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붉은빛바다님

 

-

 

 

 끈덕지게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크게 휘저어 보이며 달큰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싫었다. 한 입 크게 베어물면 달달한게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봄 내음이라도 물씬 날 것만 같은 옅은 벗꽃빛 머리칼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항상 그 머리칼을 헤집어놓고야 손을 떼어냈다. 그것도 꽤 거칠게. 

그렇게 언제나 저만 봄인것 같았다.

 

 왠지 울렁이는 기분이였다.

 

-

 

 "맛층 여기야, 여기."

 

 오이카와 특유의 미성이 마츠카와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어이쿠- 대단하셔라.

딱 보기만해도 가게 안의 여성의 눈빛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저 자태란. 저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 앉아있는 이와이즈미에 감탄을 금치 못 할 뿐이였다. 애초에 술은 무리라며 카페에서 만나자던게 이와이즈미 였던 탓에 할말이 없는 처지이려나. 손을 흔드는 오이카와와 옆에 앉아 휴대전화 화면에 시선을 내리꽂은 이와이즈미에게 번갈아 시선을 주며 마츠카와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아아- 오랜만."

 

 여전히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이와이즈미의 어깨를 툭 치니 이어폰 줄이 흔들렸다. 아- 정말, 맛층 왔잖아. 오이카와의 타박과 함께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며 고개를 들었다. 나 왔다고, 이와이즈미 하지메군. 

 

 "마츠?"

 "어?"

 

 푸하하-. 오이카와는 폭소했다. 저가 찾던 이와이즈미가 아닌 새하얀 살결에 애정 묻어나는 눈에 옅은 분홍이 아닌 검정. 봄이 사그라들었다.

 

 "하나..마키?"

 "아-응. 오랜만이네."

 

 하나마키는 어색하게 볼 언저리를 긁적이며 작게 푸스스 하고 웃었다. 마츠카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하나마키의 머리칼을 응시했다. 오이카와는 웃음을 참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이와이즈미는 이제야 도착해 이해 못할 건장한 사네놈 셋이 풍기는 괴상한 분위기에도 당연하다는 듯 오이카와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푸흡- 이와쨩, 나 살려, 줘..!"

 "뭐라는거야, 쿠소카와."

 "아-이와이즈미 오랜만."

 "어, 염색한다더니 진짜 했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반응에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뭐-라는 얼굴을 한 이와이즈미에 다시 하나마키를 바라보니 시서을 피하는 탓에 한숨을 폭 내쉬며 제 머리를 헤집는걸로 헤프닝은 마무리를 지었다.

 

-

 

 지치지도 않고 쉴 새없이 조잘거리는 오이카와 덕에 의외로 카페의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물론 여성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지만. 모처럼이니 이와이즈미도 받아주는 듯 보였다. 마츠카와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시선이 가는 새까맣게 번진 머리칼에 기꺼이 시선을 내어주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웃어넘기기 일쑤였다.

 

 "야, 한 잔하자."

 "에에- 하지만 이와쨩,"

 "술 안된다는게 너였잖아."

 "아, 그거라면 이제 됐어. 검사 끝났어."

 

 오늘일거라고 생각도 못 했고, 뭐.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가 몇 마디를 덧붙였지만 결국 뻔한 결말이였다. 또 쓸데없는 소리나 하지, 쿠소카와! 그치만, 그치만! 이와쨩 술은 안된, 아악- 아파, 이와쨩. 

 

 "너흰 변하질 않는구나."

 "쿠소카와 때문이야."

 "이와쨩 때문이야."

 

 너 이리와. 잘못했어 이와쨩!

 

 하나마키는 실없이 웃으며 그런 둘을 바라보았고 마츠카와는 까만 머리카락에 빠져있다 씩씩 거리며 카페를 나서는 이와이즈미와 그 뒤를 따라 가는 오이카와를 보고 잔을 정리하고 가게를 나섰다. 물론 하나마키가 먼저 간 둘의 짐을 들고 나오는 걸 보고 다시 들어가 빼앗아들긴 했지만 말이다.

 

 간단하게 어디서나 볼법한 호프 집에 들어서 자릴 잡으니 이제서야 마음이 놓이는 기분에 작게 웃으며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어깨 위로 팔을 걸쳤다.

 

 "마츠. 우리 아직 술 안마셨어."

 "안 취했습니다."

  

 키득이며 어깨에 기대오는 하나마키를 마츠카와는 잠시 바라보았다. 목 부근에 닿아오는 간질거리는 감각에 푸슬 웃었다.

 

 "뭐야-. 뭐야, 진짜?"

 "뭐가."

 "마츠, 키 더 컸어?"

 

 고교시절 부활동 쉬는 시간이나 버스에서 곧 잘 기대여오는 하나마키 였기에 그런가 싶으며 잘 모르겠다 답하니 절대 컸어, 90은 되겠어, 부럽잖아-. 라면서 작게 투정이다.

연신 부럽다며 마츠카와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를 꾹 꾹 눌러보았다 뒤집어보기를 반복하며 손도 예뻐같이 낯 간지러운 말을 잘도 했다.

 마츠카와는 손을 내어주었다 하나마키에게 손을 대보라며 서로 맞대자 이젠 한 마디는 차이가 나는 손에 크긴 컸다라고 실감하며 하나마키의 손에 깍지를 꼈다.

 

 "히로는 그대론가봐."

 

 마츠카와는 새하얗게 얽힌 하나마키의 손가락을 응시했다. 답 없는 하나마키의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얼굴을 마주하니 시선을 내리깔고 아랫입술을 작게 깨물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급히 손을 떼어내며 미안, 하고 걱정스레 하나마키를 바라보았지만 하나마키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 나. 잠시 화장실 좀."

 "아. 응. 다녀와."

 

 하나마키가 급히 자리를 뜨자마자 오이카와는 마츠카와를 타박했다.

 

 "에에- 맛층, 너무해."

 "내가 뭘."

 "맛키도 참. 맛층, 잘못했지?"

 

 오이카와의 말에 되묻기도 전 주문했던 자질구레한 안주부터 잔까지 나온 탓에 흐름이 끊겨버렸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하나마키의 자리에 마츠카와의 시선이 앉았다.

 

 "히로, 데려올게."

 "잠시만, 잠시만! 이와쨩 부탁해."

 "쿠소카와가."

 

 이와이즈미는 싫은 내색을 보이면서도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싱글벙글 웃으며 꽃받침 까지하고는 이와쨩 다녀와요- 라더니 이와이즈미가 제 눈에서 벗어나자마자 돌변해서는 마츠카와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맛층-."

 "낯간지럽게 뭐."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어보이며 제 잔을 들어보였다. 우선은 건-배.

 아아- 저 얼굴. 또 휘말리는거 같단 말이야.

 

 "맛층은 맛키 어떻게 생각해?"

 "뭐야, 히로가 나 좋아한다고 있는데 니가 이어주려는 것처럼 보이는 멘트는."

 

 글쎄? 오이카와는 금세 표정을 풀어 다시 환화게 웃어보였다.

 

 "아- 뭐야. 벌써 시작한거야."

 "너 이러려고 나 보냈냐."

 "그럴리가 없잖아, 이와쨩도 참."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보이는 하나마키였지만 마츠카와는 눈가가 붉어져만 보였다. 물론 아무 말도 하진 않았다.

 

 "자- 그럼 건배!"

 "쿠소카와만 빼고."

 "그래, 그거 좋다."

 "찬성."

 

 겍- 너희들 정말 너무한거 아니야? 이 오이카와씨가 아니였더라면 오늘 이 자리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투덜거리는 오이카와는 아무래도 좋았다. 셋은 그렇게 생각했다.

 

-

 

 "그래서 말이야아- 이와쨩,"

 "쿠소카와 취했다."

 "에에- 그럴리가 없잖아아. 우리 이와쨩도 이렇게에- 멀쩡, 하잖아-."

 "말꼬리 늘이지마라. 죽는다."

 

 처음부터 너무 빠른 페이스로 시작해버린 오이카와는 생각보다 잘 버티는 듯하다가도 금세 취기에 나른해져 이와이즈미의 팔을 부여잡고 찡찡거렸다. 넌 어떻게 취하면 말이 더 많아지냐고. 이와쨔아앙-. 좀 닥쳐, 제발.

 저 둘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꽁트가 따로 없으니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와 시시덕거리며 제 앞에 맞은 편에 앉은 둘을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다시 잔에 입을 가져다 대었을 즈음 하나마키가 어깨 위로 기대어왔다. 마츠카와는 잔을 내려두고 고롱거리는 하나마키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으우- 잠투정마냥 얼굴을 찌푸렸다.

 

 "히로 차 가지고 왔어?"

 "차는 개뿔, 면허증 따지도 않았을걸?"

 

 대답을 바랬던 상대가 아닌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답변에 마츠카와는 오징어 다리를 잘근잘근 씹고 있는 이와이즈미에게로 시선을 내던졌다. 그는 제 팔을 끌어안다시피하고 있던 오이카와를 떼어놓은 채 였다. 역시 이와이즈미. 마츠카와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하나마키의 팔을 제 어깨 위로 두르며 손을 들어보였다.

 

 "그럼 간다."

 "조심히 들어가라."

 "수고하고."

 

 마츠카와는 지갑을 꺼내들자 이와이즈미는 그냥 가라며 손짓해보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좀 나올텐데? 어차피 오이카와가 살건데 뭐.

 테이블을 벗어날 즈음 이와이즈미는 마츠카와를 불러세웠다.

 

 "어이, 마츠카와."

 "아-?"

 "하나마키. 머리 안어울려."

 

 잠시 멍 하니 이와이즈미를 바라보더니 허탈하게 웃어보였다.

 그런건 본인한테나 말하라고. 진짜 간다.

 

 마츠카와는 조수석에 하나마키를 앉히고 도롱도롱 잠이 든 얼굴을 한참이고 바라만 보았다. 짙게 번진 머리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어울리는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정말. 마츠카와는 이젠 검은 짧은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얽혀보였다. 싫다. 여전히 부드러운 감촉에 정말 아무런 향도 나지 않을 것만 같은 색감도. 그에 반해 그와는 별개로 은은하게 코 끝을 맴도는 달큰한 향까지. 세상 모르고 곤히 잠든 얼굴도 싫었다. 마츠카와는 푸슬 웃으며 제 겉옷을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아- 싫다.

 

 그의 입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

 

 하나마키가 잠에서 깬건 마츠카와가 목적지인 오피스텔에 도착하고 한참 후의 일이였다. 살짝 뒤로 젖혀진 채 벨트는 풀려있었고 코트를 덮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시동을 끄고 핸들을 지지대 삼아 턱을 괸 채 하나마키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어?"

 "에- 깨우지 그랬어. 미안하게."

 "깨우기 미안할 정도로 잘 자길래."

 

 요즘 피곤했어? 다정하게 물어오는 마츠카와의 탓에 하나마키는 시선을 피하며 어두워서 다행이라며 되내였다. 상체를 일으키며 코트를 반 쯤 접어 마츠카와에게 건내었다. 고마워. 물론 인사도 잊지 않았다.

 휴대전화 화면을 켜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 버스 끊겼으려나. 라 중얼거리자 마츠카와는 괴었던 팔을 풀었다.

 

 "자고 가."

 "엑- 그거 미안하잖아. 민폐야."

 "괜찮으니까 자고 가."

 

 무리무리, 손을 절레절레 저어보이며 발치에 치이는 제 크로스 백을 들었다.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손목을 잡았다.

 

 "내일 쉬잖아."

 "아니, 진짜 괜찮으니까 태워준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데."

 "그럼 집까지 태워줄게."

 "아니. 진짜 괜찮다니까 마츠."

 

 마츠카와는 그러쥔 손목을 세게 쥐었다. 아아- 아파, 마츠. 잠시만.

 

 "머리, 왜 염색했어?"

 

 끙끙거리며 신음을 내뱉던 하나마키의 표정이 굳었다. 마치 사형선고라도 받은 양.

 

 왜 까맣게 했어, 응?

 

 "그, 아-..그냥..했어. 기분전환 겸해서. 오,오래동안 그 머리였으니까 질리기도 했고 말이야. 응, 그거 때문에..했어."

 

 마츠? 나 진짜 가봐야 돼. 버스 끊겨, 정말로.

 

 아아- 또다.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버릇을 하나 알고 있었다. 팀메이트인 만큼 징글맞게 붙어지냈고 죽이 맞아 잘 놀곤했다. 그래서 인지 쓸잘데기 없다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떠올렸다. 떠올릴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나마키는 거짓말을 할 때 똑바로 눈을 바라보고 웃는다.

 

 "집은 태워다줄게. 그러니까 대답해."

 "아니아니, 마츠. 괜찮다니깐. 대답, 했잖아."

 

 그렇게 웃지마. 거짓말 하지마. 아닌 척 하지마. 괜찮다고 말하지 마. 숨기지 마. 히로.

 

 "나, 니 머리 싫었어. 근데, 이건 더 싫어."

 "마,마츠?"

 "하나(花)마키가 아니라 쿠로(黑)마키라도 된거 같아. 싫어."

 

 눈썹이 아래로 쳐진 채 곤란하다는 듯 저를 바라보는 하나마키를 보는 마츠카와의 시선은 너무나도 올곧았다.

 

 "마츠..이 얘긴 다음에 하,"

 "나 너 싫어."

 

 싫다고. 웃는 것도. 옆에 기대는 것도. 나랑 눈 마주치곤 도로 피하는 것도. 무의식에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다른 사람한테 예민하게 구는 주제 내 앞에서는 잘도 흐트러지는 것도. 지금 아무 변명도 없이 내 말 다 듣고 있는 것도. 우는 거 보여주는거 그렇게나 싫어하면서 지금 울고 있는 것도. 진짜, 다 싫어.

 

 마츠카와는 그러쥐고 있던 하나마키의 손목을 놓고 뒷목을 받친 채 입술을 맞대었다. 감지않은 눈에 하나마키의 눈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결코 밀어내진 않았다. 어깨 위로 올린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일까.

 마츠카와는 천천히 떨어진 채 입술을 핥았다. 것 봐. 빈틈 많은 것도 싫어.

 

 "마..츠?"

 "싫어."

 

 마츠카와는 조수석을 뒤로 젖혀버리며 하나마키의 뺨을 부여잡고 입 맞췄다. 싫어. 그러니까 차라리 내가 다 집어 삼켜버릴래.

 

 "히로, 내 히로로 돌아와."

 

 하나마키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집요했다. 눈물자국을 엄지로 문질러주며 눈가에 짧게 입을 맞춰주며 말했다.

 

 "처음에는 그냥 관심이였는데 깨닫고 보니까 좋아하고 있었어. 웃어주는 것도 좋아. 이름으로 너도 모르고 부르는것도 좋아. 기대는 것도 좋아. 나랑 눈 마주치곤 도로 피해서 얼굴 붉히는 것도 좋아. 내 앞에서만 어리광 부리는 것도 좋아. 그냥 좋아. 봄 닮은 니가 너무 좋아. 그러니까 내 봄이 되어줘. 히로."

 

 말을 끝으로 하나마키는 울음을 터뜨렸다.

 

 울지마, 내 히로. 내 봄.

 

fin.

 

(+ 나중에 하나 달래고 염색 진짜 왜 했냐고 물었을 때 우물쭈물 하다가 고등학교 때 마츠가 내 머리 안좋아하는 줄 알았단 말이야, 라면서 찡찡.

마츠가 머리 헝클이던거 마음에 안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고. 그거 듣고 마츠는 속으로 모에-!! 하고 외쳤으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늦었지만 생일 너무 축하드려요 바다님 큐큐큐큐큐ㅠㅠㅠㅠ

이거 엄청 오래 붙잡고 쓴건데 망했다...원래도 망했을텐데 오늘 유독 더 망했..

 

평범한 머리색이면 어떨까에서 시작한 마츠하나였습니다

호되게 혼내주세요...쿨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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