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아카 전력 60분 ; 향수

 

(보쿠토는 성인 아카아시는 학생/주제는 언제나와 같이 두둥실)

 

-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맑은 하늘이였다.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린 한 땐, 어머니 라 불렀던 '것' 을 바다에 뿌렸다. 소금기 가득한 바다향에 그 아래 말갛게 속을 내보이는 물가에 내려놓았다. 물에 닿는 순간 사르르 가라앉으며 짙은 잔향만을 남기고 사라져버리는 것을 바라보던 아이는 울지 않았다. 반 쯤 감긴 눈은 슬픔이 어려있지도 않았다. 그저 피곤해보일 뿐 그게 다 였다. 아이는 이내 재를 모두 여전히 투명한 바닷물에 털어버리고 함을 닫았다. 어스름하게 노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는 홀로였고 그와 조금 떨어져 상점가로 이어지는 계단에 서있는 무리들은 수근거렸다. 골칫거리. 짐. 딱 그 정도의 취급이였다. 아이는 알고있었다. 아버지는 이미 오래 전 돌아가신 탓에 어머니와 단 둘만이 남겨진 것은 가문에서 좋게 볼리가 만무했다. 아버지는 장남이셨고 당연히 재산을 가업을 물려받을 일순위의 자리였기에 그가 없다면 당연히 그의 아들인 아이가 다음 타자였다. 아이에게 있어 어머니의 죽음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가문에서는 알게모르게 협박을 가해왔고 그에 시달리는 것은 온전히 어머니의 몫이였다. 이제야 쉴 수 있을거란 생각에 아이는 안도감 마저 들었다. 이제 편히 쉬세요.

 

 "안녕."

 

 작게 웃으며 말을 거는 남자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허리를 숙였다. 아이는 피곤한지 살짝 고개만 까딱였다. 남자는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오늘부터 형이랑 같이 살아야될거같은데. 혹시- 싫으려나."

 "아니요.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야, 감사라니. 남자는 피식 웃으며 아이를 품에 안아 올렸다. 아이는 여전히 함을 끌어안은 채였다. 피곤하지, 자도 괜찮아. 남자는 아이의 머리를 큰 손으로 살며시 눌러 어깨에 이마를 닿게하였다. 더러운 자식들. 남자는 작게 내뱉었다. 행여나 들렸을까 바다 바람에 춥지 않을까 조금 더 세게 품에 안으며 남자는 조수석 문을 열고 아이를 앉혔다.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와 앉으며 조수석 쪽 안전벨트를 매 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은?"

 "아카아시 케이지입니다."

 "형은 보쿠토 코타로."

 

 지금은 밤. 미안해, 자. 아이의 눈가를 손으로 덮어버리며 보쿠토는 시동을 걸고 조금 급하게 자리를 떴다. 이딴 곳에 있어봤자 좋을게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난폭했을 운전에도 아이는 깨지 않고 자고 있었다. 많이 피곤할테지. 신호가 걸리자 보쿠토는 블레이져를 벗어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깨지말고 잘 자. 이마에 작게 입맞추었다. 낮은 음성이 아카아시의 귓가에 가물가물 들려오며 아카아시는 수마로 빠져들었다.

 

 

 "아카아시, 가서 자야지."

 "아-네.."

 "뭐야, 이리와. 옳지."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말에 선뜻 팔을 벌리자 보쿠토는 제 팔을 벌려 안아들었다. 보쿠토는 침실로 향해 침대 위에 아카아시를 조심스레 뉘이고 가슴께 정도까지 얇은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리곤 저도 옆에 누웠다. 습관처럼 머리칼을 쓸어주고 이마에 입을 맞춰주며 아카아시, 잘자. 이에 화답하듯 아카아시는 보쿠토에게 안긴 채 시원한 체온에 제 뺨을 가볍게 부비었다.

 

 "오늘 왠일로 어리광이야."

 "저- 꿈 꿨습니다아.."

 "응? 무슨 꿈?"

 "보쿠토 상..이랑 처음 만났을 적이요."

 

 보쿠토는 살풋 웃으며 등을 쓸어주었다. 그랬구나. 안녕히주무세요. 응, 아카아시도 얼른 자. 둘은 금세 잠들었다. 조금도 시원하지 않은 그런 여름 밤이였다.

 

-

 

 보쿠토는 급하게 차를 몰았다. 아카아시의 학교에서 전화가 걸려온 탓이였다. 말 뿐인 '임원' 이니 업무라면 상관없을 터였다. 초조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보쿠토는 주차를 마치고 시동을 끈 상태에서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진정하자. 진정해. 보쿠토는 교무실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무슨 용무신지."

 "아카아시 케이지 보호자 되는 사람입니다만."

 "바쁘신 와중에 죄송하게 됐습니다."

 

 보쿠토는 뒷문에 가까운 의자에 고개를 내리박은 채 앉아있는 아카아시를 발견하곤 곧장 그리로 갔다. 아카아시는 움츠러들었다.

 

 "아카아시."

 ".........."
 "나 왔어. 고개 들어봐."

 

 아카아시는 고개를 돌렸다.

 

 "아카,"

 "그 쪽이 그 학생 보호자되는 사람이에요? 잘 됐네요. 지금 우리 애가 얼마나..!"

 "아카아시, 얼른."

 "저기요, 잠시만요. 사람 무시하는거에요?"

 "아카아시. 나 화낸다."

 

  아카아시는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저기요!"

 "아카아시 케이지."

 "당신 뭐야!"

 "케이지."

 

 아카아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보쿠토는 손을 뻗어 아이의 뺨을 가만히 들어보였다. 여전히 숙인 모양새였기에 얼굴은 보쿠토 한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보이고 싶지 않을 터였다. 보쿠토에게라면 더더욱. 내리깔은 눈이 어렴풋이 보였지만 보쿠토의 시선은 닿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처' 위에 있을 뿐이였다. 벌겋게 부어오른 뺨에 터진 입술. 이 정도면 분명 입 안도 찢어졌을게 분명했다. 그제서야 닿은 시선은 단호했다. 조금 충열된 모양새에 보쿠토는 작게 신음했다.

 

 "당신 지금, 사람이 말을 하는데 들어야 하는게 당연하거 아니야? 그러니까 애가 저 모양 저 꼴이지.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거야, 도대체가!"

 "어,어머님 우선 진정하시고."

 "지금 우리 애가 저렇게 됐는데 진정하게 생겼어요?!"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찢어진 입술 위를 쓸었다. 여전히 미동조차 없었다. 낯선 향이 미미하게 남아있었고 그것은 보쿠토가 미간을 구기기에 충분했다. 역한 싸구려 여자 향수냄새. 보쿠토는 작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돌아 여자를 마주했다. 모멸감마저 들었다. 저따위 여자에게.

 

 "자식 교육 하나 제대로 시키지도 못하고 깡패처럼 아무나 패고 다니게 만들 셈이라면 학교에 보내질 말아야하는거 잖아. 그거 하나 몰라? 당신도 그 정도겠지. 그러니 애 꼴이 저런거 잖아!"

 

 저런거, 라니. 설마 아카아시? 아카아시한테 저런 거라고 한거야, 지금? 교육? 깡패?

 

 "죄송합니다만 초면에 실례가 아닌,"

 "실례고 뭐고 지금 우리 애가 어떻게 됐는지 알기나 해?"

 "모릅니다. 모른다고요. 그러니까 알려나주시죠. 당신의 '애' 가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다다라서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우리 애를 만들어놓고 제가 업무 재쳐두고 학교에 나와 당신같은 사람이나 상대하고 있어야 하는지 말해보란 말입니다."

 

 여자는 아무 말 없던 보쿠토의 긴 답에 잠시 움찔하였다 이내 인상을 구기며 조금 옆에 떨어진 의자에 앉은 남학생을 가르켰다. 광대 부근에 멍이 들어있었다. 조금 센가. 보쿠토는 남학생의 얼굴을 흘깃 보고 혀를 찼다. 극성이란 말이지.

 

 "겨우 멍든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겨,겨우 라니..!"

 "전치 몇 주가 나오기라도 하셨습니까? 뭐, 그런건 의미없으니 좋습니다. 얼마 원하시는 겁니까. 그게 목적일테니까요."

 "지금 내가 돈 몇 푼때문에 이러고 있는 줄 알아?!"

 "어,엄마..그만해. 이미 다 끝,"

 "넌 조용히 하고 있어!"

 

 보쿠토는 고개 숙인 아카아시에게 시선을 주었다 남학생의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다 끝났다고 말하는건가.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급히 오느라 대강 들어서 상황을 잘 모릅니다만."

 "아, 네. 말다툼에서 시작한 모양인데 아카아시 군이 먼저, 손을.."

 "것봐, 그 쪽이 먼저 잘못해놓고 큰 소리나 치는게,"

 "아카아시, 왜 그랬어."

 "저! 제,제가 먼저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아카아시한테도 사과했지만 다시 한 번 미안해."

 "너, 조용하고 있으라니까!"

 "무슨 일이였는데."

 "제,제가.."

 

 남학생은 벌떡 일어나 크게 허리를 숙여 사죄했다. 잠시 침묵이 돌았다.

 

 "부모님..일로 말을 꺼내버려서..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보쿠토는 남학생에게 다가갔다. 일어나. 그는 천천히 허리를 세웠다. 보쿠토는 작게 웃고 있었다.

 

 "그랬구나. 말해줘서 고마워."

 "죄,죄송합니다!"

 "아니야, 이렇게 반듯하게 자라주고 말이야. 저런 부모 밑에서. 창피라는 걸 알지도 못하고 대뜸 자식이 맞았다고 해서 찾아가서 인정사정 없이 뺨부터 갈기는걸. 저렇게 되면 전교에 소문 날거고 너도 많이 곤란해지고 하니까 진짜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였다면 애초에 이성의 끈이나 잘 잡고 있는게 당연한거잖아. 이렇게 일이 커지게 되서 미안하게 생각해. 앞으로 학교생활하는데 아무런 지장 없게 해줄테니까 안심하고. 우리 아카아시랑 친하게 지내줬으면 좋겠어. 응?"

 "예, 예."

 

 그럼. 보쿠토는 아이의 어깨를 툭툭 치고 일어섰다. 교사는 보쿠토의 기색을 살피다 학생을 내보내었다. 보쿠토는 블레이져를 벗어 아카아시의 어깨 위에 걸쳐주었다. 차 키를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먼저 가 있어."

 

 아카아시가 교무실을 나서자 보쿠토는 희미하게나마 웃고있던 가짜 미소를 지웠다. 사실 제가 없는 곳에서 다쳤다는 사실에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것도 저렇게 더러운 손에. 역겨워. 똑같잖아, 그 때랑. 우습기도하지. 보쿠토는 단추 두어개를 풀어헤쳤다. 이렇게 격식 차릴 이유도 없었잖아. 얌전한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피식 웃었다.

 

 "당신 말이야. 그거 나쁜 손버릇이야."

 "뭐, 뭐라는 거..야."

 "근데 유감스럽게도 나도 나쁜 버릇있거든."

 

 보쿠토는 천천히 고개를 꺾었다.

 

"내 꺼에 손대는 자식들은."

 

 보쿠토가 웃었다. 흡사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

 

 "아카아시, 상처보자."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얼른 아- 해봐."

 "업무 시간이였을텐데 겨우 이런 일로.."

 

 그만.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얼굴을 쓰다듬었다.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붉은 기가 다분했다. 아팠겠지. 그는 작게 웃으며 시동을 켰다. 이 이상 다그쳐도 좋을게 없었다.

 

 "저녁 먹고 들어갈까?"

 "..좋을대로 하십시오."

 "냉랭하다고, 아- 그러고보니 아카아시가 좋아하던거 있던 곳 기억해. 거기 가자."

 

 아카아시? 아이의 눈은 슬며시 감겨있었다. 뭐야. 보쿠토는 언제나의 습관처럼 벨트를 매어주고 가만히 자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시달렸을테니까 조금 일찍 갈걸. 보쿠토는 작게 중얼거리다 가물가물한 눈으로 다시 힘겹게 뜨는 눈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지금은 밤.

 

 살짝 벌어진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아카아시는 아무 것도 몰라도 돼. 내 안에 숨어. 너만의 밤이니까 이 안에선 좋을대로 해.

 

 여전히 머리아픈 향수냄새가 났다. 아무래도 좋으니 지우고 싶었다. 역해. 반은 더러운 오물과 같은 냄새였고 반대는 아카아시의 체향이였다. 보쿠토는 머리를 헤집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걸. 밥도 밥이지만 씻기는게 우선이라며 조심스레 차를 몰기 시작하는 보쿠토 였다. 

 

 

와ㅏ...죄송합니다

 

이건 진짜로, 진지하게 아닌데..뭐 하다 이리로 빠졌지...흐어

남은 전력 뛰지 말아야하나...

 

개사이다 보쿠토가 보고팠죠, 네..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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