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려는 공X등대지기 수//리버스 다이죠부하다(!)


00) 

뭘 해야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사실. 으음 그래서 그냥 역시 예술가가 좋다고

그래서 미술이나 음악 이냐 였는데 둘다 좋은데에에ㅔㅔㅔㅔㅔ 갸아아ㅏㅏㅏ 피아노가 좋아 피아노

아니야아ㅏㅏㅏ 둘다 좋아 바이올린이라던가도 좋고 오히려 지휘라던가


뭐든간에 모종의 이유로 손을 다치는게 가장 유력하지만 뇌에 이상이라던가로 손이 파르르르르르르르ㅡㅡ

겁내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잘 나갔는데 그렇게되고나서 집에 틀혀박히고 


가지고 있던 악기건 도구건 다 던지고 부수고 난리


그러다가 한적한 시골이나 가서 자살해야지 워후 하시는데

알고보니 등대였고 적당히 뛰어내리거나 하면 되겠다 하고 사전 조사에 만족스러워서 돌아가고 

다시 돌아오니까 시도할려고 하는데 뒤에서 꽉 끌어안음 당해서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어요!!! 돌 많다고요!!!! 다이빙은 다른데서 하세요!!!!" 라는 첫만남



01))

뭐 결론은 클리셰처럼 이케저케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림/음악을 좋아해준 사람이고

막 인터뷰 했던거 같은거 들려주는데 차마 그거 전데요 라는 말 못하는것도 좋다


그래서 결론은 언젠가 써먹어야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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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야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 


(뱀파이어AU 라고해도 사실 별거없습니다, 존재 정도)


-


 "어째서 저런 녀석이란 말입니까."


 "이건 수치입니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되먹지도 못한 것이.."


 "달리 방도가 없는건 사실이잖아요."


 "더러운 녀석."


 생애 첫 기억은 유감스럽게도 질타에 불과했다. 그리 달갑지도 않았지만 연유를 알 도리도 없이 쏟아지는 말 하나하나가 표피를 찢고 진피를 가르며 비참히 도살당하는 기분. 이대로 갈가리 분해되서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던건 꼬박 태어난지 다섯 해가 되던 해였다. 평범하게 죽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속좋게 내뱉을 처지가 아니였다. 일가 전체가 한패이자 공범이나 나름없었다. 죽으라고, 이참에 죽어버리라고. 이렇게 비참하게 구질구질하게 사느니 눈 질끈 감고 죽어버리라고. 어차피 니까짓게 뭐라고 꼬맹이 하나 죽는다고 일가가 살라지지도, 명예가 사그라들리도 없다고. 사실이였다.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진실. 그 점이 한층 아래까지 발목을 잡아당겼다. 

 용케 지금까지 살아있노라 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젠 뭐 살아있는게 무슨 대수냐. 뱀파이어 라는 어중간한 지위의 형태로 태어나게 되면 좋든 싫든 대부분은 영생을 누리게 된다. 도중 살해당해버리는 녀석들은 제외 대상에 불과하지만. 그런 영생의 생물이라 해도 어리석은건 어쩐지 다를리가 없는 모양이였다. 본래 핏줄을 타고난 왕가에 대한 불복종으로 모든게 뒤집히고 죽고 죽이는 약육강식에 끌려가던 천년 전쟁에서 결국 왕가는 한 놈도 남김없이 멸족해버리는 일이 벌어졌고 결국 상급가문에 속하는 다섯 가문이서 골고루 챙겨먹게 되었다. 권력을 위해 피 뿌리던 싸움은 가문 싸움으로 번지게 되자 수장을 거부하는 이들 역시 생겨났다. 겨우 삼일전하 따위를 위해 영생을 버리지는 못했던 모양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가 수장 자리에 오를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수장이 되기위해선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했다. 첫째, 순혈일것. 둘째, 적자일것. 셋째, 일족과 닮지 않을것. 납득가지 않는 마지막 조건은 사실 뭉뚱그려 적당히 이름을 붙인 것이였다. 유별나게 일족 중 신체적으로 타고난 놈들이 존재한다. 주로 색으로 두드러지는데, 눈, 머리카락, 피부, 손톱, 입술 등에 군데군데 색이 묻어나기도 한다. 


 코즈메 일가는 지배가문 중에서도, 뱀파이어 일족 중에서도 유별나기로 유명한 가문이였다. 대체적으로 익사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는 만큼 물에 저항을 가지는 법인데 이 가문만은 친근히도 여겼다. 아마 일가에서 아무도 익사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항간에 돌지만 뱃놀이라던가 수영을 즐기는 탓에 그닥 흥미로운 취급을 받지도 못하는 모양이였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선조들부터 살아온 성 역시 해안 절벽에 지어져 있는데다 지배 영토는 두말할것도 없이 내해를 끼고 있다.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모를 인구가 덜 몰린다는 편안함을 위한 선택이였다지만 모종의 이유에서 몰려든 사람이며 뱀파이어에 의해 다음 수도 이전지로 확정이 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일가는 역대의 수장이자 영주들의 제 몫을 톡톡히 한 탓도 있겠지만 예외없이 고양이를 떠올리게 하는 얼굴 상을 가지고 있는게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곧잘 정체가 탄로나는 일이 벌어져 현지시찰도 어렵다고 퉁명스레 불만을 토로하는 일원들도 있었다. 유쾌하다고 웃어넘겨짚고 싶다만 현지시찰을 몸소 다니실 귀족나리는 그닥 존재하지 않는다. 보나마나 어디가서 인간 하나를 적당히 꼬시거나 잡아채 내장이나 뒤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게 뻔하니 골칫거리 민원에 불과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지배가문이서 상황보고나 필요에 따른 협상이나 불가피한 싸움을 피하기 위해 회의를 여는데, 가장 달의 정기를 잘 받는 날이기에 선호하는 모양이다만 그런 이유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모를 만월식을 가지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다음 회의 장소가 코즈메 일가이기에 얼마남지 않은 만월식 -을 빙자하는 호화로운 만찬식에 불과하다- 을 위해 이래저래 바쁜 듯 보이지만 수장인 켄마는 여전히 침실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오지 말라는 식의 협박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이 일은 친척에게 위임했기 때문이다. 가문 힘의 상징이자 권력과 명예를 내보이는 멍청한 짓거리라는 이유로 굉장한 세금을 낭비해대는게 사실이였다. 장소 물색이니 뭐니 하며 경비도 될대로 뜯어내가는것을 보면 단지 어딘가의 양아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원해서 황안 따위를 안고 태어난 것도 흑발도 아니였다. 남들처럼 일가의 이들처럼 평범하게 적안에 금발이고 싶었다. 적당히 타협보자면 차라리 인간으로 태어나 눈에 띄지 않고 살아가길 바랬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선이였다. 다만 그런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제 의사 반영따위 될리가 없는데 바란다는 사실이 조금은 우스우면서도 비참하게만 다가왔다.


 "수장님, 야쿠님께서."


 "-들여보내세요."


 일일이 따지자면 하나부터 열까지 죽음으로 결말을 내는 바람에 골치가 썩어들어가는 기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저 문 너머서 시녀가 말을 걸어올 때마다, 저 사람도 날 비웃겠지? 라는 뻔한 질문을 도로 던지고 있는 자신이였다. 돌아오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도 그게 어찌될지 알면서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묻고 또 묻고 되물으며 죄악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간단한 이유였다.


 "또 그러고 있냐, 넌."


 "아-."


 "아-, 가 아니라고. 회의 준비는 끝낸거야?"


 "적당히. 것보다 귀찮아."


 "귀찮아라고 해도 아무도 대신 회의에 참석해주지 않는다고. 게다가 이번은 주최니까 봐줄리도 없잖아."


 켄마는 고개를 반대방향으로 돌리며 시선을 회피했지만 별 의미없는 행동이였다. 어깨 한쪽이 안으로 우그러드는 스프링에 아래로 기울었다. 야쿠는 걸터앉은 채로 몸을 돌려 금세 검은 뿌리가 돋아난 짧은 단발 머리를 쓸어주었다. 예상 외로 가만히 있어주는 켄마에 신나게 세차레 문지르자 힘겹게 손을 들어 양가로 저어보였다.


 "전혀 안귀엽다고, 너 같은 애는."


 "귀엽고 싶지도 않아."


 "그건 니 입장이지. 형의 입장으로는 귀여울 나이에 좀 더 어린 애마냥 굴어도 된단 소리다."


 "-야쿠가 수장 했으면 좋았잖아."


 "여보세요, 있잖아요. 나 적자가 아니거든요."


 "적당히 윗사람 처리하면-"


 "애가 무서운 소리하고 앉아있네, 어."


 다그치는 말투에도 손은 여전히 머리카락의 끝자락을 오가고 있었다. 이리저리 흩어진 금빛 사이로 하얀 목덜미가 드러났다. 선명하게 자리잡은 검은 역십자가 위에 다시 손가락 끝으로 그어보이는 야쿠의 얼굴은 마냥 좋아보이지도 못했다. 저보다 어린 나이에 수장자리에 앉은 동생이 안타깝지 않을리가 없었다. 하다못해 허울 좋은 놈이였다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올리도 없었다. 제 부모를 포함한 일가의 일원들에게 겨우 네살배기가 자살을 강요당하는 그런 사태가 벌이진다는건 일가의 비밀이였다. 좋게 들릴리가 없으니 적당히 입막음이나 시켰겠지만 드러내기 치욕스러운 일임은 변함없다. 매번 용케도 살아주었구나 라는 아슬아슬함을 느끼며 방문 때마다 문이 열리고 옆의 시녀가 비명을 지르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건 어째서인지 당연스러웠다. 말수가 적은 것도, 타인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도, 일가에게 배신당했음에도 차마 그들을 쳐내지 못하는 것도, 볕 드는 날을 좋아하는 것도, 고집스러우리만큼 일가대면식에 불참하는 것도, 아이러니 하게도 누구보다도 가장 코즈메 가문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것도, 이 모든 걸 끌어안고 있는 작은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야쿠는 유감을 느끼면서도 조용히 옆에 있어줄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제 부모역시 이 아이더러 경박하다며 욕짓거리를 일삼고 독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시작이 결코 좋을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가만히 받아들인 쪽은 켄마였다. 성인식을 치루기 불과 일이어년 전, 끔찍한 소문의 진상을 알게 되었고 한밤 중에 무례라는 것을 알고도 쫓아들어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말그대로 치욕감에 가득차 최초로 코즈메 가문에서 익사 당하는 뱀파이어라도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잠 들지 못한 아이의 눈 아래는 길게 밤하늘이 이어져 있었다. 다만 별 같은건 존재치 못했다. 어쩌면 당연했다. 길고 긴 덕지덕지 배덕감이 묻어난 그의 고백에 켄마는 조용히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구부러든 마른 등을 끌어안아주었다. 


 '고마워.'


 단지 그 뿐이였다. 그리고 야쿠는 깨달았다. 코즈메 켄마가 수장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야쿠."


 "어-."


 켄마는 도로 고개를 돌려 야쿠를 올려다보았다. 지는 석양에 눈가를 찌푸렸지만 이미 반쯤 배게에 파묻혀있는 상태인지라 그 안으로 파고들기를 반복하다 들썩- 하고 어깨를 들었다 내리놓으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고마워."


-


 "코즈메-. 수고."


 "아. 아카아시."


 "별 시덥잖은걸로 이렇게 매번 불려오는거 꽤나 불쾌하지 않아?"


 "확실히."


 "제멋대로잖아. 곤란하다고, 이 쪽은 쌓인 일도 많고, 얼른 돌아가서 마저 남은것도 처리해야되고-"


 "북방은 힘들겠네."


 "곧 여름이잖아? 들떴다고 다들."


 "축제?"


 "응. 특히나 보쿠토 씨가."


 "보좌?"


 "응."


 "오늘은 안보였는데."


 "뻗어있어. 두고 오려했는데 따라오겠다고 생고집을 부려대는 바람에."


 아카아시는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최지가 남쪽이다 보니 반대가 거처인 아카아시네는 항상 그랬다. 

 

 냉혈인이라는 말은 북방민족에 의해 붙여진 이름인데 추위에 강해 극한지까지 담당하는 모양이지만 더위는 약한게 틀림없었다. 그런 사유에도 잘도 목끝까지 단추를 잠그고 예복을 차려입은 아카아시 케이지를 볼때마다 혀를 내두르며 저는 절대 그러지 못한다고 자신에게 신신당부해온 켄마였다. 흘낏 옆모습을 바라보면 짧은 곱슬기 도는 흑발에 적안이 보였다. 부럽다. 저 쪽은 흑발이평범이니까. 켄마는 마름침을 삼켰다.


 "아카아시."


 "응."


 "손 보여줄 수 있어?"


 "넌 매번 그러네."


 어쩔 수 없다는 양 아카아시는 손에 낀 장갑을 벗어 손끝이 잘 보이게 켄마에게 내밀었다. 꽤나 길게 자리한 검은 손톱을 몇번이고 매만졌다. 야쿠가 일전에 그만두라고 말했었지만 괜찮다는 아카아시의 말에 한숨만 이어졌다. 흥미를 잃은 듯 손을 놓으면 도로 장갑을 끼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아야 했다. 같은 족이지만 고혹적이라는 말만이 남았다. 


 "눈에 띄는 편이 좋지 않아?"


 "그닥."


 "난 다들 좀 더 화려한 편이 좋았다고들 말하는데 말이야."


 "부럽다구, 그런 거."


 "그치만 난 코즈메 눈, 좋아해."


 "난 싫어."


 "그야 본인은 싫은 법이지."


 "수장따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야."


 "하긴. 코즈메는 이런거 귀찮아하는 타입이잖아."


 "나도 북방에 갈래."


 "안돼. 춥다고 북쪽은."


 "곧 여름이랬잖아."


 "넌 남쪽 출신이니까- 게다가 너 햇볕 드는거 좋아하잖아."


 "응."


 "그럼 그건 기각."


 "싫네."


 아카아시는 푸스스 웃으며 잠시 눈을 맞추었다. 


 "있잖아, 코즈메. 선물이 있어. 받을래?"


 "글쎄- 귀찮은건 싫은데."


 "그런 류는 아니니까 걱정마."


 "뭔데."


 "인간."


 "-인간?"


 "응. 하프인데 일처리도 잘하고 제2 보좌."


 "보쿠토 씨는 어떻게 된거야."


 "제1 보좌라고 해도 사실 명목상이잖아. 약혼잔데 뭐."


 "그런건 아니지만, 아니 됐어."


 "그래서, 받을래?"


 "하프라고 해도 와닿지도 않고. 나 우리 일가 이외에는 본 적도 없고."


 "사실은- 위쪽은 알잖아. 인간들 살기 힘든거."


 "그거야 그렇지만.."


 "유민으로 넣기에는 하프다보니 걱정되는 것도 있어서 이것저것 부탁하기에는 니 사정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거야 그렇지만,"


 "원래는 중앙으로 보내려 했는데 요즘 하프들 유민들한테 천시받는거 알잖아. 중앙에선 얼마전에 연쇄 살인만지 뭔지도 있다더라고. 일만 커지게 말이야. 그래서 이참에 유능한 보좌나 두세요- 라는건데."


 "야쿠가 있잖아."


 "야쿠 씨는 보좌가 아니잖아. 아니면 정식 보좌로 임명했어?"


 "전혀."


 "여기 적성인데 정 안되겠으면 돌려보내. 그래도 난 괜찮으니까."


 "-알았어."


 "그럼 대충 해서 보낼게."


-


 "보낸다며."


 "역시 혼자는 무리랄까. 너희는 너무 잘 돌아다닌다고."


 침실을 습격받은 켄마는 여전히 이불에 파묻혀 기습해온 아카아시와 그 뒤의 인간을 주시했다. 늘 아카아시의 곁에 붙어다니는 보좌랑 엇비슷한 체격에 다시 보아도 흑발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눈을 떼지못하는 켄마를 바라보며 아카아시는 작게 웃었다. 보쿠토 씨가 아니란 말이야. 


 "소개할게, 제2보좌'였던' 쿠로오 테츠로 씨."


 "그런 과거형 소개는 그만두는게 어때?"


 "사실인걸요. 부정하지마세요, 모처럼의 이력인데."


 "아아 영광입니다, 도련님."


 "쿠로오 씨 그런 태도라면 분명하게 말하는데 이 면접도 불합격이고, 원래 직장에서도 목이 떨어진다고요."


 "그렇게 웃으면서 살벌하게 말하지마, 젠장. 무섭다고."


 "하프가 잘도 그런 말을 하네요. 겁내는 척이라도 해보세요. 웃기지도 않아요."


 몇 마디하지도 않았지만 드러나는 능구렁이 같은 구석에 켄마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아카아시의 본래 보좌와는 전혀 상반되는 타입이였다. 귀찮아보이는건 덤.


 "그리고 저쪽은 유명하디 유명하신 유능한 남쪽의 코즈메가 수장님이신 코즈메 켄마."


 "그런 낯부끄런 수식어 갖다붙이지마."


 "오- 길게 말했다."


 "아카아시.."


 "농담."


 "만나뵙게되서 영광입니다, 수장님."


 "수장님이라고 하지마."


 "에."


 "저랑 보쿠토 씨보다 힘들겁니다. 물론 다른 이유지만요."


 "우선은 해방이란 소리잖아. 우와-."


 "지금 실컷 기뻐해주세요. 부디."


 "아카아시는 웃는 얼굴로 그런 소리 잘하구나."


 "아, 이 사람이랑 보쿠토 씨랑 있다보니 저절로 몸에 익게 되버렸다고 해야할까."


 "무섭네, 그거."


 "쿠로오 씨, 축하드려요. 코즈메에게 무섭다 라는 소리 듣기 어려운데 말이죠."


 "오 좋은거냐."


 "네, 저도 반쯤 해방이니 멍청한 부엉이나 달래러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코즈메 그럼."


 "아카-,"


 "-가버렸네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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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츠시 (뇌피셸=캐붕요소 다분)

 

-

 

 

 "안녕."

 

 넉살도 좋았다.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걸 보니 천성인게 틀림없었다. 아쿠타가와는 지금 자신이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도 몰랐다. 복잡한 심경이였다. 그저 그 뿐이였다. 못본 사이 살은 더 빠진 모양이였다. 육안으로 보일 정도니 꽤나 고생한 듯 했다. 그렇다고 괴롭게 지냈을 녀석이 아니라는 사실에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이젠 다 지난 얘기라며, 추억이라며 중얼거리지도 못할 기억에 절로 뒷걸음질 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이럴 때만 제 말을 듣지 않는 몸은 원망스러웠다. 그러는 도중에 여전히 웃는 얼굴은 미완성된 단아함이였다.

 

 "어디가. 나 여깄어."

 

 아츠시는 두 손을 항복하는 양 들어보이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꺾더니 지긋이 바라보았다. 눈가 위를 가리는 검은 머리칼에 저도 모르게 제법 좋지않은 느낌을 받은 아쿠타가와는 마른침을 삼켰다. 악연이란건 만들지 말았어야했지만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못했다는 일말의 죄책감은 어쩔 수 없이 어딘가 안 쪽에 자리잡고 번져나갈 수 밖에. 제 감정 다루기엔 미숙하단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골 아픈 일까지 되리라는 감히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던 아쿠타가와였다. 늦겨울의 밤바람은 여전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 정류장에서 내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신통찮은 집의 온기가 그리도 그리웠건만 어째서인지 들여보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였다. 목까지 코트를 여민 저도 저였지만 눈 앞의 아츠시라면 겨우 셔츠 한 장에 얇은 가디건 차림이였다. 초겨울 나기에도 무리일 것만 같은 차림에 언제 올지도 모르는 자신을 겨울바람을 온전히 맞아가며 기다렸다는 사실이 분명 어딘가 신경 쓰이는 구석이였다. 다만 아직은 눈 앞에서 얼굴을 마주할만큼 가라앉은 것도 아니였다. 미동도 없는 탓에 복도의 전등이 잠시 꺼졌다. 아쿠타가와는 이유모를 마른침을 삼키며 코트 안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아 익숙하게 열쇠구멍 안으로 밀어넣어 돌렸다. 달칵. 말끔하게 열리는 문을 반 쯤 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아츠시의 목에 머리카락이 감겼다. 애써 고개를 저어가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폐부까지 스며드는 밤공기는 찼다.

 

 "안들어올거냐."

 

 머뭇거리는 발걸음에 문을 완전히 열자 조심스레 안에 발을 디뎠다. 현관의 끝자락에 걸쳐진 발에 살며시 문을 닫아 잠궜다. 그제야 보이는 녀석의 얼굴은 복도에서 마주한 것보다 허옇게 달아있었다. 핏기가신건 예전만 했고 눈 아래에 끌리는 앞머리가 그늘져 눈 밑에 자리한 다크서클과 같이 한껏 음산해보였다. 자그맣게 피어있던 홍조는 숨을 거둔 모양이였다. 기껏해야 귀와 코 끝이 빨갰다. 추위의 탓이 분명했다. 현관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건너편에 시선을 던지고 있던 아츠시가 제게 닿는 눈초리에 고개를 돌리자 자연스레 눈이 마주했다. 고개를 조금 위로 올려보았다. 힘겹게 웃어보였다. 키, 컸네. 까만 정수리가 보이는게 그 시절보다 작았다. 아쿠타가와는 구두를 벗어 제자리에 두곤 거실로 들어섰다. 소파 한 켠에 습관같이 서류가방을 내려놓았다. 그제 바꿔 눈 부신 형광등도 켰다. 느릿하게, 분주하게 움직여도 제게 붙은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탐탁찮은 기분이였다. 보일러를 틀고 외투도 벗어 던졌다. 도로 거실로 돌아오자 현관과 그 너머에 벽이라도 있는 양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불편해하는게 눈에 훤했다. 그게 싫었다. 뭐래도 다 싫을 것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쩔쩔매고 있는 저 모습이 보기 흉했다. 절로 인상이 구겨지는건 어쩔 수 없었고 머리 위 전등이 다시 한 번 꺼졌다. 센서니 움직이면 켜질텐데 역시 불은 도로 켜지지 않았다. 손바닥을 몇 번이고 문지르다 결심한 듯 다가서자 야트막하게 켜지는 소리에 움츠러든 아츠시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들어와. 겨우 현관의 끝에서 한 걸음 나왔을 뿐인데 눈동자가 이리저리 구르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놓길 반복하며 마른침을 삼키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고작 한 걸음에 불과했다.

 

 "있기 싫다면 호텔 잡아주겠다."

 

 "아니-. 있고 싶어."

 

 소리도 없이 조심스레 갈라진 가죽구두를 벗어 내려놓은 아츠시는 몇 번이고 망설이다 거실을 밟았다. 그와 동시에 아쿠타가와는 한숨을 놓았다. 겨우 이게 뭐라고 이러고 있는가 싶다가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에 금방 도로 수긍해버리며 마는 것이였다. 도무지 더는 기다릴 수 없을 감정에 이런저런 생각에 겹쳐 제자리서 무엇도 못하는 아이를 잡아 끌어다 거실 탁자 앞에 앉혔다. 급한대로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 끓기 기다리는 동안 자리에 앉았다.

 

 "다자이 씨는 알고있는거냐."

 

 "-아직."

 

 "내일 말씀드려라."

 

 "............"

 

 "싫다면 내가 전해놓겠다."

 

 "싫은거지, 이젠."

 

 실증과 슬픔과 분노의 어딘가와 같은 감정이였다. 실은 종합적으로 짜증에 가까웠다. 아츠시도 알고 있었다. 뻔히 알고 있었다. 좋은 소리 늘어놓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 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였다. 싫은 소리 들을 각오로 왔지만 마주했을 때 미미하게 떨리던 눈이 무서웠다. 더 이상 자신을 애정하지 않는 감정이 두려웠다. 그 자체만으로 제 존재에 혐오감이 들고 헛구역질이 올라올 지경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정한 사람이니 아니라고 말해줄 사람이였지만 진심은 무엇보다 잔혹한 법이였다.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그 말이 어째서 그리도 원망하면서 갈구하는지 저도 모를 노릇이였다. 뒤늦게 소름이 돋았다. 추웠다. 벌어진 가디건 사이를 좁히며 남는 팔 부근의 옷감을 쥐어짰다. 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랬다. 분명 파랗게 질렸을 것이다. 입술은. 그러길 바랬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렇게 얄팍한 동정심이라도 원하는건지도 몰랐다.

 

 "아츠시-"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끓어오른 것은 감정만이 아니였다. 허연 김을 뿜어내며 한계노라 말하는게 아쿠타가와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이 덜 끝났다하더라도 물을 뒤엎고픈 맘은 없었다. 좋은 핑곗거리였다. 무어라 답해야할지도 몰랐다. 처음부터 모른척하고 지나쳤다면 조금은 덜 아팠을게 분명해 묘하게 분했다. 그래도 결국 이리될 줄 알았기에 후회는 적었다. 그 편이 맘 놓이는건 어쩔 수 없는 천성이였다. 전원 OFF로 돌려놓고 코드까지 빼자 얄쌍한 손이 겹쳐졌다. 셔츠 너머로 닿아오는 울음기에 얼어붙었다.

 

 "말, 잘 들을게."

 

 잔뜩 물기가 섞여났다.

 

 "나, 나..이제 괜찮아. 병원에서도 괜찮다고 했어..진짠데."

 

 느릿하게 다급했다.

 

 "이젠 아무도 안, 죽여.."

 

 허리께에 위태롭게 걸쳐진 두 손은 앙상했다. 넌 언제부터 이렇게 나약했었던가.

 

 "-선배."

 

 나 좋아하잖아.

 몇 번이고 인정해버리는 나약함은 견딜 수가 없었다. 분명 그 웃음에 거절하지 못하는거라 믿었건만 이젠 눈물이라니.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실이 다가오며 목을 옥죄여갔다. 간단했다. 한 마디만 뱉으면 됐다. 아니라고. 그걸로 끝나는 이야기였다. 역시 악연은 만들지 말아야 했다. 마음따위 주는게 아니였다. 흐느낌이 들렸다. 한없이 위를 바라보던 고개가 마침내 떨구어졌다. 손등을 걸쳐 손을 잡아주었다. 차가웠다. 병원 생활에도 손만은 매끄러웠다. 매끄럽게 끼워맞춰들어가는게 유감스럽게도 살인자의 손이였다.

 

 "선배."

 

 아아. 역시 두 말 할것도 없는 악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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