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오 님께 받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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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그것은 틀림없이 한 송이의 만개한 동백꽃이였다. 무슨 흐름인가 싶다가도 혼자 푸스스 웃어버리는게 츄야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단순히 다자이 오사무의 만행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그 뿐이였다. 분명 되짚어보아도 헛짓에 지나지 않을테지만 왠지 다자이의 손을 거치면 의미심장해져버리고 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귀가 훤히 드러나도록 머리칼을 넘겨주곤 그대로 아래로 선을 따라 손길이 스며들었다.

 

 "뭐하는 짓거리냐."

 

 "츄야가 늦게까지 안들어와서 말이지- 멋대로 준비해봤어."

 

 "언제까지 어린 애도 아니란 말이다. 네 놈의 지시를 따를 이유는 없어."

 

 "응. 따를리가 없잖아, 츄야가." 

 

 츄야는 인상을 구기며 혀를 찼지만 다자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가볍게 손을 잡아당겨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충 코트 안을 뒤져 지갑을 찾으려하자 계산이라면 미리 했는걸- 이라는 듣고싶지 않은 답변이 돌아왔다.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인상쓰는 제 파트너를 보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모자를 꾹 눌러주었다.

 

 "그런 얼굴로 화내봐야 소용없어."

 

 바에서 나오자 츄야는 다자이의 손을 뿌리쳤다. 익숙한 모양새로 다자이는 손을 들어보이며 먼저 오르기 시작했고 벽면에 의지해서 한 두 걸음을 옮기자 셔츠자락 속까지 파고드는 밤공기에 낮게 떨었다.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기세좋게 한 번에 양껏 들이부은게 문제였는 듯 했다. 한 동안 임무니 뭐니 하며 시간이 나지 않았고 오랜만이라며 바텐더가 서비스랍시고 주는 잔을 족족 받아 마신 것도 있었다. 그래봐야 별게 있을거라고 술 맛 좋다- 며 마신게 나쁘지 않았지만 다자이가 중간에 끼여들거라는 예상따윈 없었으니 다자이가 나쁜 것이였다. 어디까지나 츄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늦게오면 와인 셀러 전원 꺼버릴거야."

 

 "-죽여버린다, 다자이!!"

 

 이미 한참 전에 끝에 다다른 다자이는 여유롭게 비틀거리는 츄야는 내려다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질질 끌리던 일이 끝나 기쁜 마음에 마셨으리라 정도는 눈에 훤히 보였다. 술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였고 놀림거리로 귀 뒤에 꽂아준 동백꽃을 아직도 그대로인 채라니. 뻔했다. 우리 츄야 단단히 취했구나. 입가를 가리지 않고 맘껏 웃는 다자이에 열오르는건 츄야였다. 사람을 바보취급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어째 급한 마음과는 반대로 자꾸 허탕을 치는 발에 괜한 짜증만 늘었다. 애당초 뭐하러 순순하게 저를 찾으러 왔는지도 알 길이 없었고 물어봐야 제가 원하는 답따위 일절 입에 담지 않을 작자였으니 기대할 짓도 못되었다. 늦게까지 안들어온다고 찾는게 그와 제 사이에 있어 바람직한 행동 범위에 들어가지도 않을테고 굳이 억지로 밀어넣는다면 어디까지나 파트너 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에 불과했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사네지만 힘만큼은 인정한다. 몇 번인가는 작전을 위해 기꺼이 생명의 기로로 자신을 몰아넣기도 했다. 매사에 저를 골려먹이려 드는 작자에게 몸을 맡기는 파렴치한 신뢰관계따위 원치않았지만 처음부터 그런 류의 사람이였다. 상대가 누구라고 태도가 종이가 바람에 넘어가듯 뒤집힐 일도 없었다. 문자 그대로 기분 나쁜 사네였다.

 취기에 지친 몸이 가볍게도 들렸다. 천천히 뒤로 젖혀진 고개를 들자 당연스레 다자이가 있었다. 헛웃음과 함께 몸에 힘이 쭉 하고 빠져나갔다. 미묘한 안도감과 닮아있었다. 다자이는 잠시 멈추어 윗 계단에 발을 걸치고 자세를 고쳐 안았다. 목덜미 부근을 어루만지며 뒤로 떨어지지 않게 팔에 기댈 수 있게하곤 남은 계단을 올랐다.

 

 "얌전하네."

 

 "피곤해-."

 

 "나는 누구 덕분에 피곤한데 말일세."

 

 "그거 기쁜 소식이네."

 

 눈을 감은 채 키득이는 츄야의 모습에 소리 없이 다자이는 살풋 웃었다. 미적지근했다. 지하에서 이끌려온 온기가 쌀쌀한 밤공기에 삼켜질 때 움츠러드는 어깨를 다잡으며 비상등을 켜놓은 조수석 앞에 섰다.

 

 "츄-야."

 

 "뭐."

 

 "문 좀 열어보게."

 

 아 진짜, 이 자식. 모처럼 기분 괜찮았는데 망할 다자이. 츄야는 손을 대충 뻗어 허공을 휘적이자 손 끝에 걸리는 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겼다. 

 

 "세이프-."

 

 다자이는 아슬하게 벌어진 문을 무릎을 세워 잡아 벌렸다. 기꺼이 허리를 숙여 이미 반 쯤 넘어간 조수석에 내려놓자 사라진 온기라도 찾는 양 가볍게 뒤척였다. 조심스레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온 다자이는 코트를 벗어 츄야의 목 아래까지 덮어주었다. 히터를 키려다 손을 놓곤 비상등을 껐다. 발치에 부스럭 거리는 종이가방을 뒤로 손을 뻗어 좌석 위에 얹었다. 기껏 구해왔더니 혼자 취해버려서는. 다자이는 츄야의 모자를 뒷 좌석으로 던졌다. 사실 시간이라면 그리 늦지도 않았다. 채 12시가 되지 않았지만 참도 이른 시간이였다. 이 대단한 애주가의 성격 상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해도 정정당당히 그 값은 지불하는 법이였다. 그럼 나도 대가를 받아가겠네. 아랫입술을 물었다.

 

 질척임없이 입술이 맞닿았다. 귀를 한 손에 그러쥐고 살살 매만지자 얼마 가지않아 쉬이 허락이 떨어졌다. 온기를 갈구한 사람이라기엔 뜨거웠다. 빈틈없이 타액이 섞여들어갔다. 츄야는 손을 뻗어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작은 마찰음과 함께 떨어진 온기에 츄야는 눈을 비집고 떴다.

 

 "망할 놈."

 

 "웬일로 상냥하네. 츄야."

 

 "취했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흩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여전히 자리한 동백꽃을 츄야의 손에 쥐여주었다. 솔직하지 못하네. 시선을 피한 츄야를 끈질기게 뒤쫒자 가볍게 어깨를 밀쳐냈다.

 

 "이건 어디서 난거냐."

 

 "코요 누님서 얻어왔네."

 

 잘 어울릴거같아서. 여전히 기분 나쁜 사네라는 점은 틀림없었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제 생각을 읽고있다는게 이유였다. 멋하면 아랫 것들을 시켜 데리러 왔어도 충분한 이야기였다. 직접 행차하셨냐 아니냐에 깨지는 얄팍한 관계가 아니니 두 말할 필요도 없음에도 굳이 제 발로 온다는데, 자신을 그것을 기다리는데 의미가 부여되진 않았다. 단순했다.

 

 연인이기에. 

 

 "어이, 다자이."

 

 돌아보는 얼굴에 칭칭 감긴 붕대와 머리칼 어딘가에 아직 시들지 않은 동백꽃을 꽂았다. 풀썩 누우며 눈을 감았다. 피곤하다, 가자. 탐탁찮은,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분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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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뭔가 타이밍 상 미묘하게 오 님 글을 봐버려서 아- 동반자살은 혼자서 못하지만 혼살은 잘 할 수 있겠지 란 생각이..ㅋㅋㅋㅋㅋ

 

뭔가 굉장히- 어, 불안하게 써버렸네욬ㅋㅋ 흐름이 이상햌ㅋㅋㅋㅋ 의식의 흐름도 뭣도 아니얔ㅋㅋㅋㅋㅋ

 

간단하게 휘리릭 읽고 넘기시면- 머릿속에서 지우시면 되는, 뭐 그런, 그런- 쓰레깁니다(해맑)

 

그냥 와주셔서 감사하고 초면에 겁도 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해버렸는데 실례네요 ;ㅁ;

 

그래서 뭐- 감사와 죄송함을 담아..

 

아니요, 역시 글도 사과드리겠습니다..(mm 

 

 

오늘 자 연성 끄적끄적 : 다자츄는 어렵다    오 님은 존잘님 /(ㅇㅅㅇ)/ 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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