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 님께 서프라이즈-

 

* 센티넬버스 (이래저래 추가된 상태입니다) / 혼란가득 / !캐붕주의! ~어디까지나 뇌피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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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렴풋하게 기억에 스치는 것은 추적이며 내리던 결코 기분 좋지 않은 비와 위태로웠던 눈 앞과 뜨거운 체온에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상체를 밀어올리듯 벽면을 짚고 일으키자 빌어먹으리만큼 익숙한 방일 따름이였다. 어딜 보아도 변함없는 순백이 싫었다. 평범하게 싫었다. 통제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쩌면 그닥 좋은 기억따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지끈거림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밑도 끝도 없이 밀려들어 오는 현실이 싫었다. 자꾸만 아래로 끌어내려놓곤 제 자리를 각인시키려는 멋대로의 횡포만 같아 실증이 났다. 여기저기 생채기 투성이인 손바닥과 손등을 몇 번이고 뒤집었다 가볍게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자연스레 감겼다 도로 떠지는 시야 안에 그제야 자신이 보였다.

 스피커의 노이즈가 방 안에 울렸다. 손끝으로 두어번 치더니 소리를 확인하는 듯 했다. 들립니까-. 따라 고개를 들어올려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찾았다. 분명 스크린 너머로 보고 있을게 뻔했다. 팔자 좋은 놈들이라는 생각 이외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냥 저조한 컨디션에 가까웠다.

 

 [성실하게 답해주십시오.]

 

 건조한 말투엔 별 다를 것도 없었다. 기계적인 소음이나 다름없었다. 신분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출구의 보안이 해제되는 안내와 함께 어딘가 위 쯤에 있을 스피커도 작은 노이즈와 함께 잦아들었다. 어디 흔한 마찰음조차 없이 문이 열리더니 히구치가 안으로 들어섰다. 간이침대 아래서 보조의자를 끌어내더니 짧은 한숨이 자리잡았다. 종이가 팔락이는 소리가 여러 개 겹쳐 무겁게만 느껴졌다. 서류를 들쳐보던 히구치의 얼굴이 영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아쿠타가와는 그에 대해 무엇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암묵적인 약속과도 같았다. 어차피 좋으나 싫으나 곧 알게 될 사실에 대해 시간을 조금 더 당기는 것은 설명을 요구하는 저나 그 설명을 충족시켜야하는 히구치나 누구에게도 탐탁찮은 일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어지럽게 드러난 서류가 한 자리로 돌아가고 히구치의 시선도 돌아왔다. 눈가가 불그스름한게 꼭 울기라도 한 사람같았다. 그냥 그렇다고 아쿠타가와는 어렵사리 떠올렸다.

 

 "몸은 좀 어떠세요."

 

 목소리가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괜찮으신가요. 두 번째 물음에야 그는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어제 새벽 경 전투 도중에 폭주하셨습니다. 도중이셔서 적은 완전 섬멸하셨습니다만,"

 

 폭주. 범인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뛰어넘는 이능력자인 센티넬이 힘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붕괴되는 것을 말한다. 어디선가는 정신력이 약하면 쉽게 폭주한다 라고 떠드는 모양이다만 근거없는 설에 불과하다. 아쿠타가와만을 보아도 그랬다. 그도 폭주라면 몇 번이고 겪어왔던 몸이다. 그것이 의도적이던 자연적이던 간에 수차례 맛보아온 떨떠름한 경험일 뿐이였다. 센티넬들은 시덥잖은 능력부터 살인기술까지 선천적으로 가지는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그 때문에 랭크판정을 받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힘의 정도만이 아닌 폭주의 가능성을 우려하여 정신력까지 더한 값이다. 아쿠타가와의 경우라면 SS 급의 상당한 상위 랭크의 센티넬이였고 의도적으로 약물을 사용해 폭주했던 횟수를 제외한다 해도 군에 소속되어 그 잘난 이능력을 써대는게 먹고사는 일이라면 그깟 폭주 한 두번은 우스운 것이였다. 목숨을 걸어야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우스운 일에 치부되고 마는 것은 가이드의 몫이 컸다. 이능력을 낭비하고 다니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가벼운 두통을 동반하는데 묘하게 지끈거리면서도 떨쳐내지지가 않아 꽤나 괴롭다만은 그런 것 따윈 가이드가 손 한 번 잡아주면 말끔히 나아져버리고 마는 것이였다.

 히구치가 말끝을 흐렸다. 제법 핏기가 가신 얼굴이였다. 곤란해하는게 분명했고 그 원인이라면 제가 제공했을 터였다. 마음 속으로 깊게 사죄의 마음을 지닌다던가의 꼴사나운 짓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일이 손꼽아 세어 사죄의 대상을 늘리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주기를 두고 돌아가는 또 하나의 일상이기도 했다. 히구치가 물고 있던 아랫입술이 떨어졌다. 

 

 "가이드 분이 경상을 입으셨습니다."

 

 놀랄 일도 아니였다. 전부터 폭주 당시의 기억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평소 자신의 이능력을 떠올리면 금방 상상할 수 있었다. 난무하는 그 사이로 뛰어들었을게 뻔했다. 어리석은 놈. 전공법말고는 아는게 없으리라 확신했다. 일말의 죄책감은 어디에도 존재치 않았다. 그럴 법도 했다. 껄끄서운 상대에게 가질 동정심은 없었고 그럴 그도 굳이 아쿠타가와에게 위로의 한 마디와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 점만은 좋았다.

 

 "현재는 안정을 취하시는 중입니다. 그리고 면회 신청이 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나쁜 예감에 아쿠타가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히구치는 알겠습니다 라며 서류에 몇 자를 끄적이는 듯 보였다. 아래서부터 스멀거리며 기어올라오는 통증에 관자놀이를 꾹 누르자 변함없는 상태가 몸뚱아리 주인을 반겼다. 이 쪽은 전혀 반갑지도 않은데 말이다. 언제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아쿠타가와가 작게 이를 갈자 히구치는 서류를 내려놓고 무례라는 것을 잊고 잠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다만 마주친 시선 사이로 그럴 새도 없이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힐끔. 도로 올라섰다.

 

 "어시스트라도 불러오겠습니다."

 

 "그만둬."

 

 자리에서 일어나며 제법 걱정에 찬 눈으로 응시하는 제 어시스트인 히구치에게 시선을 줄 틈도 없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예상범위 내의 행동을 저지시켰다. 임시 가이드 역인 어시스트들론 만성 통증을 가실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미 히구치가 가이드 범위 내에 있음에도 오히려 격력해지는 머릿 속은 간단히 제압할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게 질색이였다. 언제나 익숙해졌다 라고 말하면서도 방문 시기를 알려주지 않는 이 불친절한 손님은 쉽게 쫓아지지도 않을 뿐더러 저 혼자의 힘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필요한건 가이드와의 단 한순간의 접촉. 어제 폭주한 여파인지 기세등등하게 치고 나오려는 이능력은 이 부질없는 몸뚱아리를 뚫고 나오면 승천이라도 하겠다는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역시 굳이 용써가며 이해하려 들지도 않았다. 고통이 눈 앞의 다 였다. 폭주의 잔여를 우려하는 턱에 이 방에 밀어넣은게 확실한데 임시방편조차 이 꼴이라면 약 처방을 한 번 더 받아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아쿠타가와였다. 히구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절대적인 명령에 발목을 잡힌 채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상부에서 처리하라며 던져준 서류라면 선배가 마음 먹고 제대로 작성해줄리가 없다는 사실따윈 이미 다 아는 사실이였고 딱히 그러지 않아도 그 정도 쯤은 해낼 수 있었다. 그저 보는 눈이 있으니 형식 상 이루어지는 비지니스를 몸소 체험 중이고 선배의 가이드 상태도 알려야했으며 무엇보다 폭주 후이니 그 만큼 신경을 써야했다. 주치의로 부터 상태를 파악해오라는 또 다른 리퀘스트까지 받았으니 일이 뒤틀려 무슨 일이라도 나면 뒷처리는 결국 히구치의 몫이였다. 강제 진정제 처방을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낮게 숨을 고르는 아쿠타가와를 바라만 봐야했다. 

 

 "진정제- 한 번 더 받아와라."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얼굴이 조금 피어났다. 자신따윈 이미 관심 밖에 났다하여도 무언의 충성심에 히구치는 가볍게 목례를 한 뒤 방에서 나섰다. 다시 한 번의 안내가 들리는게 꼭 넌 나갈 수 없어 라고 쐐기를 박아대는 것만 같았다. 아쿠타가와에게 솔직한 심정으론 이 선고가 성미에 맞지 않았다. 다시 떠올릴건데 결코 좋은 기억을 가지지 못한게 가장 컸다. 어디 까지나 포괄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랬다. 젠장맞을 트레이닝 룸이 똑같이 생겨먹은건 곱씹어보아도 신경을 건들이고 마는 짓이였다. 아직 제 능력을 다루기에 미숙한 센티넬들에게 훈련을 가능케하며 주위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는, 이능력이 그 안에서 세어나가지 않게 해주는 그런 벽이였다. 막 군에 소속되어 훈련을 받을 때 아쿠타가와는 이미 제 능력을 충분히 다룰 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게 화근이였다. 능력에 비해 사용하는 법이 안타깝다며 다자이에게 훈련의 일환이라는 이름 아래서 매일같이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살아야했고 덕분에 담당 주치의까지 배정받는 혜택을 누려야만 했었다. 후에 독방에 갇혀 의도찮은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바깥 생활을 동경했었다. 철없지만 조금 어릴 적의 이야기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슬럼 출신의 부모조차 알 수 없다. 슬럼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이미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였다. 그의 고향일 법한 12지구는 여느 슬럼가와 다를 바 없이 제 몸 하나 지키기 힘든 곳이였고 유독 12지구가 그랬다. 다른 지구에 비해 넓은게 죄랄까 조직에 몸 담고 있던 자들이 숨어들기를 반복했고 그 때문에 여러 차례 숙청이 이루어졌다. 부모 얼굴도 모르고 제 이름도 모른다는 자들에게 내어줄 온기가 어디 있다고 그깟 슬럼가에서 사람이 죽어나는 것 쯤은 군에선 이미 한참 전 눈 밖에 난 일이였다. 그렇다고 다른 지구로 피해가는 것 역시 꽤나 골치 아픈 일이였다. 고향이니 뭐니 이름을 붙이며 정 주는 것은 제 앞가림 하며 먹고 사는게 가능한 녀석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였다. 슬럼에선 얘기가 달랐다. 타 지구 출신이 들어와 살게 되었다는 것은 조직 배신자들일 가능성이 있었고 그 가능성은 숙청으로 이어질게 뻔하기에 일찌감치 해치워버리는게 일상다반사였으니 헛되이 죽는 개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였다. 그럼에도 12지구에선 다른 지구보다 유출자들이 많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죽는다면 시도라도 해보겠다는 심산이였다. 어린 아쿠타가와에게는 그 조차 우스운 꼴에 불과했다. 끊고 말하자면 예상치못한 전개로 그는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있었다. 한창 이 일대를 장악하고 슬럼가를 점령하고 다닌다는 소문의 조직이였다. 이능력자들을 끌어다 써 손대지 못한 채 기하급수적으로, 그저 살기 위해 무턱대고 조직에 몸을 담는 센티넬들이 많았다. 저를 죽이려드는 자가 있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꺼내든 라쇼몽에 의해 그 남자는 죽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조직의 일원이였다. 선택은 두 가지였다. 그 능력을 조직을 위해 쓰던가, 수세에 몰려 결국에는 죽던가. 수없이 원망해왔던 세상을 왜 그토록 살길 염원했는지 지금으로써도 알 길은 없다. 생물의 본능이 그런가 보다. 냉철한 이성의 판단보다 슬럼 출신이라는게 그렇듯 순간의 본능이 재능을 피웠을 따름이였다.

 먼지도 뭉치면 눈에 띄기 마련이다. 조직이 날로 커가며 제법 자리 잡는 모양새였지만 이면엔 자연스레 골 아픈 것들이 모여들었다. 센티넬에겐 반드시 가이드가 필요하다. 그게 어떠한 능력을 지니는가의 문제가 아닌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컨데 가벼운 물체만 들어올릴 수 있는 염력이라 할지라도 계속 염력을 이용한다면 능력의 범위는 넓어지기 마련이고 한 단계 위로 향상되는 것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그 상승은 결코 가볍게 치부할 것도 하물며 기뻐할 것도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마땅한 희생을 치루어야 했고 그 형태는 간단했다. 고통. 들려오는 소문은 어마무시하다만 결론적으론 열이 오른다. 단지 그 뿐이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열이 올라 결국 녹아내린다는건 어디까지나 출처를 알리없는 소문이며 진실은 폭주하게 된다. 감당치 못하고 힘을 다해 죽고마는 일은 허다 했다. 조직 내에도 몇 되지 않으나 가이드는 존재했다. 하지만 짝이 맞지도 않을 뿐더러 내켜하는 눈치도 아니였다. 그러다보니 슬럼가만이 아니라 일반 지구까지 피해가 생겨났고 결국 군이 개입하게 되었다. 그 때였던가, 아쿠타가와가 다자이를 처음 만난건. 반항할 기세도 보이지 않는게 신기한 모양인지 경계만은 풀지 않는 아쿠타가와에게 언제나 처럼 웃으며 손을 뻗었다.

 

 '나와 함께 가게나.'

 

 어디 군에나 있을 그런 고지식한 눈이 아니였다. 아쿠타가와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슬럼가 출신.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부모 아래서 오냐오냐 하면 응석받이로 자라왔을 사네가 아니라는 것 쯤은 간파할 수 있었다. 생존에 허덕인 자의 눈이였다.

 

 '이런 곳에서 개죽음은 원치 않잖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불편해보였다. 그래서 손을 잡았다. 그저 그 뿐이였다.

 

-

 

 "아츠시 군에겐 가보지 않을 생각인가."

 

 "-다자이 씨."

 

 "자네 어시스트에게서 면회거절은 들었지만 아무래도 아츠시 군이 힘들어질 테니. 그리고,"

 

 다자이는 간이침대에 초췌해진 채 비스듬하게 앉아있는 아쿠타가와에 다가섰다. 손을 올리자 움찔하며 몸을 뒤로 빼는 모습에 피식 웃더니 이마에 손을 얹었다. 닿은 손바닥은 차가웠다. 그걸로 충분했다. 어기적거리며 속을 맴돌던 통증이 눈 녹듯 찰나에 녹아내렸다. 미세한 변화에 다자이는 손을 떼며 묻어난 식은땀을 허벅지 부근에 닦아냈다. 

 

 "이 꼴로는 아츠시 군에게 가는 것조차 무리일게 뻔하니 말일세."

 

 "...소생은,"

 

 "-이 참에 확실하게 하는 편이 좋네. 자괴감에 빠져있는 아츠시 군을 보는 것도 원치않고, 자네는 내 손을 떠날 때가 훌쩍 넘었네."

 

 더 이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야. 가볍게 흘리는 말이였다. 다음은 없다. 실로 두려운 한 마디였다. 다자이는 어깨너머로 잠시 시선을 내던졌다 출구로 나섰다. 그 멍청한 조직에서 데려올 적의 꼬마가 아니다. 가르칠 만큼 충분히 가르쳤다. 그러니 당연히 방금의 말도 이해할 것이고 실언 쯤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턱이였다. 행동으로 당연히 옮길 것이다. 자연스런 흐름 상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에 처해있고 어시스트인 히구치에겐 일러두었다만 조만간 승급 심사가 있을 예정이다. 아쿠타가와가 가이드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데도 그가 상위 랭커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폭주의 가능성 마저 커버하는 힘은 물론 다자이 앞에선 무용지물이였으나, 현재보다도 더 윗 단계를 노려볼만 했다. 상위 랭커가 적은만큼 전력은 키워둬야한다. 잘만 컨트롤한다면 전력은 상당히 급증한다. 그런 기회를 놓칠 군도 아니였으니 당연했다. 제 손으로 데려와 키운 아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꼴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자신은 어디까지나 비상 방지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뻔히 가이드가 있음에도 탐탁찮다는 이유로 멀리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떼 쓰는 아이에 불과했다. 온전히 고통을 받아들이는게 오히려 군 상부에 먹힌 모양이다만 그대로는 절대 좋은 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자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떠나 보낸게 한 둘이 아니였기 때문이였고 그 때가 되면 저 역시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 쓴소리라도 해야했다. 슬럼에서 나고 자란 것이 어리석게 굴리가 없지 않은가. 생존이 최우선이니 적당히 알아들었을 터였다.

 다자이가 나서고 미묘하게 닫히지 않은 출구의 틈을 노려보았다. 관리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미 스크린 너머로 상황파악은 끝난 상태일 것이였다. 나가도 좋다는 신호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폭주하며 연구시설을 파괴하는 꼴은 절대 두 눈을 뜨고 볼리가 없었다. 잠시 눈 앞이 흐려졌다. 일부러다. 절대 일부러다. 가이드를 만나라는 암묵적인 명령. 나카지마 아츠시. 그와는 원래라면 군에서 처리하여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각인할 예정이였으나 얼마 전 도중 무언가 뒤틀려 빠른 길을 택했다. 소감을 묻는다면 '불쾌하다' 정도다. 흥분제와 소량의 환각제를 투여받고 이루어진 한낱의 행위는 볼품없었고 열기에 취해 기억따위 나지도 않았다. 그 편이 좋았다. 각인 이후로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와 같이 웃음기 띈 얼굴로 맞이하는게 거슬렸다. 어쩌면 행위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단순히 상대가 그였기 때문에 한 문장, 불쾌하다로 정의되는지도 몰랐다. 지극히 아쿠타가와 다운 발상이였다.

 

 그가 천천히 앞으로 발을 내딛어 온전히 내려앉았다. 발바닥 한 가득 들어차는 촉감이 싫었다. 길들여져 가는 감각이 싫었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익숙해져가는 제 자신이 가증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신원 확인없이 문 턱을 넘었다. 그 하나가 벅차 힘겨웠다. 그깟 벽 한 장이 무슨 차이라고 살갗에 와닿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잔기침에 입가를 막았다. 긴 복도는 연구원들이 바삐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고 아쿠타가와에게 내어줄 시선은 없는 듯 하였다. 빤히 보이는 동정심따윈 사양하고 팠다. 당연하다. 제 자신에게도 내비추질 않는 얄팍한 감정은 사고 싶지도 팔고 싶지도 않았다. 상냥함이 사람을 죽인다고 옳은 말이다. 슬럼 출신인 저는 누구보다 그 말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쿠타가와에게 있어 제 가이드는 멍청한 녀석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일리가 없다. 말이 가이드이지 비상, 그 유사 시 동원될 센티넬이다. 기구한 인생이란건 나카지마 아츠시를 두고하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종종 떠올리는 아쿠타가와였다. 감정을 배제하는 그로서 철칙에 어긋나면서도 처음으로 떠올린 상대다. 당연히 그에 대해 알고있는 것은 적지만 적어도 히구치에게 받은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나카지마 아츠시, 전쟁고아로 부모역시 군 소속이였던 모양이다. 일생을 군에서 보냈고 지금이라고 바뀐 처지도 아니다. 부모 대에서 끊겼다 믿었던 윗 대의 센티넬 피를 물려받아 이능력을 가졌지만 가이드 피 역시 같이 물려받았다. 그 가능성에 실험체로 동원되었고 지금의 꼴이 났다는 것 정도만이 그가 아는 사실이다. 가이드이자 센티넬. 제 자신을 억누르는 힘을 가졌기에 따로 가이드를 배정받지 않았고 수세로 인해 우선적으로 가이드에 소속되었다. 예의 실험의 참상으로 덕분에 정기적인 검사와 다량의 약물을 투여받는 모양이다.

 

 복도를 따라 걷자 프린트도 아닌 아예 배정받은 병실에 이름표가 보였다. 그 놈의 안전주의인 군의 배려깊은 선택이 틀림없었다. 같은 층 배정이라니. 아쿠타가와는 병실 문 손잡이를 잡았다. 여기서 문을 여는 것은 용기과다한 행동이다. 엄연히 따지면 그가 아츠시를 필요로한다. 선천적인 몸뚱아리가 안정화 없이는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분명히 센티넬인 자신이 가이드인 그를 필요시한다. 그럼에도 모순되는 사실은 제 발로 먼저 그를 찾아온 적은 없다는 것이다. 사려깊은 가이드 씨께서 언제나 굉장한 타이밍에 찾아와 되도록 부담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정화시켜줄 따름이였다. 이번 폭주 역시 다를 바 없었을 터였다. 대기 조에 있다 연락을 받자마자 급히 와 전공법 밖에 모르는 바보니 뛰어들었을게 뻔했다. 문은 안으로 열렸다. 신원 확인따윈 없었다. 커튼이 쳐진 모양인지 조금 어두운게 아직 눈 뜨지 않은 듯 했다. 그를 떠올리게 하는 향이 낮게 깔려있었다. 소리나지 않게 문고리를 잡아 문을 닫고 놓아주었다. 왠지 모르지만 문을 잠궜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벽면의 스탠드가 미미하게 주위를 밝히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의자 위 책 두어 권과 바닥에 놓여진 값싼 음료도 있었다. 길게 있고싶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병실에 들어서자 가벼운 쓰라림조차 가셨다는게 분했다. 각인 이후 속 편하게 헤실거리면서도 얼굴이 마주하면 급하게 자리를 피하다가도 이렇게 눈 감고 있는 꼴이 영 거슬렸다. 이참에 솔직해지자면 존재자체가 조금 버거웠다. 사람을 밀어내는데엔 익숙했지만 받아들이기엔 아쿠타가와는 너무도 미성숙했다. 좋은 핑곗거리였다.

 

 손을 뻗어 눈가에 어지럽게 늘어진 머리칼을 쓸어넘겨주었다. 살갗에 닿은 손가락을 매만져보았다. 겉돌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그저 저보다도 인생이라 아름답게 포장된 마물에 이리저리 끌려다녔음에도 잃지않은 상냥함을 동경해온건지도 모른다.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다는 것에 질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 하나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되지 않는 감정도 싫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 순간의 제 자신도 싫었다. 그러니 아직은 이르다고 멋대로 단정지을 예정이였다. 아쿠타가와는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호흡이 닿았다. 일렀다. 명색의 가이드니 이 복잡함도 가실 터였다. 그렇게 믿었다. 마찰음 하나 없도록 단순히 닿았다 떨어졌다. 달콤함 따윈 없었다. 있을리가 없었다. 단지 접촉에 불과하니까.

 

 "-괜찮아."

 

 중얼거렸다. 아직 멀지않은 아쿠타가와의 뒷목에 힘없이 손을 얹으며 아래로 끌어당겼다. 손가락이 얽히며 호흡이 뒤섞였다. 질척임없이 체온이 아래로 향하자 아츠시는 기꺼이 고개를 돌려 그에게 목덜미를 내어주었다. 꽤 아프게 무는 아쿠타가와에 고르지 않은 숨을 찬찬히 내쉬어가며 어렵사리 뒷머리를 쓸어주었다. 괜찮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머리칼을 다시 쓸어주고 도로 빠져나가길 반복했다. 한껏 잠긴 목소리 너머 물기가 잔뜩 묻어져나왔다. 

 

'괜찮아-, 괜찮아.'

 

 울었었던 것 같다. 다친거라곤 저 하나인데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목덜미를 끌어안고 몇 번이고 말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만해. 그만해도 돼. 아쿠타가와- 괜찮아. 나 여기 있어. 괜찮아. 괜찮아.

 

 "인호."

 

 "-응."

 

 "괜찮다."  

  

-

 

 

         

 00. 서로 이익때문에 결혼한 컾 (feat. 엠프렉)

 

 둘 다 집안 좋다던간데 세상물정 너무 빤히 아시는 도련님들이다보니 둘 다 약혼 얘기 나왔을 때도 그러려니하다가

 결혼 얘기나오고 얼굴 보고 서로 아아- 저 녀석도 똑같네 라는걸 알게 되었을 때 적당히 둘이 합의 볼거같다

 이름 있는 가문이니 조심하고 결혼하고 후계자 낳는건 맞는데 따로 애인있다던가

 사람들 앞에서는 서로 좋아서 못사는 느낌정도로 붙어있고 예쁘게 웃고 하다가도 딱 끝나면 싹 굳어서

 서로 싫어하는게 아니라 비지니스 파트너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니까 친구 정도로는 어울리려나

 

 

 

 01. 위에랑 같은데 둘이 혐관

 

 한 쪽이 일방적이든 둘 다 그러든 재밌을거같다

 

 수가 일방적일 때 애는 낳아야되니까 강제로 관계가지는데 죽을 맛, 그와중에 잘 생기지도 않으면 진짜 멘탈 탈탈-

 그러면서 아니, 그냥 인공관으로 하자고 라고 해도 집에서 반대하는거 뻔히 알면서 그러냐 라고 대답할 공

 나중엔 뭐 무정자증이니 노정력 같은 소리하면서 애 배고 나서도 극혐 할게 뻔하다

 

 그리고 입덧하면 뭐 되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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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하공 사장님 X 연상수 알바

 

 갑을관계니까 연하연상인데도 존댓말하는 수의 비애지만 그게 또 사랑스러운 법이지

 수가 막 애교많고 살갑게 굴고 그런 사람인데 공이 무뚝뚝하면 뻔하게 이루어지는 관계 같은거

 당연히 연상일 줄 알았더니 나중에야 자기보다 나이 어린거 알고 ?????????? 하면서 속으로 열내고

 사귀고 나서 일할 때 호칭 붙어버려서 존댓말한다던가, 사장님은 원래 직원들한테도 존대 쓰니까 상관없다지만

 묘하게 지가 나이 더 많은데 지는 느낌에 싫어할거 같기도 하고, 그런게 연하연상 컾 묘미지

 

 이런데는 서브로 다른 컾 하나 더 들어가야할 각이다

 

 정말 정직한 느낌에 깔끔한 맛인 직원 X 장난 많이 치는 위에 수 (알바)선배인 직원

 분명 여기는 수가 사람 잘 다루는 패턴이라 사귀는 사람 있다는거 알면 위에 오른되시는 분이 아아 그렇구나 했다가

 선배가 오른인거 알고 꽤나 충격받을거같다/너만 모르는 공개연애 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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