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평범하게 오다사쿠가 다자이 좋아하는거 보고싶다에서 시작한 썰이였습니다(feat. 볼빨간 사춘기-좋아한다고 말해)


 말그대로 오다사쿠는 다자이 좋아하는건데 둘이 이웃집/옆집 사인데 같이 학교 다녔으면 하니까 두 살 많은걸로 하자 3학년인 오다사쿠랑 1학년인 다자인데 평소엔 정말 관심도 없었는데 중학교라던가 애초부터 달랐고 고등학교가 우연찮게 같아서 옆집이니 어머니들 수다 덕에 알게된 사실이랄까 덤벙거리고 많이 다치기만 하고 잘 웃는다며 새삼 걱정하셔서 우리 애한테 잘 봐달라고 하죠 뭐 옆집인데 어때요 라는 말과 함께 묘한 인연의 시작인거지

 

 초면에 빤히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갸우뚱하다가 눈썹이 움직이니까 푸슬 웃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면서 손 내밀고 잘 부탁해- 오다사쿠 라는 건방진 녀석 정도 동생 생겼다고 생각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나쁘지만은 않은가 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묘하게 거슬리는 느낌이라 단순히 아는 동생 정도라는 느낌하고는 꽤나 거리가 멀겠지만 쬐그만한 책임감에 덜컥 챙겨줘야지 하고 생각할거같다 그러다보니 등학교 같이 한다던가 심심하다면서 집에 곧잘 찾아오거나 저녁 혼자 먹기 싫다는 투정으로 와서는 같이 먹는다던가 부모님 늦게 오는 날이면 혼자면 심심하잖아- 라면서 굳이 옆에와서 자거나 책 읽거나 티비 보면서 지내는 사이

 여름방학에 부모님 두분이 해외 다녀오신다길래 바이바이 따위로 웃으면서 보내는데 오다사쿠는 거슬릴거같다 항상 혼자있기를 싫어하는 눈치였고 웃으면서 지내는 주제 묘하게 외로움타는게 신경쓰였으니까 다음에는 부부 동반으로 같이 가자며 떠났는데 당연스레 어머니가 챙기기도 하고 이제껏 일도 있으니 자연스레 같이 지내는 날이 늘었고 가끔은 다자이네서 신세 지기도 하고 그런 소소한 나날 그러다가 여름 보충 때 같이 하교한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항상 늦게 나오는 다자이니까 적당히 음료수 하나 뽑아 마시면서 텅 빈 반으로 향하면 대충 시간이 맞아떨어지니까 또 그렇게 반복하는데 빈 반에 두명이라는 시츄에이션 뻔하게 '좋아해' 라는 고백 타이밍이였고 계단 부근에 기대서 기다리는데 들어버렸으니까 엿들어버렸다는 생각에 그럴 의도는 아니였는데 하고 중얼거리면서 빈캔을 건들이면서 기다릴거다

 

 '미안'

 

 당연히 그랬지

 

 '날 좋아해주는건 고맙지만 무리-'

 

 녀석다운 페이스였고 상대도 납득한다는 분위기였는데 '너보다 날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미안해져버리거든' 이라는 뭔가 의미심장한 말

예상한 모양인지 시원하다는 얼굴로 여자는 조용히 걸어나왔고 기다리고 있던 오다사쿠 쪽으로 얼굴을 내밀면서 요- 많이 기다린거야? 용서해줘 저녁은 카레여도 봐줄테니까- 라면서 당연스레 같이 하교

 

 '어이, 다자이'

 

 '응'

 

 '아까-' '궁금한거지, 역시?'

 

 '뭐 그런거지'

 

 다자이는 한껏 고민하는 모양새를 보이더니

 

 '역시 비밀- 오다사쿠는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으니 비밀 하나정도는 좋다고 생각해'


 그 날 이후로 이래저래 많이 신경쓰이는 듯 했고 딱히 오다사쿠도 부정하진 않았지 전보다 성가셔졌고 손이 많이 갔고 비밀도 생겼고 대충 그런 흐름인데  마냥 눈길이 간다고 해야되려나 보충 마지막 날 다른 해보다 보충이 일주일 정도 짧아졌고 장마는 시작됐지 한바탕 쏟아지려는 하늘을 보다 오늘 일이 있어 조금 일찍 귀가하니 혼자 하교하라는 다자이의 말이 떠올랐고 그 녀석에겐 없을 우산도 동시에 떠오를거다 우산을 들고 아래층으로 뛰었고 신발장 앞에서 멍하니 위를 올려다보는 다자이가 다행이도 아직 있었고 숨을 몰아쉬고 약하게 우산으로 머리를 치자 아프다는 시늉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더니

 

 '뭐야- 역시 내 걱정?'


 '또 감기 걸린다'

 

 '역시 오다사쿠-'

 

 '얼른 가'

 

 '아 있잖아 나 오늘 집에서 잘게'

 

 우산은 돌려놓겠다는 말을 하며 나서는데 왜 인지 모르겠다는 생각 뿐일거다 하교 때 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고 마지막이자 하나 뿐인 우산이였으니 당연히 비를 맞으면서 집에 갔고 집에서 잔다고 했으니 불도 다 꺼져있는데 냄비에 카레는 아직 따뜻하게 데워져 있고 메모로 '내 탓이라고 할 생각마' 라고 적혀있을테다 그 날 늦은 밤에 전화가 와서 받으니

 

 '오다사쿠'

 

 '이 시간에 안자고 뭐해'

 

 '내일 학교도 안가는데 자버리는거야? 시시하네-'

 

 '잠은 자야지'

 

 '나 없이 잠 잘오나보네'

 

 '-무슨'

 

 '별로'

 

 그러더니 뚝 하고 끊어져버릴거다, 전화 결국 그 뒤로 잠 못자고 뒤척이다 다시 전화해야되나 찾아가야되는건가 싶어서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밤 새버리는데 9시경에 다자이가 찾아오더니 아주 당연스럽다는 듯이 식탁에 앉아서 '아침-' 하고 다크서클 내려앉은 오다사쿠를 보더니 웃음을 터뜨리면서

 

 '역시 못 잔거구나'

 

 하루종일 방에서 뒹굴거리면서 옆에 있는데 그게 묘하게 안심이 되서 조는데 깼을 땐 다자이가 무릎 베개라던가 해주고 있을거 같다 '더 자' 라면서 눈가 가려주는데 그대로 자버렸다는 그런 얘기 이른 저녁에 깼는데 깼더니 평범하게 '나 다리 아픈데 말이야' 라면서 투정해서 안마해주고 게임이라던가 같이 하다가 그 날은 오다사쿠네에서 잤을거같다

 

 '오다사쿠'

 

 '왜'

 

 '나 사귀는 사람 생겼어'

 

 '-누군데'

 

 '역시 흥미가져주는거네 기뻐'

 

 '..보통 물어보잖아'

 

 '오다사쿠랑 나는 보통 사이인거야?'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난 그런 얘긴데'

 

 '아니라니깐'

 

 '그럼 우린 무슨 사이야?'

 

 '그냥-'

 

 '그냥?'

 

 '됐다'

 

 그 날 잠이 안온다며 새벽녘에 제 집으로 돌아가버린 다자이 덕에 같이 잠 못잘 오다사쿠는 대화를 되돌아 보다 왜 자기가 다자이한테 그렇게 흥미를 쏟고 있는지도 고민하고 그 무슨 관계라는것도 생각하다 골머리 썩겠다 다음 날은 전혀 찾아오지 않았고 연락도 없고 연락하면 받지도 않고 그냥 그런 날 달랑 문자 한 통이 와서 보니 '보통 사이니까 그다지 얼굴 보고 싶지 않아' 한숨 쉬면서 전화를 시도해봐도 전혀 받지않는건 여전할거다

 조금 그쳤다 싶은 비는 저녁에 기세를 타고 다시 세차게 내리고 교토에 계신 할머니가 비에 넘어지셔서 부모님은 얼른 가보셨을거고 혼자 남은 오다사쿠는 잠을 청하겠지 오밤중인데 초인종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싶다가도 누구겠어 라는 생각에 조심스레 문을 열어주었더니 우산을 곱게 접은 채 내미는 다자이가 서 있을거다 비는 다 맞고 옆집이니까 짧은 거리지만 워낙 쏟아지니 잠시만 맞아도 흠뻑 젖을텐데 아랑곳않고 그대로 우산을 돌려주더니 '잘썼어' 하고 뒤돌아서는 다자이에 급하게 잡겠지

 

 '왜'

 

 '왜라니'

 

 '겨우 옆집이야'

 

 '그런거 아닌거 잘 알잖아'

 

 '글쎄'

 

 '내 말 좀 들어봐'

 

 '들을 얘기는 없 는거같아서'

 

 겨우 잡아놓고 현관에 서 있는 다자이를 거실로 데려오니 떨어지는 물방울에 수건을 가져다주니까 대충 닦아내서 머리라도 문질러주고 앉으라는 말과 함께 차라도 끓여내줄 오다사쿠다 기껏 내주었더니

 

 '나- 감기 걸릴거같아'

 

 '그러길래 왜 맞고 왔어'

 

 '쓰기 싫어서'

 

 '아아-'

 

 '할말이 뭔데'

 

 '-적당히  그만두면 안될까'

 

 '시작은 내가 아닌걸'

 

 '난 뭔지도 모르는데'

 

 '그거 적당히 눈치채면 되잖아, 적당히'

 

 다자이는 마시지도 않는 차를 컵에 손만 얹고 손을 녹이겠지

 

 '난..'

 

 '오다사쿠 있잖아- 조금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지 않아?'

 

 '어?'

 

 '확실히 하라는 말이야'

 

 다자이는 머리에 얹은 수건을 냅다 오다사쿠 얼굴에 집어던지더니 소파에 앉아있으니까 뒤로 밀치더니 위로 올라앉고 오다사쿠가 급하게 수건을 떼어내며

 

 '다자이..!'

 

 그러면 위에 의기양양한 채 웃으면서 '왜-' 하고 얼굴을 들이미는데 자연스레 뒤로 빼겠지 '거봐' 그러면서 반쯤 녹은 손으로 두 볼을 부여잡더니 진한듯 아닌듯 입술만 닿는 입맞춤을 길게 하더니 떨어져서는 이마를 맞대고 있다가 홀랑 일어나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이제 좋아한다고 말할 때 되지않았어?' 하고 돌아가는거지 그러면 멍하니 있다 다자이는 씨익 웃어보이고는 집을 나서고 오다사쿠도 급하게 뒤를 따라나서면 가로등만 골목을 비추고 다자이는 느릿한 걸음으로 제 집으로 향하는데 오다사쿠가 가로등 아래서 다자이를 잡고 찐하게 타액까지 섞어주자 미미하게 헐떡이더니 가슴팍에 이마를 대고 작게 웃으면서 '먼저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하소연하는 다자이를 안아줄거다 '그래서, 말 해줄거야?' 하고 올려다보는데 어떻게 말을 안할 수가 있어

 

 '다자이'

 

 '응, 듣고 있어. 그러니까 도망치지 말고 모른 척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줘. 내 눈 보면서'

 

 ‘좋아해'

 

 다음 날 둘이 같이 보기좋게 감기 걸려버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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