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하나 전력 60분 ; 아이스크림

 

(마법사 AU/둘은 사귀지 않습니다/주제는 소품으로 등장ㅋㅋ)

-

 

 "거짓말."

 "아니, 진짜라니깐."

 

 하나마키는 인상을 팍 쓰곤 제 앞에 서 있는 '고객' 을 바라보았다. 로브 후드를 걷자 드러난 선명한 색에 하나마키는 신음했다. 그럴리가 없는데. 멀쩡한 동공은 여전히 붉었다. 문제라면 동공을 넘어서 까지 적흑 색을 띄고 있었다.

 

 "구울이라고 오해받고 있단말이야."

 "아니- 지금 먹어줘? 멀쩡하다니까?"

 "그럼 아니라고 할 셈이야? 난 실제로 이렇게 됐잖아."

 "그건 너고. 성향 차이일지도 모르지."

 

 옅게 푸른 혈관이 눈가에 두드러지게 돋자 하나마키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두 손으로 앞으로 내밀었다. 자,자. 우선 진정하자. 그는 천천히 하나마키에게 다가갔다.

 

 "내가, 지금. 어?"

 "자,잠시만..!"

 "진정하게 생겼어? 출석까지 이틀 남았다고."

 "아,아직 이틀이나 남았..!"

 

 다가오던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눈을 맞추는 덕에 결국 입을 열었다. 미안. 하나마키는 어깨를 떨구었다. 이래나 저래나 결국은 제 과실인 셈이였다. '진짜 고객' 이였다면 바로 배상이라도 했을 터 였지만 지금 제 앞에 있는 사네라면 달랐다. 마츠카와 잇세이, 소꿉친구이자 이 일대의 지배자인 제 1 에리카 였다.

 

 워낙 종족이 섞여버리는 바람에 종족끼리 묶어 구역을 지정하고 지배자 격의 '에리카' 를 둔다. 다른 족에 비해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족은 구역에서 다시 일대로 나눠 그 안에 에리카를 둔다. 제 1 부터 제 3 까지로 당연히 힘이 차이로 결정한다. 중앙보고를 위해 구역별 각 에리카 한 명이 선발되어 반 년에 한 번 회의에 참석한다. 

 대륙에서 상당한 수를 자랑하는 위저드는 총 여섯 구역으로 나눠져 두 구역씩 묶어 에리카들이 각각이 관리하고 있는 실상이다. 그 셋 중에서도 츠바이(zwei) 의 에리카가 마츠카와 였고 덕분에 빌어먹을 아인스(eins) 에서 오이카와를 보지 않아도 된다며 한 편으로 걱정하면서 마츠카와가 제 1 에리카로 승격 하여 츠바이(zwei) 로 옮기게 되던 날 좋아라 했다.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대었다. 잇세- 아파. 아프라고 한거다. 이 모든 사건을 요약해보자면 이러하다. 하나마키는 위저드 능력으로 자그만한 과자 가게를 차렸다. 말이 과자 가게지 사실은 간식 가게나 다름 없다. 간단한 빵부터 사탕에 껌 젤리 쿠키 초콜릿 마카롱까지 별의 별 것이 즐비되어 있다. 그리고 신제품이랍시고 만든 아이스크림 맛 마카롱을 마츠카와가 시험삼아 먹었다. -언제나 마츠카와가 실험 대상이다- 그리고 반 나절도 되지 않아 구울같은 눈을 하게 되었다.

 

 마츠카와는 눈 아래를 약하게 당겨 눈알이 드러나게 하여 하나마키에게 얼굴을 들이 밀었다.

 

 "난- 이런 눈을 하곤 회의 참석 못한다고요, 하나마키 씨."

 "예...에리카 님."

 "그러니까 어떻게든 해달라고."

 "그,그냥...잇세이가 주문 걸면 안돼?"  

 

 하나마키가 마츠카와의 시선을 피하곤 힐끗 거리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어깨는 움츠러든 채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부작용 걸리라고요?"

 "그게 아니라, 괜히 또 내가 하는 것보다..실력 좋으니까."

 "하나마키 씨는 어디 학교 출신이시죠?"

 

 마츠카와가 씨익 웃어보였다. 저거 위험해. 마른침을 삼키며 하나마키는 두 뺨에 가해지는 악력에 고개를 들었다.

 

 "아, 아오바죠사이..학,원입니다."

 "아 명문 사립 맞죠?"

 "아,아마도.."

 "그런 경쟁률 높고 졸업반은 빡세게 굴리기로 유명한 사립에서 땡전 한 푼 안내시고 졸업까지 널럴하게 하신 분이 본인이 건 주문에 부작용이 생겼을 때 가장 안전하게 푸는 법은 뭔지 모를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전."

 "자,자기가 도로 푸는게 가장 안전합니다.."

 

 마츠카와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하나마키의 볼을 주욱- 잡아 당겼다.

 

 "그럼 내가 푸는게 안전할까요, 하나마키 씨가 푸는게 안전할까요?"

 "저, 저요..아,아파-!"

 

 참지못하고 결국 하나마키는 저 볼을 잡아당기는 마츠카와의 손을 꾹 잡았다. 놔- 미안해, 잘못했어. 놔주세요! 그제야 손을 뗀 마츠카와에 하나마키는 빨간 양 볼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잇세이 너무해.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하나마키는 입을 비죽 내밀었다.

 

 "미안해, 내가 심했어. 많이 아파?"

 "나빴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자니 꽤나 아팠던 모양이였다. 마츠카와가 손을 뻗자 하나마키는 움찔거렸다. 손 떼, 안할거야. 어정쩡한 자세로 손을 내린 하나마키에 한숨을 내쉬며 마츠카와는 손바닥을 뺨에 맞닿게 하였다.

 

 "아프지 마. 미안해."

 "잇세- 자,잠시만 이런거에 힐 같은건..!"

 "가만히 있어."

 "괜히 마력소모 되잖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하나마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거 안해도 된단 말이야. 투정하면서도 괜스레 입가가 올라가는건 저도 어쩔 수 없었다. 구석에서 빠져나와 언젠가부터 가게의 카운터 아래 자리하게 된 학원 시절 말도 안될 만큼 두터운 백과사전을 꺼내 바닥에 펼쳤다. 마츠카와는 사전 앞에 주저앉은 하나마키의 맞은편에 앉아 뒤집어진 글자를 읽어올라갔다.

 

 "에에- 내가 썼던게 아우구스트립 이였으니까- 부작용 없이가.."

 "저거 아니야?"

 "어디어디?"

 "니가 오른 손으로 누르고 있는 쪽 위에."

 

 아, 이거다. 깨알같은 글자를 찬찬히 읽더니 하나마키의 얼굴은 점점 굳어만 갔다. 뭔데. 마츠카와가 책을 돌려 경직된 하나마키를 대신해 읽었다.

 

 "아우구스트립은 민감한 재료로 부작용으로 여러가지 신체 발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사흘 정도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주문자가 해제 시키는 법은,"

 

 하나마키는 마른침을 삼켰다.

 

 "신체접촉이다, 라는데?"

 

 마츠카와가 고개를 들어 하나마키를 바라보았다. 위험해, 이거.

 

 "아,아까 닿았잖아. 괜찮지..않네."

 "아무래도 주문자가 하란 소리겠지. 그리고 내가 아는 한에선 이거 독할걸. 간단히 닿는 정도로 소용없어."

 "그럼 어떻해애."

 

 하나마키는 울상이 되었다. 마츠카와는 태연스레 책을 덮어 옆으로 밀어내며 두 팔을 벌렸다. 안겨봐. 하아? 나도 그런 것까진 몰라. 그냥 해보면 되겠지. 그치만-. 아아- 이번 회의는 못 가겠구나. 제 1 에리카주제 다들 참석하는데 혼자 결석이네. 츠바이(zwei) 에 특례 사라지려나-, 큰일이네. 큰일. 아, 아, 알았어. 마지못해 하나마키는 달려들 듯 마츠카와의 품에 안겼다. 넓은 등을 안노라니 묘하게 나른해졌다. 하나마키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어때?"

 "아아- 유감스럽게도 전혀."

 

 여전히 검붉은 흰자위에 하나마키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다른 거 시도해보자. 어떤 거? 흐음- 뽀뽀? 에- 싫어. 어릴 때 자주 했잖아, 어때. 그 때랑 지금이 같아? 지금 그런거 따질 때냐. 불만 가득한 하나마키는 상체를 일으켜 잽싸게 뺨에 입술을 찍었다. 마츠카와는 주문으로 거울같이 변한 손바닥으로 눈을 바라보았다. 옅어졌어, 살짝. 진짜? 뭐가 좋다고 거짓말하겠냐, 내가 하나마키도 아니고. 에. 결과 올 라잇- 아니야? 그럼 어떻해? 또 해? 마츠카와가 늘어진 하나마키를 응시했다.

 

 "히로, 기왕이면 한 번에 끝내는게 낫잖아."

 "그야 그렇지."

 "키스."

 "하아? 절대 무리. 무리. 무리. 무리."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뒷목을 손으로 받치고 이마를 맞대었다. 마주한 얼굴이 담담하기 그지 없어 하나마키는 당황스러울 뿐이였다.

 

 "하나, 내가 할까. 니가 할래."

 "...내, 내가 할게."

 

 하나마키는 눈을 꼭 감고 입 맞추었다. 닿았다. 닿았다. 더욱 세게 눈을 감을 따름이였다. 그런 하나마키를 내려다보던 마츠카와는 작게 웃었다. 귀엽잖아. 아랫입술을 물자 놀라 입을 벌려왔다. 그 안에 혀를 밀어넣자니 놀라 눈을 뜨자 마츠카와는 가볍게 치열을 훑었다.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의 옷깃을 쥐며 도로 눈을 감았다. 본능적으로 였다. 살짝 타액만 섞다 마츠카와가 빠져나오자 숨을 조금 가쁘게 몰아쉬며 달아오른 얼굴로 시선을 마주했다.

 

 "이,잇세이."

 "확실한게 좋잖아. 이제 됐네."

 "아-."

 

 나 간다. 몸을 일으키며 마츠카와는 채 일어서지 않은 하나마키를 흘깃 보곤 가게를 나섰다. 그런 마츠카와의 뒤를 바라보던 하나마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열이 나는 것만 같았다. 다음에도 써봐야지.

 어느 세 정오가 다 되어가는 날에 마츠카와는 밀린 업무에 미간을 구겼다 아직 주머니 속에 남은 하나마키의 시험작 마카롱을 떠올렸다.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언제까지 모른 척 해주면 되는거야, 히로.

 

 또 저를 위해 준비해줄 발칙한 것을 상상하며 마츠카와는 피식 웃었다. 또 보고싶네. 우리 히로.

 

-

 

요즘 전력하면서 느낀 건데 전 주제를 소재로 쓰는게 아니라 소품으로 등장시키고 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 젠장

 

그냥 서로서로 저러는 소나무랑 꽃 보고팠어요

오늘 마지막 전력 클리어! 뿌듯하다!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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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하나 전력 60분 ; 나도 내가 불쌍해

 

(사리살짝 배틀로얄 AU/사망소재 有/주제는 하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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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였을까.

 

 철 들지 못한 칠칠맞은 어린 것의 한소연도 넋두리도 뭣도 아니다. 그저 사람의 위로라는게 절실해질 뿐이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응. 오늘도 괜찮아. 절대. 괜찮다고. 괜찮은거 맞아? 아니, 괜찮아. 진심이야, 그거? 아-. 그래, 그럼 괜찮겠지.

 

 그럴리가 없잖아. 

 

 한 없이 쏟아지는 비가 억울해 울지도 못했다. 왠지 비따위 핑계로 울기 시작한다면 다시는 떳떳하게 고개들지 못할게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그저 그 뿐이였다.

 

-

 

 하나마키가 죽었다. 생각보다 잔인하진 않다고 마츠카와는 생각했다. 아니 정정하자.하나마키가 자살했다. 생각보다 잔인하진 않다고 마츠카와는 생각했다. 최후의 방편이랍시고 제가 쥐여준 잭 나이프로 손목을 그었다. 고요한 죽음이였다. 그는 섬에서 이루어진 살육의 흔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지트와 정반대 편인 해변가의 나무에 기대 잠든 것 마냥 눈을 감고 있었다. 세심한 선택이였다. 아지트가 발각되지 않도록 일부러 엉뚱한 방향에 자리잡았고 사체를 처리하기 쉽도록 해변을 택했다. 간단히 바다로 흘려보내면 끝날테니 편할 것이였다. 혹여나 발자국이라도 남을까 바다와 닿는 바위가 가까운 곳에 그 때 발각이라도 될까 수풀이 우거진 곳이였다. 참 그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마츠카와는 간이 침대에 누워 작게 눈을 끔뻑였다. 역겨운 체액을 뒤집어 쓴 채 였지만 그다지 신경쓰진 않았다. 뭐- 어때. 이제 끝인걸. 마츠카와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있는 하나마키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정하자. 여전히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있는 하나마키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미안.

 

 발가락을 까딱였다. 오늘은 조금 시원하네. 그리 중얼거리며 마츠카와는 볼 안쪽 살을 작게 물었다.

 

-

 

 마츠카와가 하나마키를 만난 것은 괴상한 섬에서의 일이다. 이유도 모른 채 어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수트를 차려입고 선글라스에 인이어를 낀 무서운 얼굴을 한 사람들에게 붙들렸었고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이곳이였다, 따위의 뻔하지만 있을리가 만무한 전개였다. 그리고 실제로 일어났다. 마츠카와 잇세이란 남자는 천성이 그랬다. 가방 속 내용물을 확인하고 생존 가능성을 가늠했다. 행동보단 관찰로 룰을 익혀나갔고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한 발 앞에서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물론 개인 대 다수는 확실히 불리했지만 말이다. 네 명을 시작으로 승률계산이 아닌 본능적으로 몸이 튀어나갔고 그 뒤를 무리가 쫓았다. 갈림 길에서 그는 아지트와 반대 방향을 택했고 배급가방을 들고 익숙치 못한 길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리기엔 리스크가 너무도 컸다. 절벽의 끄트머리에 걸린 배급가방을 건져내느라 이미 체력적으로 무리인 상태였고 무엇보다 저에겐 '동료' 가 없었다. 협공에 온전히 혼자서 대치해야만 했다. 위험해. 살육이 허용되는 섬. 단 하나만이 살아서 이 섬을 나갈 수 있다. 빌어먹을 정도로 간단한 룰이였다. 약육강식.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그의 뒤를 쫓던 발 빠른 선발대 즈음 되는 한 명이 마츠카와를 따라잡고 등을 팔꿈치로 찍어내렸다. 급격한 스피드에 둘은 나뒹굴었고 마츠카와에 비해 멀쩡한 사네는 금세 일어나 마츠카와의 허리 언저리를 발로 눌러 손쉽게 제압했다.

 

 '너- 어지간히도 발, 빠르네. 하아- 죽겠다아-'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마츠카와의 어깨에 걸린 배급가방을 가로챘다. 남의 것은 뺐는게 아니지. 못 배우셨나. 확실히 마츠카와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상대도 좋지 않았다. 함부로 덤벼들었다간 도망칠 기회조차 사라질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공복 상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틀 째. 먹지 못하면 죽는 것까진 허풍일지 모르겠지만 서바이벌에서 곤란한 위치에 서게 될 것만은 확신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급가방이 그에겐 절실했다. 그는 항상 왼쪽 팔뚝에 감아놓은 잭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그리 세게 밟고 있는 것이 아니였으므로 충분했다. 망설임없이 사네의 발목을 찔렀다. 사네는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비명을 질렀지만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급가방. 마츠카와는 사네의 위에 올라타 목을 그었다. 피가 튀었다. 남의 거, 가로채면 벌 받는다고? 사네는 경련을 일으키며 바람가득한 비명을 지르다 이내 잠잠해졌다. 마츠카와는 명치 부근을 손바닥으로 쓸며 다시 뛰었다. 남은 건 셋이였다. 불리해. 벌써 따라붙은 또 다른 남자에 마츠카와는 이를 악 물었다. 위치를 들키는건 싫지만 어차피 불리한 위치라면 살 길부터 찾아야했다. 그는 안전핀을 물고 뽑아 뒤돌아 저를 향해 달려오는 사네에게 달려들었다. 우선은 발. 사네의 가슴팍을 걷어차고 재빨리 소형폭탄을 던졌다. 그리곤 다시 뛰었다. 최대한 멀어져야한다. 사정권 안에서 벗어나야한다는게 첫 번째 이유였고 아직 남은 둘의 추격을 피해야하는게 두 번째 이유였다. 폭발음이 귓가에 쟁쟁히 울리는걸 보면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못한 것이였다. 젠장. 마츠카와는 작게 읊조리며 잠시 멈추어 숨을 골랐다. 박수소리가 들렸다. 짝짝짝.

 

 '대단한걸, 둘이나 순식간에 죽여버리다니.'

 '어디서 부터 예상 범위였어?'

 

 호오-. 이미 그의 앞에 서 있는 둘에 마츠카와는 비릿하게 웃어보였다. 읽힌건가. 아니다. 세번 째 밤, 그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결코 두뇌 타입은 아니였다. 그렇다면 옆인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저어- 둘 밖에 안남았으니까 동료로 같이..'

 '무슨 소리야, 우리 애들을 둘이나 죽였는데? 동료따위 말이 될리가 없잖아, 멍청아.'

 '하,하지만..아- 알았어.'

 

 지금. 마츠카와는 배급가방을 떨구고 잭 나이프를 수평으로 뉘인 채 직선으로 달려들었다. 복부에 한 번. 그대로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목을 짓밟고 그 위에 올라타 양쪽 관자놀이를 부여잡고 한 번에 목을 꺾었다. 힘을 견디지 못하고 뼈가 부러지는게 손 끝으로 느껴졌다. 마츠카와는 그대로 뒤집어 셔츠를 찢어 심장 부근과 명치를 차례로 깊게 찔러넣었다. 그리곤 제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역겨운 체액도 닦아내었다. 물론 옆으로 번지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지만 땀과 섞여 비스므리하게 볼만했다. 그는 비적비적 일어나 배급가방을 다시 집어들고 덩치의 시체 옆에 돌아와 털썩 앉아 가방을 열었다. 약. 간단한 음식. 옷가지. 도끼. 물. 밧줄. 괜찮네. 마츠카와는 주먹밥 하나를 꺼내들어 여전히 멍한 남자에게 내밀었다.

 

 '먹어.'

 '예, 예...?'

 '줄게. 필요할거 아니야.'

 '저- 저, 왜 저는 살려주시는 거죠.'

 

 마츠카와는 그의 손에 주먹밥을 쥐여주며 가방을 고쳐맸다.

 

 '그야, 넌 사람 못 죽일 눈을 하고 있으니까.' 

 

 같이 갈래?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뭐야. 하나마키 타카히로, 입니다. 에- 마츠카와 잇세이. 아- 그, 저..잘 부탁드립니다. 이쪽이야 말로.

 

-

 

 하나만이 살아나갈 수 있다. 그것은 유일한 규칙이였다. 단 하나. 하나마키는 발목을 다쳤고 전력이 되지 못하였다. 애초부터 그를 받아들인 것은 전력을 늘리기 위한 것도 동료를 모은 것도 아니였다. 단지 온기가 필요해서 였다. 그저 오랫동안 사람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았다. 이 섬에서 유일한 '사람' 이였기에. 마츠카와는 하나마키가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더럽고 무섭고 힘든 일은 다 제가 할테니 옆에 있어달라고만 하였다. 미끼 역할을 부탁하지도 않았고 자료를 수집해오라거나 배급가방의 위치조차 알려달라 하지 않았다. 정말 그저 곁에 머물러 달라고.

 물론 하나마키도 그렇게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제 고집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해냈다. 적의 위치를 알려주고 무기를 손질해놓고 배급가방 조달도 가끔 했다. 다만 마츠카와에게 혼이 났다. 위험한 일 하지말라며. 그게 미안하고 서운하기도 했지만 내심 고마웠다. 그랬기에 좀처럼 그만둘 수 없었다. 모처럼 가방을 들고 온 날이면 마츠카와 역시 들고와 키득거리곤 하였다. 그런 날이면 거하게 한 상을 차리고 말하면서 후회할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말이야. 그때,'

 '하나, 키스해도 돼?'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옆으로 살짝 고개를 비틀어 입술을 맞대었다. 하나마키는 피하지 않았다. 놀랜 기색이 있었지만 밀어내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이거 허락하는걸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지? 아마.

 

-

 

 하나마키는 곧잘 말했다. 벛꽃이 보고싶다고.

 마츠카와는 곧잘 말했다. 하나마키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마츠카와는 제 옆에 나란히 앉은 하나마키의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하나, 난 말이야. 잡은 손은 차가웠다. 왜 그래야 했어. 마츠카와는 작게 웃었다. 이제 끝이였다. 이 살인쇼도 막을 내렸다. 내일이면 헬기가 최종 생존자인 저를 데리러 섬에 올 것이 틀림없었다. 주최측에서도 그렇게 알려주었으니 거의 확실했다. 재밌네. 사람끼리 본성 드러내면서 죽고 죽이게 만들어 놓고 마지막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막대한 상금이 주어진다니. 요즘은 사람 목숨같은거 돈으로 쉽게 살 수 있으니까 그 정도 주려는 속셈인지도 모르겠다. 잘 죽여주셨습니다, 같은건가.

 새벽녘 맑기만 한 달에 비친 하나마키는 슬프게도 아름다웠다. 여전히 손목 부근만이 붉게 물든 채였지만 그 마저 황홀했다. 마츠카와는 살풋 웃으며 제 오른 손목을 하나마키의 잭 나이프로 그었다. 하얀 선이 그이고 그 사이로 핏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하나, 알아? 여기 우리가 처음으로 섬에 와서 놀았던 곳이다. 그 때 너 물 튀기고 혼자서 좋다고 애처럼 신나서는. 재밌었는데 그치?

 

 "하나, 보고싶었어."

 

 마츠카와는 묘한 두통에 하나마키의 어깨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 앞에는 제 사랑스런 연인이 두 팔 벌려 저를 맞아주고 있었다. 벛꽃, 보러 가자. 우리. 그러자, 잇세이.

 

 마지막으로 눈에 비친 것은 옅은 분홍빛이 흩날리는 벛꽃 뿐이였다.

 

-

 

전력, 전력, 전력.. 에에 내일 두 탕 뛰어야 하는건가, 그런건가..!

 

언제나지만 주제는 두둥실!! 하핫! 나도 몰라..짐승....짐승....흐어

 

요즘 배틀로얄을 자꾸 외치다보니 생긴 폐해인가 봅니다//나중엔 진짜 좀비물 튀어나오겠다....ㅂㄷㅂㄷ

 

마츠카와가 하나마키에게 하나마키 동료..?급 애들 혼자 처리하고 살려주는게 보고싶었을 뿐입니다, 진짭니다, 쿨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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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하나 전력 60분 ; Pumpkin time

 

Pumpkin time ; 꿈이 깨지고 냉혹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마츠하나는 성인/주제는 저 멀리)

-

 

 마츠카와 잇세이는 따분했다. 원래 천성이겠거니 싶다가도 그 적막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불쾌했다. 본디 혼자 있는걸 즐기는 편이긴 했다. 그렇다고 믿었다.

 

 점심시간이면 창가에 자리를 잡고 턱을 괴고 풍경을 바라보는게 습관이였다. 특별히 눈여겨 보는 것은 없었다. 잠시라도 눈을 돌리고 싶었을 뿐이였다.

 

 그의 첫 인상이라 한다면 무섭다, 즈음 되지 않을까. 여기저기 상처에 거즈와 붕대를 둘둘 두른 채 자기소개란, 마츠카와 잇세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두어 개 정도 풀린 셔츠 사이로 보이는 푸른 멍에 머리에 붕대 눈가에 밴드 입가에 딱지가 얹은게 영 좋은 인상이라 부르긴 힘들었다. 애초에 성질 좋아보일 법한 얼굴은 아니였지만.

 사람이란게 그렇지. 다가오지 않았다. 자기보호 욕구라는게 저런 걸까. 인간이란게 그렇지.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자기 멋대로 선을 그어버린다. 처음부터 그런 것 따위 잘 알고 있었는걸, 뭐. 마츠카와의 눈에는 들지 않았다.

 

 배정 받은 자리는 큰 키 덕분에 맨 뒷 자리에서 앞 자리였다. 어중간한 뒷 문에서 두 번째로 떨어진 맨 뒷 자리에서 앞 자리. 소문이란게 편하기도 하지. 뭐라도 가져다 붙이고 나중에 나도 들은 얘기인걸, 하고 입 닦아버리면 끝나는 것이니. 자리라면 바꿔달라 부탁 받았다. 분명 제 옆 자리 여자애 였던걸로 기억한다. 남자를 앞세워서 그 뒤에 숨어 피해자라도 되는 양 덜덜 떨었다. 대체 뭘 했다고 저렇게 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주먹이라도 휘둘렀다면 속 시원했을지도. 그리 생각하며 흔쾌히 바꾸어 주었다. 그리고 들리는건 덕분에 살았다, 였었던가. 웃겨, 정말. 흔한 가해자 감싸는 말이 살을 붙여 결국은 위협 해서 같은 반에 남자애가 바꿔줬대,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불량아의 완성이라는 창가의 끝 자리까지 완벽했다.

 

 내 알 바 아니지만.

 

 이후에 잘 해명되었다는 것 같았지만 마츠카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천성이 그랬다. 원래 소문이란게 뜬 구름과 같았기에 제가 원한다 하여 이리저리 주무를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리고 보이는 것만으로 결정내린다면 거기서 거기란 말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찌되든 좋았다. 고등학교 란게 사교 모임도 아니고 말이지.

 물론 나쁘지만은 아닌거 같아 로 인상이 변하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등교 후 몇 시간 되지 않아 시작된 입학식의 신입생 대표가 마츠카와 였기 때문이였다. 눈에 너무 띈다는 이유로 머리의 붕대와 얼굴의 밴드를 떼어내고 단상 위에 올랐다. 뒤 돌아 내려가면서 벛 나무가 보였다. 벛 나무를 닮은 아이도 보였다. 아이는 마츠카와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보였다. 마츠카와는 시선을 피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물어볼 친구도 없었기에 그 후로 이 반 저 반을 돌아다녔다. 단순한 의문이였다. 그리고 한참 떨어진 10반에서 그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창문 너머로 소란의 중심에서 웃고 있었다. 수 많은 사람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그 특유의 옅은 벛꽃잎을 닮은 머리칼이 한 몫하긴 했지만 마츠카와에게 있어서는 조금 달랐다. 그 아이는 친구와의 대화에 장난을 치다 창문 너머 저를 바라보던 마츠카와와 눈이 마주쳤다. 눈꼬리가 접히게 웃었다. 달큰했다. 마츠카와는 발걸음을 돌렸다.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배구부 신입생 환영회에서 그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중학교 대회 때 보았기에 눈에 익기도 했지만 배구했던 이라면 누가 모를까. 오이카와 토오루. 그의 손에 이끌려 배구부에 가입하게 되었다. 마츠카와 잇세이, 맞지? 아-, 어째서 아는거야. 그야 대회 때 본 적 있는걸, 절대 맞아. 그 때 내 서브 받아낸거 너였어. 그랬었나. 그랬다구- 아까 대표로 단상 섰을 때도 봤고! 그야 전교생이 봤을텐데. 키도 크고, 그래서 말이야, 나랑 같이 배구하자. 전국에 보내줄게. 무슨 자신감이야. 어때? 무엇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현실 잊게 해주는 것 쯤 하나 있어도 좋겠지.

 

 "마츠카와 잇세이, 맞지?"

 "아- 응."

 "나, 하나마키 타카히로 라고 해."

 

 불쑥 내미는 손을 잡았다. 남자치곤 부드러웠다. 암만 배구가 실내에서 하는 스포츠라고 해도 새하얀 색이였다. 너 전에 나보고 그냥 갔지? 글쎄. 다음부터는 그러지말고 들어와. 괜히 나도 마음 쓰인단 말이지. 아-.

 

 그것이 하나마키와의 첫 만남이였다.

 

-

 

 니가 집안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대체 뭘-. 이 집안따위가 나한테 해 준게 뭐가 있다고. 마츠카와는 머리를 헤집었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기계음에 짜증이 솟구치다가도 여전히 눈을 뜨지 않는 하나마키의 얼굴에 한숨을 내쉬었다.

 

 "히로, 히로-."

 

 인공 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을 내뱉는 제 연인에 마츠카와는 소리 죽여 울었다. 마른 세수를 했다.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무엇하나 달라지지 않는다는게 현실이였다. 알고있었다. 알고있었지만.

 

 "히로, 제발."

 

 마츠카와는 핏기없는 하나마키의 손을 잡으며 그 앞에 무릎 꿇었다. 미안해. 미안해.

 

 원래 엄한 집안이였다. 독자로 제가 후계자였기에 유년의 행복한 기억따위 없었다. 그 흔한 어리광도 부릴 수 없었다. 뼈대있는 집안이라며, 어릴 적 부모의 품에 안겨 잔 적이 있었던가.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가. 뻑하면 일이라며 그 넓은 집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사용인들마저 혀를 내둘렀다. 사모님도 좀 너무하신거 아닌가. 도련님만 저 어린나이에 안쓰럽게 된 거지. 불쌍해.

 길고 얇은 줄 하나에 발을 내걸고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였다. 사랑 받아 본 기억은 없었다. 뭐든 잘해야 했다. 그래야 봐주기라도 하니까. 잘하지 못하면 벌이 있으니까. 단지 그것 뿐이였다. 학교에서 집에 전화라도 가는 날이면 그저 죽은 목숨에 불과했다. 부모 자식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가 배 아파 낳은 자식에게 그렇게 모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각종 행사에 코 빼기도 보이지 않던 아버지가 학교에 얼굴을 보이는 순간 헛웃음이 비집어나왔다. 난 당신에게 무슨 존재야.

 

 그런 집 구석이 싫어 자살기도를 했었다.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더라. 면도칼을 집어다 방 문을 걸어 잠그고 그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허연 선이 그어지더니 그 사이로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었다. 그 다음 쏟아지더라. 잔-뜩. 새하얀 시트를 적시고 넘쳐 그저 바다 같았었다. 그 바다에 빠진 후 가만히 눈을 감았었다.

 병원에서 눈을 뜨고 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간호를 받았다. 정성어린 간호를. 뭐 였더라, 뺨부터 받았었던것 같다. 그 자리엔 어머니도, 할아버지도, 외삼촌도, 숙모도, 사용인들도 있었다. 그 무자비한 애정에 표독스레 웃었다. 그리고 그 날 깨달았다. 내 목숨조차 내 것이 아니였음. 난 당신한테 있어 뭐야.

 

  앞 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젠 발목을 잡고 눈 앞을 가로 막고 그 길을 반 으로 갈라 막아버리는 기분이였다. 어쩌란 말인가. 어울려줄게.

 

 병원 신세에서 벗어나자마자 다시 입원하였다. 훈육이였다. 너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해, 같은. 그래서 맞았다. 요즘 말로 구타 라고 할까나. 아버지의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그 싸늘한 눈 아래서 그저 맞았다. 구둣발이 짓이겨져도 움직이지 않았다. 두 팔로 얼굴만을 막고 죽은 시체마냥 굴었다. 이게 당신이 원하는 거잖아. 덕분에 고교 입학식 당일 까지 병자임을 뻔뻔히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화려하지 않은가. 머리에 붕대라니. 그럴만도 했다. 화를 참지 못한 그 아버지가 내리친 술병을 온전히 받아들였는 것을. 그 정도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만한 것이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어쩌면 처음으로 욕심내 보았다. 타인의 애정을. 때 묻지 않은 순순함이 좋았다. 그래서 좋았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가 좋았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마츠카와는 속이 깊었고 그 만큼 애정에 굶주려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하나마키는 '세상' 이였다. 아침을 잘 챙겨먹지 않는 그에게 먹고 오라며 잔소리를 해댔고 하다 못해 주먹밥을 손수 만들어다 매일 같이 반에 찾아가 전해주곤 했다. 교내 상이라도 받는 날이면 제가 받은 것마냥 좋아라 했고 쉬는 시간마다 그의 옆 자리에 앉아서 쉴 새없이 떠들었다. 처음에는 그 모든게 어색했다. 그 다음에는 조금씩 익숙해졌다. 깨달았을 때는 온전히 그의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다.

 

 '타카히로, 좋아해.'

 '나도 마츠 좋아하는걸.'

 '그런거 말고.'

 

 여름의 끝자락 방과 후 해질 녘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에게 키스했다. 좀 더 원했다. 의외로 하나마키는 담담했다.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웃었다. 달큰했다. 그는 마츠카와의 목에 팔을 두르고 목덜미에 기댔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닿았다.

 

 '나도. 나도 잇세이가 좋아.'

 

-

 

 아마 제가 모르는 곳에서 저를 부르짖었을 제 연인에 마츠카와는 이를 악 물었다. 이렇게 자라도 나는 당신을 이기지 못하는 거란 말이야.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사랑하는 이 하나 지켜주지 못한다니 실격이나 다름 없었다.

 

 "잇..세...-"

 "히로."

 

 고교 시절이였다. 성적이 떨어졌다. 하나마키를 만난 이후의 일이였다. 맞았다. 당연했기에 마츠카와는 입에 고인 피를 뱉으며 하나마키를 떠올렸다. 늦은 시간이였기에 받지 않을걸 알면서 전화를 걸었다. 마츠? 미안- 깨웠어? 아니아니. 깜빡 졸았어. 히로. 응. 히로. 응, 잇세이. 보고싶어. 잇세이, 어디 아파? 아니. 거짓말 하지마. 조금. 보러 갈까? 괜찮아, 얼른 자. 내일 연습 때도 졸지 말고. 전화를 걸었던게 화근이였다. 이틀 후, 하나마키는 수업 도중 불려갔다. 오후 연습이 끝날 때 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연락도 되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에게 윽박 지르며 오늘은 집에 가서 쉬라고 등을 떠밀었다. 너 같은거 없어도 우리 연습할 수 있거든, 맛층?!

 빈 교실에서 울고 있었다. 히로. 잇세이.. 미안해. 부어오른 뺨이 애처로웠다. 어쩌면 저걸로 끝난게 다행일 따름이였다. 맘만 먹는다면 이런 사람 하나 아무도 모르게 묻어버리는건 간단할테니까. 히로, 미안해. 막, 막.. 알아, 쉬잇-. 나, 나도 아는데-. 잇세이한테 나같은거 안어울리는건 아는데. 하지만..! 미안해, 미안해.

 

 '그치만, 잇세이가 이 때까지 그런 사람 밑에서 자라왔다고 생각하니까..괜히, 괜히 욱해서 미안해-. 나 때문에 나중에 잇세이 혼나는거 아니야?'

 

 넌 내 세상이야. 제 울음까지 더해 설움을 토하는 하나마키를 끌어안고 마츠카와는 다시 한 번 새겼다. 하나마키, 넌 내 세상이야.

 

-

 

 "잇세-.."

 "응, 나 여기 있어."

 

 마츠카와는 부여잡은 하나마키의 손에 뺨을 부볐다. 여기 있어, 내 히로.

 여전히 깊은 숨을 토해내며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에 마츠카와는 검붉은 멍이 든 눈가에 입 맞추었다.

 

 열 일곱의 나에게 묻는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손을 잡지 않을 수 있느냐고. 다시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

 

망했다- 망했다아아ㅏㅏㅏ

사실 전력들은 항상 주제를 보면 소재부터 스토리까지 좌악-하고 떠오르는 편인데 이건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아서 많이 방황하다가 망했어요..알아요....쿨쩍))

 

망한거 안다고오오ㅗ오ㅗㅗ!!!!!!!111 광광))

 

몸 상태도 안좋은 바람에 막...쓰던 도중에 픽- 하고 기절해버려서 막 30분 30분 나눠쓰고 잘 한다, 나레기

 

그냥, 애정갈구하는 맛층이랑 애정만땅의 맛키가 보고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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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붉은빛바다님

 

-

 

 

 끈덕지게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크게 휘저어 보이며 달큰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싫었다. 한 입 크게 베어물면 달달한게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봄 내음이라도 물씬 날 것만 같은 옅은 벗꽃빛 머리칼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항상 그 머리칼을 헤집어놓고야 손을 떼어냈다. 그것도 꽤 거칠게. 

그렇게 언제나 저만 봄인것 같았다.

 

 왠지 울렁이는 기분이였다.

 

-

 

 "맛층 여기야, 여기."

 

 오이카와 특유의 미성이 마츠카와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어이쿠- 대단하셔라.

딱 보기만해도 가게 안의 여성의 눈빛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저 자태란. 저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 앉아있는 이와이즈미에 감탄을 금치 못 할 뿐이였다. 애초에 술은 무리라며 카페에서 만나자던게 이와이즈미 였던 탓에 할말이 없는 처지이려나. 손을 흔드는 오이카와와 옆에 앉아 휴대전화 화면에 시선을 내리꽂은 이와이즈미에게 번갈아 시선을 주며 마츠카와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아아- 오랜만."

 

 여전히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이와이즈미의 어깨를 툭 치니 이어폰 줄이 흔들렸다. 아- 정말, 맛층 왔잖아. 오이카와의 타박과 함께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며 고개를 들었다. 나 왔다고, 이와이즈미 하지메군. 

 

 "마츠?"

 "어?"

 

 푸하하-. 오이카와는 폭소했다. 저가 찾던 이와이즈미가 아닌 새하얀 살결에 애정 묻어나는 눈에 옅은 분홍이 아닌 검정. 봄이 사그라들었다.

 

 "하나..마키?"

 "아-응. 오랜만이네."

 

 하나마키는 어색하게 볼 언저리를 긁적이며 작게 푸스스 하고 웃었다. 마츠카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하나마키의 머리칼을 응시했다. 오이카와는 웃음을 참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이와이즈미는 이제야 도착해 이해 못할 건장한 사네놈 셋이 풍기는 괴상한 분위기에도 당연하다는 듯 오이카와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푸흡- 이와쨩, 나 살려, 줘..!"

 "뭐라는거야, 쿠소카와."

 "아-이와이즈미 오랜만."

 "어, 염색한다더니 진짜 했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반응에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뭐-라는 얼굴을 한 이와이즈미에 다시 하나마키를 바라보니 시서을 피하는 탓에 한숨을 폭 내쉬며 제 머리를 헤집는걸로 헤프닝은 마무리를 지었다.

 

-

 

 지치지도 않고 쉴 새없이 조잘거리는 오이카와 덕에 의외로 카페의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물론 여성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지만. 모처럼이니 이와이즈미도 받아주는 듯 보였다. 마츠카와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시선이 가는 새까맣게 번진 머리칼에 기꺼이 시선을 내어주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웃어넘기기 일쑤였다.

 

 "야, 한 잔하자."

 "에에- 하지만 이와쨩,"

 "술 안된다는게 너였잖아."

 "아, 그거라면 이제 됐어. 검사 끝났어."

 

 오늘일거라고 생각도 못 했고, 뭐.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가 몇 마디를 덧붙였지만 결국 뻔한 결말이였다. 또 쓸데없는 소리나 하지, 쿠소카와! 그치만, 그치만! 이와쨩 술은 안된, 아악- 아파, 이와쨩. 

 

 "너흰 변하질 않는구나."

 "쿠소카와 때문이야."

 "이와쨩 때문이야."

 

 너 이리와. 잘못했어 이와쨩!

 

 하나마키는 실없이 웃으며 그런 둘을 바라보았고 마츠카와는 까만 머리카락에 빠져있다 씩씩 거리며 카페를 나서는 이와이즈미와 그 뒤를 따라 가는 오이카와를 보고 잔을 정리하고 가게를 나섰다. 물론 하나마키가 먼저 간 둘의 짐을 들고 나오는 걸 보고 다시 들어가 빼앗아들긴 했지만 말이다.

 

 간단하게 어디서나 볼법한 호프 집에 들어서 자릴 잡으니 이제서야 마음이 놓이는 기분에 작게 웃으며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어깨 위로 팔을 걸쳤다.

 

 "마츠. 우리 아직 술 안마셨어."

 "안 취했습니다."

  

 키득이며 어깨에 기대오는 하나마키를 마츠카와는 잠시 바라보았다. 목 부근에 닿아오는 간질거리는 감각에 푸슬 웃었다.

 

 "뭐야-. 뭐야, 진짜?"

 "뭐가."

 "마츠, 키 더 컸어?"

 

 고교시절 부활동 쉬는 시간이나 버스에서 곧 잘 기대여오는 하나마키 였기에 그런가 싶으며 잘 모르겠다 답하니 절대 컸어, 90은 되겠어, 부럽잖아-. 라면서 작게 투정이다.

연신 부럽다며 마츠카와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를 꾹 꾹 눌러보았다 뒤집어보기를 반복하며 손도 예뻐같이 낯 간지러운 말을 잘도 했다.

 마츠카와는 손을 내어주었다 하나마키에게 손을 대보라며 서로 맞대자 이젠 한 마디는 차이가 나는 손에 크긴 컸다라고 실감하며 하나마키의 손에 깍지를 꼈다.

 

 "히로는 그대론가봐."

 

 마츠카와는 새하얗게 얽힌 하나마키의 손가락을 응시했다. 답 없는 하나마키의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얼굴을 마주하니 시선을 내리깔고 아랫입술을 작게 깨물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급히 손을 떼어내며 미안, 하고 걱정스레 하나마키를 바라보았지만 하나마키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 나. 잠시 화장실 좀."

 "아. 응. 다녀와."

 

 하나마키가 급히 자리를 뜨자마자 오이카와는 마츠카와를 타박했다.

 

 "에에- 맛층, 너무해."

 "내가 뭘."

 "맛키도 참. 맛층, 잘못했지?"

 

 오이카와의 말에 되묻기도 전 주문했던 자질구레한 안주부터 잔까지 나온 탓에 흐름이 끊겨버렸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하나마키의 자리에 마츠카와의 시선이 앉았다.

 

 "히로, 데려올게."

 "잠시만, 잠시만! 이와쨩 부탁해."

 "쿠소카와가."

 

 이와이즈미는 싫은 내색을 보이면서도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싱글벙글 웃으며 꽃받침 까지하고는 이와쨩 다녀와요- 라더니 이와이즈미가 제 눈에서 벗어나자마자 돌변해서는 마츠카와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맛층-."

 "낯간지럽게 뭐."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어보이며 제 잔을 들어보였다. 우선은 건-배.

 아아- 저 얼굴. 또 휘말리는거 같단 말이야.

 

 "맛층은 맛키 어떻게 생각해?"

 "뭐야, 히로가 나 좋아한다고 있는데 니가 이어주려는 것처럼 보이는 멘트는."

 

 글쎄? 오이카와는 금세 표정을 풀어 다시 환화게 웃어보였다.

 

 "아- 뭐야. 벌써 시작한거야."

 "너 이러려고 나 보냈냐."

 "그럴리가 없잖아, 이와쨩도 참."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보이는 하나마키였지만 마츠카와는 눈가가 붉어져만 보였다. 물론 아무 말도 하진 않았다.

 

 "자- 그럼 건배!"

 "쿠소카와만 빼고."

 "그래, 그거 좋다."

 "찬성."

 

 겍- 너희들 정말 너무한거 아니야? 이 오이카와씨가 아니였더라면 오늘 이 자리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투덜거리는 오이카와는 아무래도 좋았다. 셋은 그렇게 생각했다.

 

-

 

 "그래서 말이야아- 이와쨩,"

 "쿠소카와 취했다."

 "에에- 그럴리가 없잖아아. 우리 이와쨩도 이렇게에- 멀쩡, 하잖아-."

 "말꼬리 늘이지마라. 죽는다."

 

 처음부터 너무 빠른 페이스로 시작해버린 오이카와는 생각보다 잘 버티는 듯하다가도 금세 취기에 나른해져 이와이즈미의 팔을 부여잡고 찡찡거렸다. 넌 어떻게 취하면 말이 더 많아지냐고. 이와쨔아앙-. 좀 닥쳐, 제발.

 저 둘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꽁트가 따로 없으니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와 시시덕거리며 제 앞에 맞은 편에 앉은 둘을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다시 잔에 입을 가져다 대었을 즈음 하나마키가 어깨 위로 기대어왔다. 마츠카와는 잔을 내려두고 고롱거리는 하나마키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으우- 잠투정마냥 얼굴을 찌푸렸다.

 

 "히로 차 가지고 왔어?"

 "차는 개뿔, 면허증 따지도 않았을걸?"

 

 대답을 바랬던 상대가 아닌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답변에 마츠카와는 오징어 다리를 잘근잘근 씹고 있는 이와이즈미에게로 시선을 내던졌다. 그는 제 팔을 끌어안다시피하고 있던 오이카와를 떼어놓은 채 였다. 역시 이와이즈미. 마츠카와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하나마키의 팔을 제 어깨 위로 두르며 손을 들어보였다.

 

 "그럼 간다."

 "조심히 들어가라."

 "수고하고."

 

 마츠카와는 지갑을 꺼내들자 이와이즈미는 그냥 가라며 손짓해보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좀 나올텐데? 어차피 오이카와가 살건데 뭐.

 테이블을 벗어날 즈음 이와이즈미는 마츠카와를 불러세웠다.

 

 "어이, 마츠카와."

 "아-?"

 "하나마키. 머리 안어울려."

 

 잠시 멍 하니 이와이즈미를 바라보더니 허탈하게 웃어보였다.

 그런건 본인한테나 말하라고. 진짜 간다.

 

 마츠카와는 조수석에 하나마키를 앉히고 도롱도롱 잠이 든 얼굴을 한참이고 바라만 보았다. 짙게 번진 머리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어울리는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정말. 마츠카와는 이젠 검은 짧은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얽혀보였다. 싫다. 여전히 부드러운 감촉에 정말 아무런 향도 나지 않을 것만 같은 색감도. 그에 반해 그와는 별개로 은은하게 코 끝을 맴도는 달큰한 향까지. 세상 모르고 곤히 잠든 얼굴도 싫었다. 마츠카와는 푸슬 웃으며 제 겉옷을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아- 싫다.

 

 그의 입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

 

 하나마키가 잠에서 깬건 마츠카와가 목적지인 오피스텔에 도착하고 한참 후의 일이였다. 살짝 뒤로 젖혀진 채 벨트는 풀려있었고 코트를 덮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시동을 끄고 핸들을 지지대 삼아 턱을 괸 채 하나마키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어?"

 "에- 깨우지 그랬어. 미안하게."

 "깨우기 미안할 정도로 잘 자길래."

 

 요즘 피곤했어? 다정하게 물어오는 마츠카와의 탓에 하나마키는 시선을 피하며 어두워서 다행이라며 되내였다. 상체를 일으키며 코트를 반 쯤 접어 마츠카와에게 건내었다. 고마워. 물론 인사도 잊지 않았다.

 휴대전화 화면을 켜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 버스 끊겼으려나. 라 중얼거리자 마츠카와는 괴었던 팔을 풀었다.

 

 "자고 가."

 "엑- 그거 미안하잖아. 민폐야."

 "괜찮으니까 자고 가."

 

 무리무리, 손을 절레절레 저어보이며 발치에 치이는 제 크로스 백을 들었다.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손목을 잡았다.

 

 "내일 쉬잖아."

 "아니, 진짜 괜찮으니까 태워준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데."

 "그럼 집까지 태워줄게."

 "아니. 진짜 괜찮다니까 마츠."

 

 마츠카와는 그러쥔 손목을 세게 쥐었다. 아아- 아파, 마츠. 잠시만.

 

 "머리, 왜 염색했어?"

 

 끙끙거리며 신음을 내뱉던 하나마키의 표정이 굳었다. 마치 사형선고라도 받은 양.

 

 왜 까맣게 했어, 응?

 

 "그, 아-..그냥..했어. 기분전환 겸해서. 오,오래동안 그 머리였으니까 질리기도 했고 말이야. 응, 그거 때문에..했어."

 

 마츠? 나 진짜 가봐야 돼. 버스 끊겨, 정말로.

 

 아아- 또다.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버릇을 하나 알고 있었다. 팀메이트인 만큼 징글맞게 붙어지냈고 죽이 맞아 잘 놀곤했다. 그래서 인지 쓸잘데기 없다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떠올렸다. 떠올릴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나마키는 거짓말을 할 때 똑바로 눈을 바라보고 웃는다.

 

 "집은 태워다줄게. 그러니까 대답해."

 "아니아니, 마츠. 괜찮다니깐. 대답, 했잖아."

 

 그렇게 웃지마. 거짓말 하지마. 아닌 척 하지마. 괜찮다고 말하지 마. 숨기지 마. 히로.

 

 "나, 니 머리 싫었어. 근데, 이건 더 싫어."

 "마,마츠?"

 "하나(花)마키가 아니라 쿠로(黑)마키라도 된거 같아. 싫어."

 

 눈썹이 아래로 쳐진 채 곤란하다는 듯 저를 바라보는 하나마키를 보는 마츠카와의 시선은 너무나도 올곧았다.

 

 "마츠..이 얘긴 다음에 하,"

 "나 너 싫어."

 

 싫다고. 웃는 것도. 옆에 기대는 것도. 나랑 눈 마주치곤 도로 피하는 것도. 무의식에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다른 사람한테 예민하게 구는 주제 내 앞에서는 잘도 흐트러지는 것도. 지금 아무 변명도 없이 내 말 다 듣고 있는 것도. 우는 거 보여주는거 그렇게나 싫어하면서 지금 울고 있는 것도. 진짜, 다 싫어.

 

 마츠카와는 그러쥐고 있던 하나마키의 손목을 놓고 뒷목을 받친 채 입술을 맞대었다. 감지않은 눈에 하나마키의 눈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결코 밀어내진 않았다. 어깨 위로 올린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일까.

 마츠카와는 천천히 떨어진 채 입술을 핥았다. 것 봐. 빈틈 많은 것도 싫어.

 

 "마..츠?"

 "싫어."

 

 마츠카와는 조수석을 뒤로 젖혀버리며 하나마키의 뺨을 부여잡고 입 맞췄다. 싫어. 그러니까 차라리 내가 다 집어 삼켜버릴래.

 

 "히로, 내 히로로 돌아와."

 

 하나마키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집요했다. 눈물자국을 엄지로 문질러주며 눈가에 짧게 입을 맞춰주며 말했다.

 

 "처음에는 그냥 관심이였는데 깨닫고 보니까 좋아하고 있었어. 웃어주는 것도 좋아. 이름으로 너도 모르고 부르는것도 좋아. 기대는 것도 좋아. 나랑 눈 마주치곤 도로 피해서 얼굴 붉히는 것도 좋아. 내 앞에서만 어리광 부리는 것도 좋아. 그냥 좋아. 봄 닮은 니가 너무 좋아. 그러니까 내 봄이 되어줘. 히로."

 

 말을 끝으로 하나마키는 울음을 터뜨렸다.

 

 울지마, 내 히로. 내 봄.

 

fin.

 

(+ 나중에 하나 달래고 염색 진짜 왜 했냐고 물었을 때 우물쭈물 하다가 고등학교 때 마츠가 내 머리 안좋아하는 줄 알았단 말이야, 라면서 찡찡.

마츠가 머리 헝클이던거 마음에 안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고. 그거 듣고 마츠는 속으로 모에-!! 하고 외쳤으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늦었지만 생일 너무 축하드려요 바다님 큐큐큐큐큐ㅠㅠㅠㅠ

이거 엄청 오래 붙잡고 쓴건데 망했다...원래도 망했을텐데 오늘 유독 더 망했..

 

평범한 머리색이면 어떨까에서 시작한 마츠하나였습니다

호되게 혼내주세요...쿨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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