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몽님 리퀘 ; 죽음

 

센티넬버스/왠지모르게 오이이와오이st 지만 전 오이이와라고 주장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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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었다. 이와이즈미가 죽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가 죽었다.

 

 불공평해. 오이카와는 말했다. 애석하게도 그것은 이와이즈미 하지메의 입버릇이였다. 그토록 버릇다운 버릇을 들이라 했지만 끝내 물들고 말았다.

 

 왜 그랬어. 대답. 대답. 대답.

 

 그렇게 기다리기만 한다면, 언제까지고 기다려준다면 답해줄까. 확실한 것은 결국 하나였다. 아니.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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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산하 기구의 명은 유려한 영어인터라 그다지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가이드 라인, 따위의 흔해빠진 것에 불과했다. 빠른 발현 10세부터 늦은 발현 20세에 덧붙여 조기 발현 증상 등 자잘한 것을 더해 관리하고 통제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자국민들은 의무적으로 10세를 기점으로 5년마다 재검사 판정을 받아야한다. 결과는 세 가지 뿐이다. 가이드. 센티넬. 노멀. 이 중에서도 가장 귀찮은 것을 고르라 한다면 역시 센티넬이다. 노멀은 말 그래도 무특성. 일반인. 가이드는 피 검사와 조직 검사 정도의 한 손 안에 꼽을 수 있는 베이스 데이터만 작성한 후 등록하면 끝이다. 그에 비해 센티넬은 신체검사부터 능력지수, 발현시기, 구체화, 한계에 이르기 까지 공식적인 검사만 열댓가지에 이른다. 물론 등록 후는 가이드나 센티넬이나 할거 없이 시설에서 트레이닝을 받아야하지만 말이다.

 오이카와는 조기 발현자였다. 그는 이미 9살에 가이드 판정을 받은 지 오래였고 반면 이와이즈미는 볼 것도 없이 노멀이였다.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 이다. 여름 방학을 맞이해 원치도 않는 가이드 캠프를 언제나 처럼 발을 질질 끌며 갔고 그런 오이카와를 떼어놓으며 다녀오라던 이와이즈미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이와쨩, 나 보고 싶어도 울면 안돼?! 울까보냐! 가벼운 인사 후도 아무렇지 않았다. 단지 밤에 옅게 열에 시달렸다. 몇 일이 지나도 그의 상태는 지극히 멀쩡했다. 조금 어지럽다 느낄 뿐이였다. 2주 째에 접어들자 위장이 역류했다. 목 안이 매말라 목을 내리 긁었다. 어린 것의 통증은 날을 세우고 피를 맺히게 하였다. 막 한 주가 끝나갈 무렵 결국 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의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나 충격적인 것이였다.

 

 "병원이 아니라 가이드 라인 시설 쪽을 가보시게 어떠신지요."

 

 흔히 센티넬들이 겪는 현상이라 말했다. 안정화 시켜줄 수 있는 가이드가 없기에 초기에 쉽게 폭주해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시설에 연락을 넣어주었다. 그리고 홀로 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오이카와를 맞이해주던 이와이즈미는 없었다. 그가 제 오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옆 집이 아닌 시설이였다는 것이 전부였다. 또래에 비해 발현이 늦은 감이 있다며 갑작스런 센티넬 발현에 시설 간호사는 이와이즈미의 부모님들을 진정시켜야 했고 무의식에 안정화가 되고 있었다, 라는 말을 전했다. 가이드가 옆에서 무의식에 안정화시켜 발현 자체가 늦추어진 것이다 라는 하얀 진실이였다. 가족 중 가이드는 없었다.

 이와이즈미가 인공 안정화를 받은 후 정신이 돌아오자 반나절은 센티넬 명부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수많은 검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나머지 반은 아무 사정도 모르는 오이카와를 진정시키는데 걸렸다. 일주일 후 공식적인 서류가 둘 앞에 날아왔다. 길고 따분하고 지루하고 복잡하며 딱딱한 전문용어 세례였지만 결론은 그것이였다.

 

 오이카와 토오루 님의 센티넬은 이와이즈미 하지메 님 입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님의 가이드는 오이카와 토오루 님 입니다.

 

 그 후 왠지 모르게 서먹해진 사이는 얌전히 휴일을 시설에 반납하면서 무색해져버리고 말았다.

 

 "불공평해."  

 "뭐가?"

 

 훈련 중 트레이닝 룸 바닥에 나뒹굴며 턱 아래 진 땀방울을 훔치던 이와이즈미는 미간을 구겼다. 드링크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검지로 오이카와의 팔뚝을 찌르자 커다랗게 눈을 끔뻑일 따름이였다. 나? 그래, 너.

 

 "내가 뭐 어때서."

 "니가 가이드지, 센티넬이야, 어? 측정기록이 그렇게 나오면 괴물이지. 멍청한 자식."

 "이와쨩이 나보다 높은걸."

 "그게 아니잖아, 망할카와. 내가 너하고 뭔 얘길하냐."

 

 이와이즈미는 재차 고개를 내젖다 드링크를 던지고 언제 지쳤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얼굴 정면을 정확히도 맞은 오이카와는 옅게 붉어지는 이마 부근을 매만지며 이내 따라나갔다. 이와쨩- 나 아파! 아프라고 던졌는데 안아프면 안되지. 겍- 나빴어. 시끄러워.

 

 이와이즈미는 나 센티넬, 쟤 가이드 따위를 티내고픈 추호도 없었기에 가벼운 스킨쉽조차 거부하곤했다. 밖은 당연하지만 시설 내에서도 그냥 살갗이 닿는 것을 싫어했다. 물론 연인 사이라던가는 아니였으므로 그러려니 싶게 생각할 법도 했지만 안정화 조차 꺼려하는 턱에 시설 관계자들에게 걱정을 받기도 했다. 아아- 이와쨩 부끄러운거 다 알아. 그러니까 어서 이 오이카와 상에게 안겨, 라는 식으로 구는 날이면 한시도 같이 있으려 들지 않았다. 볼거 다 본 자식인데 굳이 뭘 그래야하냐며 알량한 자존심 문제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러다가도 늦은 밤 귀갓길에 보는 눈도 없다며 칭얼거리기라도 하면 누가 아니랄까 두어 번 짜증을 내다가도 양쪽 볼을 부풀리며 툴툴거리면 한숨 짙은 말투로 이번 뿐이라고 얌전히 제 손을 내어주곤 하였다. 그러면 오이카와는 잽싸게 손을 잡아채 손가락이 얽히게, 서로의 더울 법한 열기에도 좋아라 붙잡고 놓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저에게만 져주는 이와이즈미가 좋았고 이와이즈미는 손끝에 감겨오는 긴 손가락을 싫어하지 않았다.

 

-

 

 사실 가이드와 센티넬의 관계가 그러했기 때문에 결혼까지 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이드의 입장에선 어떨지 몰라도 센티넬은 가이드 없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방적으로 복종 관계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두운 면이라 하겠다. 안정화를 위해서 심한 경우나 각인을 찍어버릴 경우는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그 편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기계나 의약품의 힘을 빌려 센티넬의 폭주를 의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4번 뿐. 이후는 면역의 문제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비슷한 것으로 인해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였다. 더군다나 심한 경우는 육체적 고통에서 죽기라도 한다니 어쩔 도리도 없었다.

 

 제 자신에게 물어보자면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좋아했다. 자각한 것이라면 중학교 시절이였다. 정확히는 이와이즈미의 센티넬 발현 후 였다. 그래서 이와이즈미가 제 센티넬이라는 사실에 말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일종의 소유욕이였다. 따지고 보면 좀 더 오래 전부터 짝사랑이란 감정을 품어왔을 터였다. 소꿉친구라는 타이틀이 괜히 있는게 아니였음에 오이카와는 선뜻 다가서지 않았다. 그게 최악의 선택지일테니. 좋아해. 이 한마디를 깊게 묻어놓고 잘도 웃었다. 그래도 틀린 방향은 아니였다. 확실히 한 조각 한 조각 집어삼키고 있었으니까.

 

 이와이즈미에게 남아있던 기회는 세 번이였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괜찮던 시기를 넘어서자 이와이즈미는 간단히 정신을 잃었다. 안정화 핑계로 치근덕거리던 오이카와를 떠올리자니 위장이 싸해지는 기분에 좀처럼 손도 잡지 못했다. 아득해져 오는 정신을 부여잡고 머리를 헤집으며 나서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소리에 뒤따라나온 오이카와는 얼굴을 어루만져주었다. 눈에 선 핏발에 눈가에 도드라지게 드러난 혈관과 삐걱이는 손가락에 더불어 턱턱 막혀오는 숨에도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밀어내었다. 사람, 불..러, 와. 순간 오이카와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하지만 별말 없이 뛰어갔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입가에 굳은 피가 엉겨붙어 있었다. 목이 따가웠다. 손 끝이 아렸다. 보기 좋게 수직으로 그인 목에 난 선들과 두어 군데 손톱이 빠져버린 손가락에 이마에 바늘자국과 곳곳에 멍자국. 시설 병동에서 작게 신음하자 오이카와는 말했다.

 

 "언제까지 그럴꺼야."

 

 핏기 가신 눈이였다. 아직 두어 개의 인영이 겹쳐보이는 오이카와에게 손을 뻗었다. 나름 기세좋게 뻗어올라 파르르 어깨 위에 안착했다. 오이카와. 오이카와는 말없이 그 손을 잡고 상체를 숙였다. 애석하게도 첫키스는 핏비랜내였다.

 

 물론 그 후로 쉽사리 먼저 다가오는 일은 없었지만 손 정도는 용서해주는 분위기 였다. 오이카와는 여전히 잘도 웃고 다녔다.

 

-

 

 재능은 피워내는 것. 센스는 갈고 닦는 것.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는 그 말이 무색하리만큼 특출났다. 굳이 나쁘게 말하자면 무자비였지만 말이다. 오이카와는 작전 지휘에 두각을 보였고 왠만한 중상급 센티넬과 대등할 법한 측정기록의 소유자였다. 이와이즈미는 제 능력인 방향 감각 극대화로 사격 실력이 출중했다. 덕분에 최전방을 덥썩 받아야만 했다. 생존 확률이 희박하다는 최전방 중에서도 선발대에 배치 받았다. 모래 사막 지형이였다. 폭풍이 자주 휩쓸고 지나가는 구간이였고 시체도 찾지 못한다는 말이 돌만큼 난폭한 곳이였다. 안타깝게도 극도의 확률 전쟁에서 이와이즈미는 살아남았다. 상처 하나 없이, 는 아니였지만 적어도 피 흘리진 않았다. 모래의 잔재 정도에 불과했다.

 

 "이와쨩, 다녀왔어?"

 "어."

 

 땀과 전우인지 적인지 모를 혈흔에 모래를 끼얹은 것을 덕지덕지 붙이고 전초기지로 돌아오면 오이카와는 두 팔 벌려 이와이즈미를 끌어안았다. 수고했어, 이와쨩. 시큼한 비릿내와 손끝이 저릿한 이와이즈미 특유의 체향에 어깨에 코를 박곤 했다. 다치진 않았어? 날 뭘로 보는거냐, 젠장카와. 역시 내 이와쨩.

 오이카와의 경우는 작전이나 지휘 역이 였기에 후방지원에 소속되어 있었고 이와이즈미는 말할 것도 없이 선발대 였다. 말이 후방 '지원' 이지 사실은 그저 기지에 눌러앉아 선발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역할에 불과했다. 가끔 심심한 나머지 스톱워치를 눌러놓고 기록을 재기도 했다. 기지 내 방송으로 귀환 소식이 들리면 극심히 내달리던 시계를 멈추고 군장 준비실 앞까지 한걸음에 뛰어가 제 센티넬을 맞이해 주곤 하였다. 보란 듯이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마치 뒤에 후광이라도 비칠 태세였다. 보는 눈이 많기에 그런 짓을 병적으로도 해대는 것을 잘 아는 이와이즈미 였지만 그 정도는 어리광으로 뵐 뿐이였다.

 

-

 

 그 날 역시 그랬다. 옅게 바람에 묻어나는 모래 한 웅큼을 용케도 입에서 토해내며 철제 책상을 손톱 세워 두드리며 이와이즈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이 울리기 전 귓가를 때리는 요란한 기계음에 오이카와는 푸스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군장 준비실로 향하던 복도였다. 몇 번이고 지겹게 듣던 멘트를 중얼거리고 있던 참이였다.

 

 [선발대가 급습당하였습니다. 제 1 후방지원 조는 지금 즉시 군장 준비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선발대가 급습당하였습니다. 제 1 후방지원 조는 지금 즉시 군장 준비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선발대가 귀환합니다. 최외곽 구역 게이트가 열립니다."

 

 멋나게 첫머리만이 맞아떨어졌다. 느긋하게 옮기던 발걸음이 우뚝 멈추어섰다. 급습? 오이카와는 고장난 것마냥 스피커를 올려다보았다. 이와쨩? 두 번째 집합 방송이 울리고나서야 정신을 차린 오이카와는 가장 늦게 도착해 가장 먼저 준비를 마쳤다. 후발대의 준비가 끝마치기 까지도, 전투지역에 도착하기 까지도 오이카와는 무선 연결만을 시도 하고 있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코드 번호 A-04798. 폭풍 때문인지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문구만이 떴다. 젠장. 이를 악 물었다. 절대 그럴리 없다고 알면서도 불안에 젖어 내리앉는 고동은 어쩌지도 못했다.

 

 "후발대는 지금부터 수색작업에 들어간다. 적과의 접전은 피하고 아군의 위치 파악을 최우선으로 한다."

 

 예상보다 극심히 모래폭풍에 고글을 쓰고도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 이런 날이라면 속공보단 후퇴지. 오이카와는 간신히 연결된 채 깜빡이기를 반복하는 GPS 기기를 붙잡고 현 위치와 설정한 목적지만을 바라보며 나아갔다. 이와쨩! 어디야! 단단히 조여맨 제복과 살갗 사이로 날카로운 감각이 파고들었다. 화력이 부실한 탓에 개조한 리볼버를 놓칠새라 고쳐쥐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내질렀다.

 

 "이와이즈미!!"

 

 발치에 걸리는 느낌에 주위를 살피자 사나운 바람에 휩쓸린 것은 GPS 송신 기기가 부착된 이와이즈미의 제복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땐 제복 블레이저였을 혈흔이 낭창한 넝마였다. 손바닥이 축축해지도록 불쾌한 감각에 오이카와는 아랫 입술을 짓이겼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모 동화의 폭풍에 집이 날아가버렸다는 얘기처럼 모래 위 떨어진 혈흔이 날아가버리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고글을 눌러 활성화 시켰다. 눈 앞에 기계판이 나타나며 요란하게 흔들렸다. 열 감지로 돌리자 열 걸음도 안되는 곳에 사람의 인영이 포착되었다.

도무지 사람이라는 것 이외에는 생사조차 알 수 없다는 기계음에 오이카와는 꽤 난폭하게 시스템을 종료시켰다. 이와이즈미? 리볼버를 이마에 겨누고 조심스레 바짝 붙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 이와이즈미..! 어쩌다, 다친거야? 어디야, 심해? 아파? 괜찮은거야?!"

 "시, 끄러..하나 씩, 물으란 말이다, 넌."

 

 군복 식 제복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블레이저와 그 위에 따로 방탄 가능한 외투 형식의 옷이 있다. 그게 생각보다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였다. 다만 이와이즈미는 방탄 외투는 커녕 보란 듯이 셔츠까지 찢어 대충 둘둘 말아놓은 상태가 심각했다. 이런 날이라면 감염은 거의 확실히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허리께에 손을 넣어 상체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리자 신음이 터졌다. 별 도리없이 오이카와는 제 무릎을 세워 받치고 수통을 열어 지혈 중이던 손을 치우고 들이부었다. 이와이즈미가 크게 들썩였다. 오이카와 역시 이를 악 물고 그의 손을 맞잡아주고 있었다. 참아. 젠장, 그만..둬..! 참아, 출혈 심해지면 또 폭주할거야. 난 그렇게 안둬. 손등 위로 자잘한 근육 사이로 혈관이 돋아오르고 뼈가 드러났다. 더 세게 잡아. 오이카와는 급히 안주머니에서 상시로 가지고 다니던 새하얀 행커칩을 꺼내들어 이와이즈미의 입에 물렸다. 참아. 스며드는 고통에 잇자국이 남도록, 찢어발겨지도록, 얼마 가지 않아 행커칩은 더 이상 하얀색이 아니였다.

 

 "망할, 카와.."

 "말하지마. 다시 물어."

 "9시 방향에, 한 마리. 11시 방향에, 두 마리..처리해."

 

 오이카와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뭐라할 새도 없이 제 리볼버를 9시 방향으로 들어 조금 힘을 빼고 방아쇠를 당겼다. 팔이 떨리는 감겨오는 진동에도 무표정이 역력했다.

 

 "야, 리볼버, 주제..탄환 아껴, 뭘, 내 꺼 써라."

 "두 발이면 충분해. 다시 물어."

 

 오이카와는 이번엔 고개를 들어 11시 방향을 응시했다. 소음기 들고 왔어야 했네. 그래도 이 난리에 총성이 들릴리가 만무하다는 것을 자각하며 고글의 시스템을 재가동시켰다. 두 마리. 성가셔. 아까와는 다르게 팔 전체에 힘을 준 채 당기자 어깨가 조금 뒤로 밀리고는 빈 수통을 내던졌다. 상처 위를 열기로 지지자 신음성 비명이 터져나왔다. 목소리가 아니라 목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참아.

 

 "그, 만..둬."

 "닥쳐. 참아. 이대로 죽게 둘거 같아?"

 "늦었다고, 말하잖아. 망할 자식아-. 내 말 좀, 마지막인..데, 쳐, 들어..!"

 "누가 멋대로 마지막이야, 이대로 복귀해서 전선 다시 바로잡고, 우리 쪽 피해가 크면, 지금 만회하면 되는, 거 잖아. 그러니까 정신 차려." 

 

 잠잠해지는 폭풍우에 이와이즈미는 울컥하며 핏덩이를 쏟아냈다. 처참하게 토해진 응어리들은 말간 모래 속에 파묻혔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힘껏 오이카와를 밀어냈다. 통증 때문도, 역류한 혈액 때문도, 더군다나 지지리도 제 말을 듣지 않는 오이카와 때문도 아니였다.

 

 "멍청한, 자식..아-"

 

 기도가 막히는 듯한 소음을 만들어내며 응어리가 흘러내렸다. 날을 세웠다. 탁하게 내쉬던 숨도 멈추었다. 더렵혀진 숨을 삼키더니 이내 가단하기 삼켜버리고 마는 것이였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뜨자 백안이 검게 물들어있었다. 눈가에 솟은 혈관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찢기고 엉망이 되어 펄럭이는 셔츠 사이로 힘줄과 뼈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이즈미?"

 

 제 앞을 막아선 채 보란 듯이 피를 토해내며 평소의 입버릇처럼 욕짓거리를 내뱉는 이와이즈미에 오이카와는 뺨의 언저리에 튄 핏자국을 쓸어내리는 순간 이와이즈미는 몸을 돌려 군화로 사네의 발을 내리찍고 턱 아래 움푹한 부위에 엄지를 제외한 손가락을 끼워넣고 날렸다. 평소 상태라도 목에 무리가 갈게 뻔했지만 그는 폭주 상태였다. 팔뚝으로 갗 뽑은 체액이 흘러내렸고 머리와 분리된 몸뚱아리는 허공을 비집다 처참히 쓰러졌고 이와이즈미는 뜯어낸 한낯의 거대한 살점을 떨구었다. 그리곤 고꾸라졌다. 무릎이 가장 먼저 모래 사이를 파고들었고 그 다음 손바닥이 닿기도 전 상체가 엎어졌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어깨를 잡아 돌리곤 가면마냥 달라붙은 모래를 쓸자 이와이즈미는 허탈하게 웃었다.

 

 "너, 그깟..총 하나, 개조, 했다고..어, 자만질이냐."

 "빨리, 후송.."

 "야, 진짜..어, 끝까, 지 이러냐. 너."

 

 오이카와는 한 손으론 이와이즈미의 턱도 없는 출혈 부위를 막으며 본부에 연락을 넣었다. 물론 무엇 하나 통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한바탕 휩쓸고 간 폭풍우의 여파인지 도무지 닿지 않는 터에 출혈 부위가 한 두군데가 아니라 복부 정중앙에 뚫린 것은 관통상이라 아물지를 못했다.

 이와이즈미는 흉측하게 일그러지는 손을 가만히 들어 배덕감과 죄악감에 시달리는 오이카와의 뺨에 가져다대었다. 얼굴 풀어, 자식아.

 

 "하지메...?" 

 "이럴거면, 손, 먼저 잡아줄..걸 그랬나보다."

 "무슨, 무슨 소리야. 무슨 마지막 같은..! 아니아니, 이제 잡아주면 되는거잖아. 하지메? 하지메, 말하지마. 또 역류할거야, 그만,"

 "줘도, 의미없지, 아주, 어?"

 

 이리와, 토오루. 

 

 표면부터 굳기 시작한 핏자국은 입술이 닿자 몽글거리던 표피가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져 다시 흘러내렸다.

 

 "나쁘진, 않네."

 

 희미하게 걸린 호선은 핏기가 가신 것이였다. 하지메. 조금만, 더 빨리, 할..걸 그랬나. 불공평해. 옅은 키득거림과 함께 마지막으로 말라붙은 손이 모래를 파고 들었다.

 

 하지메. 하지메. 하지메.

 대답. 대답. 대답.

 

 그의 입버릇처럼 대답은 없었다. 불공평하게도. 귓가에 노이즈가 울리더니 이내 지원부대의 연결팀과 연락이 닿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이카와 분대장님. 그 좌표로 지원 필요하십니까. 분대장님. 오이카와는 가만히 인이어를 빼내었다.

 

 불공평해.

 

 그리 중얼거리는 오이카와는 허탈하게 웃었다.

 

 "대답."

 

-

 

어제부터 질질 끌어온 글..다 썼..쿨럭-

 

뭔가 환영해요- 로 시작해서 쓴 글인데 우중충해져버렸..

 

아닙니다, 카몽님 전 진짜로 막-막!! 어휘가 딸린다.....짐승

 

쓰면서 조금은 즐거웠고 나머진 고통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일상이므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하하하하하ㅏㅎㅎ

 

미묘하게 전력 글 따위로 전락해버린 것만 같지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럼, 이런 괴상한 거 받고 나서 뒷수습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겠습니다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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