마저 함께 보내고 처지였다. 모를리가 없었다. 전공법 밖에 모르는 건가, 이 사람.

 

 "반지, 물론 감사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티내고 싶진 않습니다."

 "어째서? 싫은거야? 역시 그런거지?"

 

 아니요, 아니요. 아카아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동시에 손까지 저어보였다. 싫을리가 없지 않은가. 아카아시라고 독점욕이 없을리가. 아니, 생각보다 자신의 독점욕에 놀라는 턱에 온전히 가지고 싶다고, 내 소유였으면 좋겠다고 그리 떠올리는게 허다 했지, 그게 보쿠토에 비해 밖으로 표출되지 않을 뿐이였다. 오히려 기뻤다.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이렇게 정직하게 한 대 얻어 맞을 줄이야. 아카아시 실버계열이 더 좋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걸로 했는데 맘에 안들어? 그게 아니라니까요. 

 확실히, 깔끔한게 제 타입이긴 했다. 큐빅 없는 말끔한 실버계열의 링. 안 쪽에 조금스레 새겨진 이름은 코타로, 였다. 화려한 걸 선호하는 보쿠토의 입장에선 한 발 물러서 준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아카아시는 한숨을 폭 내쉬더니 다시 보쿠토를 올려다 보았다. 어느새 제 체온을 옮겨받은 반지를 만지작 거리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학교에서는 빼도 괜찮겠습니까?"

 " 오우- 당연하지!"

 

 곤란해할걸 배려해준 걸까. 의외로 간단히도 승락해버리는 보쿠토의 탓에 아카아시는 허탈하기 그지 없었다. 이럴거면 이제까지의 대화는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런 속과 달리 겉으로 야금야금 새어나오는 웃음이란건 참기 꽤 힘든 것이였다. 아카아시. 예. 좋아해. 그런가요. 뭐야, 제대로 답해줘. 싫습니다. 뭐야-그거 오랜만에 듣잖아. 아니아니, 그래서 답은?!

 

-

 

 아카아시가 보쿠토와 연인이 된지는 2년 째에 접어들었다. 저와 같은 대학에 오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그리 노래를 부르더니 수험 일주일 전에 불쑥 찾아와 빨리 대학에 오라는 터무니 없는 말을 했다. 물론 지금 준비하는거 망쳐서 다른 학교가 가도 좋다면 얼마든지 옆에 있으라는 아카아시의 선전포고에 꽤 조용히 돌아가긴 했지만 말이다. 약속 아닌 약속의 덕택인지 아무 메세지도 전화도 답 없던 아카아시는 대학 배구부 신입생 환영회 때 모습을 드러냈다. 후쿠로다니 출신은 보쿠토 혼자 였기에 그 아무도 상황을 몰랐지만 정말로 문자그대로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끌어안고 훌쩍였다. 안오는줄 알았다나 뭐래나.

 그 후로 고교 시절과 오버랩 될 정도로 자율 연습을 했고 달라진게 있다면 기숙사 였기에 통금 시간을 맞춰야 할 따름이였다. 무리해서 방을 바꿔 같은 방을 쓰게 된 덕분에 아카아시만 죽어나는 꼴이였다. 물론 과는 달랐으므로 훈련 정도였지만 그것 만으로 직사광선을 온전히 받아내는 것이였고 대단한 것이였지만 말이다.

 

 고백은 타이밍 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입학 후 일주일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자율 연습 도중 아카아시의 토스를 크로스 스파이크를 내리꽂으며 말했다.

 

 '역시 아카아시 토스는 좋아.'

 '몸에 익으셨으면 편한거겠죠.'

 '그리고 역시, 나 아카아시가 좋아.'

 '단어, 빼먹으셨습니다.'

 '나 아카아시가 좋아. 아카아시 케이지가 좋아.'

 

 이미 짝사랑의 형태로 애정을 이어오던 아카아시에게 있어 이 보다 달콤한 것도 없었겠지만 아카아시 케이지다.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럴리가 없다면서. 물론 그 직사광선을 무슨 수로 피하리. 무작위로 그저 좋다며 답을 기다리는 보쿠토의 표정이란 아카아시에게 있어 꽤 심장 떨리는 것이였다. 

 나, 아카아시가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는 것도 싫고 말이야. 다른 사람 보는 것도 싫어. 다른 사람하고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는거 보면 열 올라. 나 멍청한거 알아. 하지만 이건 장난도 아니고 단순히 널 아끼는 감정에서 나온 것도 아니야. 좋아해.

 

 아카아시는 들고 있던 수건을 다가오던 보쿠토에게 내던졌다.

 

 '에에-! 아카아시 뭐하는 짓..!'

 

 곧 울거같은 얼굴을 하곤 붉게 달아오른 두 뺨에 시선을 피하는 아카아시의 얼굴은 실로 희귀한 것이였고 보쿠토에겐 있어서 자극제 즈음 되려나.

 

 결국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품에 안겨 작게 중얼거렸다. 저 역시 좋아합니다, 당신을.

 

-

 

 보쿠토는 초조하게 이미 새벽 2시를 훌쩍 넘어가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늦어, 늦어. 

몇 일 전부터 저를 눈에 띄게 피하는 듯 해 둘 만 얘기해보려 해도 아카아시는 좀 처럼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아아- 어째서. 제가 무언갈 잘못이라도 한 걸까. 역시 그런가. 

 동기들과 술 자리가 있다는 문자 하나 이외에는 그 어떠한 것도 답해주지 않는 아카아시의 탓에 보쿠토는 불안하기만 했다. 늦게 올거라며 먼저 자라는 친절한 문자가 뒤를 따르긴 했지만 침대에 누워도 눈이 감기지 않았다. 억지로 눈을 감아보아도 자꾸만 어른거리는 얼굴에 뒤척이기를 수 십번. 결국 헤드에 기대 앉아 벽에 걸린 시계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삑. 삑. 삑. 삑.

 

도어록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보쿠토는 시선을 방 문 너머로 옮겼다. 멀쩡히도 걸어들어오는 모습에 안심되어 한숨을 놓는 보쿠토였다. 역시. 동기들 돌려보내주고 온걸테지. 다행이다.

 

 "아카아시. 늦었잖아."

 "...뭐야, 안 잤어?"

 "으응..? 아- 어. 늦길래.."

 

 목소리는 그다지 풀린 감각이 없었다. 반말이라니. 평소라면 두근거리라도 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라면 어쩐지 다른 의미로 두근거렸다. 내뱉는 투도 거칠기만 했다. 뭐야.

 

 "아카아시, 취했어?"

 "아니."

 "우선은 눕자, 응?"

 "야. 너."

 

 아카아시는 반쯤 치켜든 눈으로 보쿠토를 바라보았다. 취기에 옅게 달아오른 뺨이 였다. 외투를 벗어 바닥에 내던졌다. 보쿠토가 앉아 있는 침대 위로 풀쩍 올라와 네 발로 기 듯 다가가 보쿠토의 어깨를 쥐었다.

 

 "아,카아시?"

 "코타로."

 

 취했다, 취했어. 확실해. 풀린 눈이였다. 축축 늘어지기 마련인 몸일텐데도 불과하고 보쿠토의 어깨 위를 강하게 짓눌렀다. 힘 없이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진 보쿠토는 제가 모르는 아카아시의 모습에 당황스러울 뿐이였다. 코타로, 라니. 그렇게 애원해도 불러주지도 않던 이름인데 이럴 때 부르는건가.

 

 "아카,아시. 늦었고하니 자자. 응?"

 

 아이 달래는 말투로 천천히 아카아시의 뺨을 쓰다듬어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보쿠토를 아카아시는 평소의 무감각한 얼굴로 내려다보더니 오른쪽으로 조금 고개를 비틀어 입을 맞췄다.

 어리광인가 싶은 마음에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석연찮은 기분은 뒤로 제쳐 두고 혀를 섞었다. 기세 좋게 달려든 것 치고는 얌전한 아카아시가 한 편으로는 귀여워 작게 웃었다. 잠시 후 아카아시가 먼저 떨어졌다. 옅은 숨을 내쉬며.

 

 "코타로, 코타로."

 "응, 나 여기 있어."

 "코타로는, 나 싫은거야?"

 "엑- 무슨 소리야, 그거."

 "그치만- 코타로는,"

 

 다시 짧게 키스했다.

 

 "나랑 자지도 않는걸."

 

 툭 하고 무언가 끊기는 기분이였다. 보쿠토는 어버버 거리며 다음 말을 생각했지만 아무 것도 떠오를 턱이 없었다. 

 

 "나 자고 있을 때 혼자 처리하곤 말이야."

 "어,어째서 아는거.. 윽..!"

 "괘씸해. 코타로."

 

 아카아시는 비웃음에 가깝게 웃어보이며 보쿠토의 하체에 손을 대었다. 검지로 위아래를 찬찬히 훑더니 이내 손에 쥐었다. 세게. 아아- 잠시만, 아,아카아시..!

 

 "뭐, 난 그럴 가치 없는 건가."

 "아,아니,아니. 아카아시-. 그런게 아니..라"

 "이것 봐. 그런데도 이렇게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응?"

 

 아카아시는 소리내어 작게 웃더니 얼굴을 가까이 했다.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보쿠토를 비웃기라도 하는 모양새로 입술에 제 입술을 마주했다.

 

 "아,카..아시는..! 이게 불만, 이 였던거야..?"

 

 아카아시의 키득거림이 멈추었다. 당연하잖아.

 

 "명색이 연인이라는데 말이지, 눈치도 없고. 코타로 말이야. 아- 혹시 잘 상대는 아니였구나, 나. 그냥 플라토닉? 즐기는건가. 그런건가."

 

 보쿠토는 손에 쥐고 있던 시트를 놓고 아카아시의 허리와 어깨에 팔을 둘러 뉘인 뒤 아카아시 위에 올라탔다. 순식간의 일이였다. 당황할 법도 했다. 취해도 아카아시는 아카아신가. 보쿠토는 그리 생각했다. 풀린 눈으로 올려다보더니 이내 검지로 제 턱선을 주욱- 그어보였다.

 

 "뭐야. 코타로."

 

 여전히 히죽거리고 있었다.

 

 "아카아시, 잘 들어. 난 아카아시 엔조이따위로 만나는 것도 아니고 잘 상대가 아니라고 보는 것도 아니야. 나 진심으로 좋아해. 오랫동안 좋아했다고."

 "으흠-."

 "그러니까 좋아한 만큼 아껴주고 싶은 것 뿐이야. 나라고 싫은 줄 알아. 참는 거지. 아카아시가 나 온전히 받아들여줄 때가 좋은거야. 힘으로 몰아붙이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난 단지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마.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품에 끌어안았다. 지금 제가 안고있는 아이가 제게 너무 벅차서. 주고 또 주고 줘도 모자라서. 심장이라도 튀어나갈 것만 같아서.

 

 "코타로."

 "응."

 "좋아해. 많이."

 "응."

 "그러니까 나 불안하게 하지마."

 "응."

 

 보쿠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마주한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다고 보쿠토는 생각했다. 아카아시는 제 팔을 보쿠토의 목에 감아 아래로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보쿠토는 순종적인 아카아시의 모습에 사랑스런 아이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타액을 섞었다. 뜨거운 숨이 오갔고 감정이 들끓었다.

 

 "눈 앞에 하나가 중요하다, 라고 했지. 코타로가."

 

 보쿠토는 잠시 멍 하니 유혹하듯 예쁘게 웃어보이는 아카아시를 내려다보았다. 

둘은 키득거렸다. 확실히 그렇지.

 

 "급한 불은 꺼야지."

 

 그럼 사양않고.

 

 맹금류를 빼닮은 그 금빛 테가 빛났다. 입맛을 다시며 보쿠토는 길게 웃었다. 아카아시도 다를 바 없었지만.

 

Fin.

 

-

 

처음해보는 전력인데, 에에- 저질러버렸다

다들 금손러시던데, 어떻햌ㅋㅋㅋㅋㅋㅋ 에라 몰라

 

반말하는 아카아시가 보고싶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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