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붕요소가 다분할지도 모릅니다//아 거의 확실하게) 

 

 -

 

 

 독특하다. 괴상망측하다. 희한하다. 이상하다. 재밌다. 무섭다. 천진난만하다. 태평하다. 물음표. 가볍다. 어린아이. 속을 알 수가 없다.

이 모든 것은 한 사람에게 따라붙는 수식어이다. 텐도 사토리. 그는 그런 사람이였다.

 보편적이란 이성의 선에서 절대 따라붙지 안는 붉은 머리칼의 존재감이야 말로 그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하였다. 거하게 세운 머리에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한 텐도 특유의 베이비 페이스는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최상의 조건이였다. 물론 그 성격을 더한다면 더 할 나위없는 존재였다. 클래스 메이트들 사이에선 빨간 놈, 으로 통한다나 뭐래나.

 

 주체 못하는 희열. 그가 배구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적이 일이다. '재능은 피워내는 것. 센스는 갈고 닦는 것.' 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이미 만개에 가까웠던 재능은 손에 닿는 이질적이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공의 촉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게 너의 길 이라고. 가히 축복 받았다 단정지을 수 밖에 없는 센스는 자연스레 움츠리고 있던 손발을 저 멀리까지 내뻗었다. 한 번 내딛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을 만큼, 하늘이 높은 줄 몰라 그저 위를 향했다. 탐욕스레 먹어치워버렸다. 일반부원에서 벤치멤버로. 벤치멤버에서 체인지 선수로. 체인지에서 레귤러로. 레귤러에서 스타팅으로.

 물론 제아무리 천성이라 하여도 제 비이상적인 도약에 주위를 둘러보지 못할 만큼 텐도는 어리석지 않았다. 흔한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애송이.' '버릇없는 놈.' 그리고 박탈감. 아니, 약탈이야. 작게 키득였다.

 

 3학년이잖아. 그렇죠. 올해 밖에 없어. 그러시구나, 그럼.

 

 이기면 되잖아요. 

 

 다만 그것은 얄팍한 동정심에 불과했을 뿐이였다. 코트에 남는건 강자니까 약자는 먹혀야지. 그게 코트 위의 순리, 아닌가?

 

 서비스 에이스를 성공했을 때도. 3단 블로킹을 뚫고 스파이크를 내리찍었을 때도. 또 속아 페인트에 걸려들어 저를 올려볼 때도. 단순한 도발에 걸려들어 서브에 실패하는걸 봤을 때도. 상대의 환벽한 한 방을 걷어냈을 때도.

모든 것이 완벽한 스파이크를 셧아웃 시킬 때의 쾌감이란 그 무엇에도 비할 것이 못되었다. 상대의 표정. 미세하게 떨리는 손. 얼얼하게 아려오면서도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감각. 끝으로 비웃어주면 끝.

 텐도가 이를 깨달앗을 때는 이미 '괴물' 취급이였다.

 

 두려울 뿐이잖아. 허울 좋은 말 밖에 못하면서.

 

 그런 독선이였다.

 

-

 

 "이야-부럽네. 고시키는."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툭 튀어나왔다. 물론 불필요한 말은 잘렸지만.

 

 한 학년 아래인 세터, 시라부는 드링크를 손에 쥔 채 입가를 닦아내며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텐도를 바라보았다. 뭐가 부럽다는 겁니까, 선배.

 

 "아니, 그냥."

 

 스파이크 폼이 안정적이랄까, 특히 스트레이트.

 

 턱 선을 타고 내리는 땀을 어깨 언저리로 슥- 하니 문지르며 텐도는 시선을 여전히 크로스 연습에 매진하는 고시키에게 고정했다.

 

 "타점도 득점도 더 높으신건 텐도 선배 십니다만. 그리고 폼이라면 우시지마 선배 쪽이 더-"

 "아니아니아니. 난 오른손잡이고 그건 함부로 흉내낼 만한 것도 아니니깐."

 

 연신 위험해, 를 중얼거리며 드링크 뚜껑을 닫았다. 플라스틱에 말끔히 맞아들어간 고무 임에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소음을 만들어낸다. 눈가를 찌푸리는 시라부와 다르게 텐도는 다섯 살 배기 아이가 장난감을 빼앗긴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마냥 부럽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동시에. 요즘 스트레이트가 막힌 적이 있어서 저러시는건가, 시라부는 그리 생각하며 알다가도 모를 선배의 속에 토스 연습을 꼭 꼭 마음에 새길 뿐이였다.

 실상은 달랐지만. 시라부 같이 영특한 아이라면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을 터였다. 단순히 '미들 블로커'가 아닌 '사람'으로만 바라보았더라도 눈치있는 그 였더라면 그렇게 여지를 남겨 준 텐도가 오히려 이상하다 느낄 정도였을 테니. 어쩌면 연습 직후만 아니였다면 텐도의 시선이 결코 고시키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 쯤 쉽게 깨달았을 것이였다. 그저 나이스 스파이크- 를 외치며 끔찍히 제 후배를 챙기는 세미에게 온전히 모든 관심을 쏟고 있었다. 고시키는 그저 부수적인 배경에 불과했다. 

 

 아니, 행인 1 쯤 되려나.

 

 텐도에게 있어 세미는 조금 특별했다. 시라토리자와 학원에 입학하고 '우시와카'의 전력을 맛 본 후에야 알것도 같았지만 다 먹어치우는 천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레귤러 잖아. 3학년이잖아. 실력도 있잖아. 하지만 그는 시라부의 입부와 동시에 스타팅 자리를 내어주었다. 세터로서의 실력이라면 세미가 훨씬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한 해 늦게 들어온 시라부에 비해 쌓아온 경험. 신뢰 관계. 호흡. 강한 자만이 코트 위에 선다. 세미는 강했다. 하지만 코트를 뒤로 한 채 경계선을 넘어갔다.

 

 멍청한 놈.

 

 그렇게 생각했다, 텐도는. 어쩌면 저의 허울 좋은 말이자 핑계였을지도. 어엿 한 해를 같은 코트 안에서 뛰어온 동료를, 팀메이트를, 친구를. 결코 제가 밀어낸 것도 아니였지만 시라부를 볼 때마다 느끼는 묘한 울림에 곧잘 세미의 눈을 피하곤 했다.

 

 여전히 잘 웃고. 잘 챙겨주고. 든든하고. 동료였다.

 

 왜 욕심내지 않는거야. 나보다 시라부가 나을거야. 그걸 묻지 않았잖아.

 

 애매한 시선으로 입을 열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었다. 이내 꾹 다물었었다. 어색하게 웃어보였었다. 푸스스-하고 작게. 그리곤 겨우 꺼낸 말이라게,

 

 난 괜찮아.

 

 바보같아. 울렁이는 기분에 그대로 부실을 박차고 나갔었다.

그런 얼굴하고는 뭐가 괜찮다는거야. 처음으로 의문이 들었다. 승리가 뭐야. 도대체.

 

-

 

 생각할수록 배알 꼴리는 것이였다.

 

 텐도는 엄연히 레귤러였고 스타팅 멤버였으며 그 무엇보다 '우시와카'와 한 코트에 설만한 전력을 지니고 있었다. 시라부가 주 세터인걸 감안하더라도 세미 또한 레귤러에 몸 담고 있으며 시합에 투입된다. 물론 3학년이니 그 전부터 맞춰 온 호흡이 있더라도 쓰지 않으면 금세 녹슬기 마련이다. 시라부의 정직하고 헌신하는 토스도 좋았지만 외유내강의 세미 특유의 토스는 꽤나 즐거운 것이였음을 텐도는 흔쾌히 인정한다. 그 토스가 그립나니, 세미는 더 이상 저에게 토스를 올리지 않았다. 물론 원한다면 시라부에게 연습을 부탁할 수도 있고 우시지마에게 말해 얻어낼 수도 있는 것이였다. 다만 상대의 완벽한 하나를 절망으로 내모는 쾌감에 맛 들인 그에게 있어 제 손으로 해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 따위 남에게 기댈리가 없잖아. 게다가 무엇보다 그 이후의 것까지 남에게 흉내내라 할 수 없는 것이였다. 꿩 대신 닭, 이란 말이 있다. 물론 그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이라니.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강한 집착이랄까.

 

 여전히 불규칙하게 흘러내리는 물을 내버려둔 채 꽤 멋진 자세로 텐도는 낙담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중간과정이 제일 어렵고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처음이야 기세 좋게 덤벼들면 되고 끝은 성취해내면 될테니.

 

 그치만- 이건 너무 긴거 아니야?

 

 복잡해진 머릿 속에 수건으로 젖으 머리를 털어내니 이리저리 물방울이 튀었다.

 

 "아아- 몰라."

 

 뒤로 벌렁 누워 수건으로 눈가를 가렸다. 오늘의 나 -300% 인가. 텐도는 중얼거리며 발가락을 까딱거렸다.

 

 "뭐야, 텐도. 너 아직 안갔어?"

 

 그러다 감기 걸린다. 얼른 말려. 누가 좋은 선배 아니랄까 걱정까지 해준다. 텐도는 제법 티나게 히죽이며 상체를 일으켜 세미와 눈을 마주했다. 놀라우리만큼 흐트러짐 없는 모습에 감탄을 자아냈다. 조금 차분해진 머리 외에는 똑같았다. 열기에 조금 상기된 뺨에 애매한 시선. 저게 좋단 말이야.

 

 "그러고보니 넌 말이야."

 "아-?"

 "그 얌전해진 머리일 때보면 꽤 잘 생겼단 말이지."

 "그런가. 난 잘 몰라."

 

 푸스스 웃으며 셔츠를 꿰 입으며 단추를 잠근다. 목 바로 아래까지 꼭 꼭 잠그는건 세미의 버릇이였다. 텐도는 그런 점을 포함해서 좋았다.

 

 아- 저기에 반했지. 나.

 

 작게 그리는 호선. 고시키에게도 그렇게 웃어주었을까.

 텐도는 세미의 락커를 있는 힘껏 내리찍으며 그의 뒤에 섰다. 아아- 싫어.

 

 불쌍한 텐도. 그 따위에 만족하는거야? 그러니까 제자리지. 가엾어라.

 

 이 얄팍한 동정심. 언제였더라. 텐도는 입맛을 다시며 놀란 눈으로 아직 가슴께 즈음까지 채운 셔츠를 내버려두고 얼굴을 맞댄 세미를 포악스레 바라보았다.

 

 "너, 뭐하는 짓이야."

 

 뼈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아- 역시. 이것도 포함해서.

 

 이런 얼굴. 고시키한테 보인적 있어?

 

 

 강자는 약자를 잡아먹고 약자는 강자에게 먹혀들어간다.

 그게 '내' 순리 잖아.

 

 잡아 뜯었다. 흉폭하게. 울부짖도록. 거세게. 더 크게. 이 빈 속으로 채울만큼, 더.

 

 그런, 독선.  

 

Fin.

 

-

 

급 치인게 문제입니다 쿨쩍))

 

텐도 진지하게 애정합니다, 세미 예뻐요.

 

아니, 그냥 그렇다고요...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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