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하나 전력 60분 ; Pumpkin time

 

Pumpkin time ; 꿈이 깨지고 냉혹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마츠하나는 성인/주제는 저 멀리)

-

 

 마츠카와 잇세이는 따분했다. 원래 천성이겠거니 싶다가도 그 적막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불쾌했다. 본디 혼자 있는걸 즐기는 편이긴 했다. 그렇다고 믿었다.

 

 점심시간이면 창가에 자리를 잡고 턱을 괴고 풍경을 바라보는게 습관이였다. 특별히 눈여겨 보는 것은 없었다. 잠시라도 눈을 돌리고 싶었을 뿐이였다.

 

 그의 첫 인상이라 한다면 무섭다, 즈음 되지 않을까. 여기저기 상처에 거즈와 붕대를 둘둘 두른 채 자기소개란, 마츠카와 잇세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두어 개 정도 풀린 셔츠 사이로 보이는 푸른 멍에 머리에 붕대 눈가에 밴드 입가에 딱지가 얹은게 영 좋은 인상이라 부르긴 힘들었다. 애초에 성질 좋아보일 법한 얼굴은 아니였지만.

 사람이란게 그렇지. 다가오지 않았다. 자기보호 욕구라는게 저런 걸까. 인간이란게 그렇지.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자기 멋대로 선을 그어버린다. 처음부터 그런 것 따위 잘 알고 있었는걸, 뭐. 마츠카와의 눈에는 들지 않았다.

 

 배정 받은 자리는 큰 키 덕분에 맨 뒷 자리에서 앞 자리였다. 어중간한 뒷 문에서 두 번째로 떨어진 맨 뒷 자리에서 앞 자리. 소문이란게 편하기도 하지. 뭐라도 가져다 붙이고 나중에 나도 들은 얘기인걸, 하고 입 닦아버리면 끝나는 것이니. 자리라면 바꿔달라 부탁 받았다. 분명 제 옆 자리 여자애 였던걸로 기억한다. 남자를 앞세워서 그 뒤에 숨어 피해자라도 되는 양 덜덜 떨었다. 대체 뭘 했다고 저렇게 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주먹이라도 휘둘렀다면 속 시원했을지도. 그리 생각하며 흔쾌히 바꾸어 주었다. 그리고 들리는건 덕분에 살았다, 였었던가. 웃겨, 정말. 흔한 가해자 감싸는 말이 살을 붙여 결국은 위협 해서 같은 반에 남자애가 바꿔줬대,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불량아의 완성이라는 창가의 끝 자리까지 완벽했다.

 

 내 알 바 아니지만.

 

 이후에 잘 해명되었다는 것 같았지만 마츠카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천성이 그랬다. 원래 소문이란게 뜬 구름과 같았기에 제가 원한다 하여 이리저리 주무를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리고 보이는 것만으로 결정내린다면 거기서 거기란 말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찌되든 좋았다. 고등학교 란게 사교 모임도 아니고 말이지.

 물론 나쁘지만은 아닌거 같아 로 인상이 변하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등교 후 몇 시간 되지 않아 시작된 입학식의 신입생 대표가 마츠카와 였기 때문이였다. 눈에 너무 띈다는 이유로 머리의 붕대와 얼굴의 밴드를 떼어내고 단상 위에 올랐다. 뒤 돌아 내려가면서 벛 나무가 보였다. 벛 나무를 닮은 아이도 보였다. 아이는 마츠카와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보였다. 마츠카와는 시선을 피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물어볼 친구도 없었기에 그 후로 이 반 저 반을 돌아다녔다. 단순한 의문이였다. 그리고 한참 떨어진 10반에서 그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창문 너머로 소란의 중심에서 웃고 있었다. 수 많은 사람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그 특유의 옅은 벛꽃잎을 닮은 머리칼이 한 몫하긴 했지만 마츠카와에게 있어서는 조금 달랐다. 그 아이는 친구와의 대화에 장난을 치다 창문 너머 저를 바라보던 마츠카와와 눈이 마주쳤다. 눈꼬리가 접히게 웃었다. 달큰했다. 마츠카와는 발걸음을 돌렸다.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배구부 신입생 환영회에서 그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중학교 대회 때 보았기에 눈에 익기도 했지만 배구했던 이라면 누가 모를까. 오이카와 토오루. 그의 손에 이끌려 배구부에 가입하게 되었다. 마츠카와 잇세이, 맞지? 아-, 어째서 아는거야. 그야 대회 때 본 적 있는걸, 절대 맞아. 그 때 내 서브 받아낸거 너였어. 그랬었나. 그랬다구- 아까 대표로 단상 섰을 때도 봤고! 그야 전교생이 봤을텐데. 키도 크고, 그래서 말이야, 나랑 같이 배구하자. 전국에 보내줄게. 무슨 자신감이야. 어때? 무엇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현실 잊게 해주는 것 쯤 하나 있어도 좋겠지.

 

 "마츠카와 잇세이, 맞지?"

 "아- 응."

 "나, 하나마키 타카히로 라고 해."

 

 불쑥 내미는 손을 잡았다. 남자치곤 부드러웠다. 암만 배구가 실내에서 하는 스포츠라고 해도 새하얀 색이였다. 너 전에 나보고 그냥 갔지? 글쎄. 다음부터는 그러지말고 들어와. 괜히 나도 마음 쓰인단 말이지. 아-.

 

 그것이 하나마키와의 첫 만남이였다.

 

-

 

 니가 집안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대체 뭘-. 이 집안따위가 나한테 해 준게 뭐가 있다고. 마츠카와는 머리를 헤집었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기계음에 짜증이 솟구치다가도 여전히 눈을 뜨지 않는 하나마키의 얼굴에 한숨을 내쉬었다.

 

 "히로, 히로-."

 

 인공 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을 내뱉는 제 연인에 마츠카와는 소리 죽여 울었다. 마른 세수를 했다.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무엇하나 달라지지 않는다는게 현실이였다. 알고있었다. 알고있었지만.

 

 "히로, 제발."

 

 마츠카와는 핏기없는 하나마키의 손을 잡으며 그 앞에 무릎 꿇었다. 미안해. 미안해.

 

 원래 엄한 집안이였다. 독자로 제가 후계자였기에 유년의 행복한 기억따위 없었다. 그 흔한 어리광도 부릴 수 없었다. 뼈대있는 집안이라며, 어릴 적 부모의 품에 안겨 잔 적이 있었던가.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가. 뻑하면 일이라며 그 넓은 집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사용인들마저 혀를 내둘렀다. 사모님도 좀 너무하신거 아닌가. 도련님만 저 어린나이에 안쓰럽게 된 거지. 불쌍해.

 길고 얇은 줄 하나에 발을 내걸고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였다. 사랑 받아 본 기억은 없었다. 뭐든 잘해야 했다. 그래야 봐주기라도 하니까. 잘하지 못하면 벌이 있으니까. 단지 그것 뿐이였다. 학교에서 집에 전화라도 가는 날이면 그저 죽은 목숨에 불과했다. 부모 자식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가 배 아파 낳은 자식에게 그렇게 모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각종 행사에 코 빼기도 보이지 않던 아버지가 학교에 얼굴을 보이는 순간 헛웃음이 비집어나왔다. 난 당신에게 무슨 존재야.

 

 그런 집 구석이 싫어 자살기도를 했었다.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더라. 면도칼을 집어다 방 문을 걸어 잠그고 그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허연 선이 그어지더니 그 사이로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었다. 그 다음 쏟아지더라. 잔-뜩. 새하얀 시트를 적시고 넘쳐 그저 바다 같았었다. 그 바다에 빠진 후 가만히 눈을 감았었다.

 병원에서 눈을 뜨고 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간호를 받았다. 정성어린 간호를. 뭐 였더라, 뺨부터 받았었던것 같다. 그 자리엔 어머니도, 할아버지도, 외삼촌도, 숙모도, 사용인들도 있었다. 그 무자비한 애정에 표독스레 웃었다. 그리고 그 날 깨달았다. 내 목숨조차 내 것이 아니였음. 난 당신한테 있어 뭐야.

 

  앞 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젠 발목을 잡고 눈 앞을 가로 막고 그 길을 반 으로 갈라 막아버리는 기분이였다. 어쩌란 말인가. 어울려줄게.

 

 병원 신세에서 벗어나자마자 다시 입원하였다. 훈육이였다. 너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해, 같은. 그래서 맞았다. 요즘 말로 구타 라고 할까나. 아버지의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그 싸늘한 눈 아래서 그저 맞았다. 구둣발이 짓이겨져도 움직이지 않았다. 두 팔로 얼굴만을 막고 죽은 시체마냥 굴었다. 이게 당신이 원하는 거잖아. 덕분에 고교 입학식 당일 까지 병자임을 뻔뻔히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화려하지 않은가. 머리에 붕대라니. 그럴만도 했다. 화를 참지 못한 그 아버지가 내리친 술병을 온전히 받아들였는 것을. 그 정도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만한 것이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어쩌면 처음으로 욕심내 보았다. 타인의 애정을. 때 묻지 않은 순순함이 좋았다. 그래서 좋았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가 좋았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마츠카와는 속이 깊었고 그 만큼 애정에 굶주려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하나마키는 '세상' 이였다. 아침을 잘 챙겨먹지 않는 그에게 먹고 오라며 잔소리를 해댔고 하다 못해 주먹밥을 손수 만들어다 매일 같이 반에 찾아가 전해주곤 했다. 교내 상이라도 받는 날이면 제가 받은 것마냥 좋아라 했고 쉬는 시간마다 그의 옆 자리에 앉아서 쉴 새없이 떠들었다. 처음에는 그 모든게 어색했다. 그 다음에는 조금씩 익숙해졌다. 깨달았을 때는 온전히 그의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다.

 

 '타카히로, 좋아해.'

 '나도 마츠 좋아하는걸.'

 '그런거 말고.'

 

 여름의 끝자락 방과 후 해질 녘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에게 키스했다. 좀 더 원했다. 의외로 하나마키는 담담했다.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웃었다. 달큰했다. 그는 마츠카와의 목에 팔을 두르고 목덜미에 기댔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닿았다.

 

 '나도. 나도 잇세이가 좋아.'

 

-

 

 아마 제가 모르는 곳에서 저를 부르짖었을 제 연인에 마츠카와는 이를 악 물었다. 이렇게 자라도 나는 당신을 이기지 못하는 거란 말이야.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사랑하는 이 하나 지켜주지 못한다니 실격이나 다름 없었다.

 

 "잇..세...-"

 "히로."

 

 고교 시절이였다. 성적이 떨어졌다. 하나마키를 만난 이후의 일이였다. 맞았다. 당연했기에 마츠카와는 입에 고인 피를 뱉으며 하나마키를 떠올렸다. 늦은 시간이였기에 받지 않을걸 알면서 전화를 걸었다. 마츠? 미안- 깨웠어? 아니아니. 깜빡 졸았어. 히로. 응. 히로. 응, 잇세이. 보고싶어. 잇세이, 어디 아파? 아니. 거짓말 하지마. 조금. 보러 갈까? 괜찮아, 얼른 자. 내일 연습 때도 졸지 말고. 전화를 걸었던게 화근이였다. 이틀 후, 하나마키는 수업 도중 불려갔다. 오후 연습이 끝날 때 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연락도 되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에게 윽박 지르며 오늘은 집에 가서 쉬라고 등을 떠밀었다. 너 같은거 없어도 우리 연습할 수 있거든, 맛층?!

 빈 교실에서 울고 있었다. 히로. 잇세이.. 미안해. 부어오른 뺨이 애처로웠다. 어쩌면 저걸로 끝난게 다행일 따름이였다. 맘만 먹는다면 이런 사람 하나 아무도 모르게 묻어버리는건 간단할테니까. 히로, 미안해. 막, 막.. 알아, 쉬잇-. 나, 나도 아는데-. 잇세이한테 나같은거 안어울리는건 아는데. 하지만..! 미안해, 미안해.

 

 '그치만, 잇세이가 이 때까지 그런 사람 밑에서 자라왔다고 생각하니까..괜히, 괜히 욱해서 미안해-. 나 때문에 나중에 잇세이 혼나는거 아니야?'

 

 넌 내 세상이야. 제 울음까지 더해 설움을 토하는 하나마키를 끌어안고 마츠카와는 다시 한 번 새겼다. 하나마키, 넌 내 세상이야.

 

-

 

 "잇세-.."

 "응, 나 여기 있어."

 

 마츠카와는 부여잡은 하나마키의 손에 뺨을 부볐다. 여기 있어, 내 히로.

 여전히 깊은 숨을 토해내며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에 마츠카와는 검붉은 멍이 든 눈가에 입 맞추었다.

 

 열 일곱의 나에게 묻는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손을 잡지 않을 수 있느냐고. 다시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

 

망했다- 망했다아아ㅏㅏㅏ

사실 전력들은 항상 주제를 보면 소재부터 스토리까지 좌악-하고 떠오르는 편인데 이건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아서 많이 방황하다가 망했어요..알아요....쿨쩍))

 

망한거 안다고오오ㅗ오ㅗㅗ!!!!!!!111 광광))

 

몸 상태도 안좋은 바람에 막...쓰던 도중에 픽- 하고 기절해버려서 막 30분 30분 나눠쓰고 잘 한다, 나레기

 

그냥, 애정갈구하는 맛층이랑 애정만땅의 맛키가 보고팠습니다..

 

'하이큐 > 마츠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츠하나] 부작용 해소법  (0) 2016.05.23
[마츠하나] 마지막  (0) 2016.05.13
[마츠하나] 내 봄  (0) 2016.04.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